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꿈 Sep 17. 2018

교사가 하는 말은 뻔하다

누구나 아는 식상한 잔소리

 사실 교사가 하는 말들은 모두 뻔하다. 아이를 존중해야 한다, 아이에 대해 마땅히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아이도 어른과 같은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야 한다와 같은 ‘식상한 잔소리들’로 가득하다. 어쩌면 누구나 깊이 고민해보면 알만한 것들인지도 모른다. 단지 그것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육아에 대한 지식들은 인터넷 검색이나 시중에 나와 있는 책들만 두루 살펴보아도 그 정보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그렇게 넘쳐나는 정보들 속에서도 아이를 기른다는 것은 역시 정답이 없는 어려운 일인 게 분명하다. 몇 백, 몇 천 번 마음을 다잡아야할 것이고, 때로는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을 게 분명하다.

 그런데 정작 교사인 나는 나중에 엄마가 되었을 때 내 아이를 그렇게 잘 키울 수 있을까? 이것은 계속되는 나의 근본적인 고민이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내가 정말 아이를 낳아서 기르고, 그 아이가 성인이 되기까지 말이다. 어쩌면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도 고민하게 될 문제인지도 모른다. 정답이 없는 어려운 문제, 오랜 세월을 살아오신 어른들도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갖고 계시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젊은 교사들은 아이와 부모님의 소통의 매개체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올바른 길잡이가 되어야하기도 한다. 나는 그렇다. 부모님의 마음 깊은 곳까지 헤아리기에는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적어도 이해는 할 수 있다. 그 심정이 어떨까, 왜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까, 우리가 놓인 상황과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자연히 받아들여지게 된다.


 부모님들은 교사에게 질문을 하고, 안도감을 느끼기도 한다. 교사는 아이가 교실 안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기관에 있는 구성원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지내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들까지 도움을 주기에는 적잖이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가정에서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상황과 원인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교사가 들려줄 수 있는 말들은 온전히 아이들과 함께하는 상황 속에서부터 비롯되는 말이 전부이다. 교사도 부모처럼 때로는 화도 나고, 때로는 웃음도 짓다가, 때로는 가슴 아픈 일도 겪게 된다. 부모님들의 성격과 특성이 다양한 것처럼 교사들의 성격과 특성도 다양하다. 각자마다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 다르지만 ‘아이의 올바른 성장’이라는 공통된 한 가지의 근원적인 문제를 가지고 일정한 기준치를 조율해가는 과정을 거친다.

 교사가 쓴 책들을 보면 온통 아이들 이야기로 가득하고, 그 안에서 울고, 웃고, 또 교사로서 부모님들에게 바라는 점들이 자연스레 녹아들어있다. 아마 나 또한 마찬가지일 테지만, 그래도 그 보다는 조금이나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려고 한다.


‘교사가 하는 말은 뻔하다.’


라는 말은 나 자신을 일깨우기 위한 일종의 최면과도 같은 말이다. 누구나 알만한 뻔한 이야기보다는 점차 자라나는 솔직한 나의 모습을 직면해보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가 하는 말이라서, 뻔할 수밖에 없다는 걸 때때로 느끼곤 할 것이지만.



 덧붙여 말하자면 나의 시선은 줄곧 아이들을 향해 있을 것이다. 결국엔 아이들이 중심이 될 것이고, 그들은 곧  나의 거울이 되어줄 것이다. 그것은 아이들에 대한 나의 사명감이기도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함께 자란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