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부메랑도 모르는데
나는 sns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그랬던 내가 팔로워 2.5만 명(25.10. 기준) 대형계정이 되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글꾸미의 돈방석님(@geulggumee) • Threads, 자유로운 소통 공간
sns가 싫었던 이유?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것이다. 자꾸만 자존감이 낮아지고, 나의 주관에 혼란이 와서였다. 이건 sns를 사용해 보았기 때문에 아는 것이다. 그 옛날 버디버디부터 페이스북, 그리고 인스타그램까지 넘어오면서 사진위주의 게시글이 유행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사진 한 장에 자신의 기쁨과 온갖 자랑거리, 자신의 실력을 담아내었다. 내가 어느 순간 sns에 환멸을 느낀 건, 사실 인스타그램 때문이었다.
5년 간 sns를 하지 않았다. 짧다면 짧은 시간, 또 길다면 긴 시간이었을 수 있다. 친구들이 스토리라는 것을 보고 서로의 일상을 공유할 때 나는 금방 알아채지 못했지만 나의 착한 친구들은 카카오톡 단체톡방에서 동일한 일상을 공유해 주었다. 결코 누군가를 소외시키지 않는 착한 심성 덕분에 우리 우정의 깊이는 더욱더 깊어질 뿐이었다. (남일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내 성격도 한몫했으리라.)
부메랑이 뭔지도 몰랐다. 내가 아는 부메랑은 정말 던져서 돌아오는,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라는 천국의 계단 대사밖에 없었다. 동료선생님들이 함께 놀면서 부메랑을 찍어야 한다며 동작을 알려주었는데 이게 뭔지, 그냥 하래서 하는 동작이었다. 그래, 이제 임용고시도 합격했겠다, 나도 좀 소통하고 즐겨보자. 인스타그램을 다시 설치하고 가입했다. 아무래도 주변 또래와 소통하려면 인스타그램 계정 하나쯤은 있는 게 좋겠다 싶었고, 눈팅이나 하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2022년 8월, 다시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과연 sns의 힘이던가. 나는 다시 예전처럼 sns의 재미에 빠져들었다. 어차피 비공개 계정이었기에 지인들에게만 일상을 공유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인스타그램 내에 스레드라는 게 뜨기 시작했다. 스레드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을 '스레더'라고 칭했다. 스레더들이 올린 글 중에 반응이 좋은 글들이 인스타그램 피드에 떴는데 제법 눈길을 사로잡는 글들이 많았다. 이를 테면 '여자/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이나 '30대가 되어 후회하는 것들' 'OOO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로 시작하는 짧은 텍스트들이었다. 그래도 뭐, 나의 마음이 요동칠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이런 게 있나 보다, 쯤으로 생각할 뿐이었다.
그랬던 내가 스레드를 가입하게 된 것은 순전히 글쓰기 때문이었다.
임용고시에 합격하고 2-3년은 그간 수고로움에 대한 보상으로 아무런 목표도, 계획도 없이 쉬고 노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어차피 곧 있으면 친구들이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할 시점이 올 것이기 때문에 나의 긴 생애를 늘어뜨려보았을 때 책임질 것 없이 젊은 날 마음 편히 노는 건 딱 이때뿐이라고 생각했다. 이건 지금 생각해도 후회되지 않는 선택이었다. 이제까지 나는 매해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달성해 오기를 반복해 왔으며, 주말이고 공휴일이고 일을 하든 공부를 하든 둘 중 하나는 꼭 해왔기 때문이다. 나의 강박과도 같은 루틴을 깨부수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오죽하면 지금 나의 예비신랑이 맨 처음 나와 연애를 시작했을 때 어쩜 그렇게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만 사냐고, 놀 줄을 모른다며 여행도 좀 다니라고 잔소리를 했더랬다. 이제 연애한 지 9년 차인, 꽤나 오래전 일이다. 그때 나는 여행을 뭐 하러 가냐고, 나름 놀기도 논다고 생각했는데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비를 벌어 해외여행을 다녀온 그로서는 제주도도 한 번 가보지 않은 내가 신기하면서도 안타까웠으리라. 젊은 청춘에 일과 공부, 여가라는 균형 잡힌 생활을 하지 못하고 치중된 생활로 흘려보내는 것이 안쓰러웠으리라.
어찌 되었든 2-3년 간 20대 시절 놀지 못한 원한을 다 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학마다 집에 있는 날이 없었을 정도로 많이 놀러 다녔으니까. 예상대로 친구와 동기들 모두 차례차례 결혼을 하기 시작했고, 아이를 가지거나 낳기 시작했다. 자연히 이전만큼 자주 또 멀리 놀러 다닐 수는 없었다. 이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때가 된 만큼, 나는 원래 하고 싶었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그래도 내 이름, 아니 필명이 걸린 책 한 권을 가지고 싶었다. 그러려면 sns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막연했지만 그래도 텍스트 기반이라 하니 스레드 계정에 가입을 했다. 아직 이용자가 많지도 않고, 지인들도 잘 몰랐기에 공개계정으로 시작했다. 소소하게 내 글이나 적어보자고. 브런치에도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고, 겨울방학 동안 POD출판물을 완성해 내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스레드 주계정은 글쓰기 계정이 아니다. 그 일화는 다음 편에 이어서 써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