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그렇게 잘난 아이였니?

by 글꿈

종종 아이들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다. 분명 1분 전에 잘못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도 불구하고 또다시 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 놀잇감을 많이 꺼내놓고 정리하기 힘들어하면서 또다시 바닥에 잔뜩 벌여두는 경우. 발표를 할 때 하고 싶다고 손을 들어놓고는 그저 짧은 말 한마디라도 좋을 텐데 꾹 입을 다물고 있는 경우. 사실 그러다가도 나는 뭐 그렇게 잘난 아이였나, 하고는 피식 웃게 될 때가 있다.


나는 7살 때까지도 엄지손가락을 너무 빨아서 손가락 껍질이 다 벗겨질 정도였다고 한다. 천으로 감싸거나 연고를 발라도 소용이 없었다고. 물론 지금 내 엄지손가락은 아주 멀쩡하다. 어느 날은 낮잠을 자고 일어나 이유 없이 울 때도 있었다. 이상하게 낮잠을 자다 정신이 들면 서글픈 마음이 들었는데 그런 게 칭얼대고 싶은 감정이었던 것 같다. 그 감정을 기억하고 있는 건 부끄럽지만 내가 초등 저학년 때까지도 그랬기 때문이다. 8살이 되어서도 아침에 일어나기 싫다고 떼를 쓰다가 결국 엄마가 세수를 시켜서 학교에 보낸 적도 더러 있었다. 동생과 방 안 가득 장난감을 늘어놓고 놀거나 집 안에 있는 책을 죄다 펼쳐 커다란 성을 만들기도 했고, 집 안 벽에다 낙서를 해 놓기도 했다. 또 어느 날은 내가 한 번도 쓰지 않고 아껴둔 금색, 은색 크레파스를 동생이 쓰는 바람에 화를 낸 적도 있었다. 어른들이 접시 좀 가져다 달라고 시켰을 때 국그릇을 가져다주는 등 엉뚱한 물건을 가져다 드리기도 했고, 심부름을 다녀 올 만 원짜리 지폐를 하수구에 빠트리거나 놀이터에서 가방과 지갑을 놓고 와서 잃어버린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마 이밖에도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무수한 일들이 있었을 것이다.


이것만 보아도 지금 우리 아이들은 그때의 나보다는 훨씬 정리정돈을 잘하고, 심부름을 척척 해내고, 씩씩하기도 하며, 손가락 빨기와 같은 안 좋은 버릇을 금방 고치곤 한다. 그뿐인가. 나는 10살까지도 가위질에 능숙하지 못해서 늘 종이가 삐뚤빼뚤했는데 어떤 아이들은 5, 6살만 되어도 가위질을 기가 막히게 잘한다.


나는 9살 때 구구단 외우는 것을 무척 힘들어했다. 그래서 구구단 시험을 보는 날 교실 앞문에 서서 한참을 들어가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한글도 학교에 들어가기 직전부터 엄마와 따라 쓰기를 하면서 조금씩 익혔다. 받아쓰기를 100점 맞은 적도 없었다. 그때의 나에 비하면 벌써 구구단을 줄줄 외워서 말하는 아이들도 있고, 맞춤법에도 관심을 보여서 친구들끼리 문제 내기 놀이를 하는 아이들도 있다. 확실히 지금의 아이들은 수나 언어적인 부분도 빠르게 익히는 것 같다.


이따금씩 선생님은 반성한다. 나는 아이 시절에 더 하면 더 했지, 어찌 보면 지금의 우리 아이들은 안타까울 만큼 의젓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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