김수호 펫관리사(9화)

by 김작가

펫렌털 업체에서 나온 펫관리사가 장기적으로 방문했다. 현관문이 열리자 민트색 조끼를 입은 남자가 검은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들어왔다. 낯선 냄새가 바람을 타고 들어왔다. 보리는 코를 킁킁대며 그 남자의 발등 근처에서 나는 냄새를 맡았다. 온전히 그를 내어주는 남자에게서 비누 냄새와 약한 소독약냄새 그리고 희미한 땀 냄새. 이 정도면 괜찮겠군. 보리는 속으로 중얼대며 살짝 꼬리를 흔들었다. 지영이 그를 ‘펫관리사’라고 불렀다. 어색함이 공기 중에 떠 있었다. 지영은 낯선 남자의 방문이 조금 부담스러운 듯 보였고, 어떤 대화를 이어가야 할지 잠시 멈칫했다.


“ 김수호 펫관리사입니다. 앞으로 정기적으로 미리 연락드리고 방문드립니다.”


지난번 자신을 데리고 있던 젊은 부부네 집에서는 약간 나이 든 여자가 같은 가방을 메고 왔었는데 보리의 머리를 쓰다듬어 줄때는 닳아 없어진 엄마의 기억이 났다. 보리는 그 여자가 좋았지만... 갑자기 털을 부르르 털었다.


'미친. 난 물 싫어해!'


수영장에서 죽다 살아난 것 같은 그 경험이 보리는 끔찍이도 싫었다. 김수호는 가방에서 지영과 보리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꺼내 들었다.

“보리는 요즘 배변 패턴은 어떤가요? 가족들과의 관계는 어떤가요?

"선우가 보리와 잘 지내고 있어 다행이에요."
“네, 그 정도면 아주 안정적입니다.”

지영의 집을 둘러보고 보리의 건강상태도 구석구석 살펴보고 파일에 메모를 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남자가 나가려 하자 엄마가 음료 캔을 하나 건넸다.


“추운데 이거라도 드세요.”


“아, 감사합니다.”


그때 나는 지영의 시선이 남자의 명찰로 향하는 걸 느꼈다.

“김수호… 펫관리사님? 어떻게 이일을 하시게 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저는 사실 이런 일이 있는지 조차도 몰랐거든요."


남자는 현관에서 신발을 신다 말고 지영을바라보았다. 그 표정은 마치 오래 숨겨왔던 이야기를 꺼낼지 말지 고민하는 얼굴 같았다.


“제가 원래 공대를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다 그만두고 하게 됐어요. 급여가 많지는 않지만 저는 원래 동물을 좋아해서요. 힘들지만… 가정마다 방문해서 친구들 만나는 게 힘들 때도 있지만 뭔가… 제 마음도 순해진다고 해야 하나..."


무해한 표정을 지은 남자는 미소를 지었다. 보리는 그에게서 조금 쑥스럽고, 조금 진심이고, 조금 외로운 냄새를 읽었다. 그는 이야기를 더 이으려다 그 정도에서 멈추는 것 같았다. 지영 역시 수호의 이야기에 흥미가 생겨 더 듣고 싶었지만 낯선 남자와 더 긴 이야기를 이어간다는 게 순간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 대신 아주 작게 숨을 들이쉬었다. 지영이 그동안 설계한 도면이 실제 집으로 완공되어 건축주가 만족스러워하는 순간의 뿌듯함으로 이어질 때의 기쁨, 하지만 그 뒤에 가려진 수십 번의 신경전과 조율은 마치 줄다리기를 하는 것 같았다. 가급적 자신에게 유리한 곳으로 더 가져오려는 긴장된 연속의 말들. 사실 지영도 늘 그런 일에서 해방되고 싶어졌다. 문이 닫히는 순간 지영의 마음에서 작은 파문이 일었다. 설명하기 어렵고, 이름 붙일 필요도 없는…

보리는 기지개를 나른하게 켜며 지영을 바라봤다. 지영운 지금 누군가에게 잠시 ‘이해받은’ 사람의 마음 냄새에 취해있는 것 같았다. 보리도 앞으로 그 냄새가 자주 좋아질 것을 알아차렸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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