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새해가 되면 신년계획을 세우곤 할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로 그 해에 해야 할 리스트를 작성하곤 한다. 나에게 있어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은 지극히 일상적인 일이다. 계획은 곧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된다.
문제는 어느 순간부터 쫓기는 심정이 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뒤에서 채찍질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쫓기듯이 다급한 심정이 드는 것일까?
몇 곱절 생각해보기를 반복해보다가 내리게 된 답은 이것이다. 남 부럽지 않게 살고 싶어서. 지금보다 더 나은 생활을 하고 싶어서. 10년, 20년 후의 내가 지금보다 더 발전된 모습으로 살고 있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 나는 ‘미래의 나’를 위해 살고 있었다.
주변에서 20대인 지금 마음껏 놀러 다녀야 후회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할 때 나는 그 말에 전혀 공감할 수가 없었다. 욜로(YOLO)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하는 것 또한 나와는 별개의 일이었다. 지금 노는 만큼 나중에는 더 고달파질 텐데. 평균 수명은 계속 길어지고 있고, 우리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나이는 제한되어 있다. 더군다나 우리 사회는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우리가 부양해야 할 윗세대 어른들을 생각하고, 또 우리가 그 세대가 되었을 때를 생각하다보면 마음 편하게 놀러 다닐 수가 없다. 차라리 그 시간에 일이라도 더 하고, 공부라도 더 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인 일이라 느껴진다.
누군가는 당장 내일 죽을지 어떻게 아느냐고 한다. 그럼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이니 하고 싶은 대로 즐기며 산다고 치자. 그랬다가 금세 죽지 않고 오래 살게 되면? 특별히 준비해둔 것 없이 나이가 들어 할 수 있는 일이 몇 가지 없다면? 세월이 흐른 만큼 쌓아둔 것 없이 힘겹게 생활하게 된다면 얼마나 애달플까?
그래도 어느 순간에는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정말, 내가 내일 당장 죽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남들은 다 가본 제주도, 해외여행 한 번 못 가보고 이대로 죽는다고? 결혼도 한 번 못해보고 죽는다고? 운전도 제대로 못 해 봤고, 실은 패러글라이딩도 해 보고 싶었는데. 이대로 죽는다고? 여태껏 모아둔 돈은 아까워서 어쩌지!
그랬다. 삶에는 균형이 필요한 것이다. 적당히 즐길 줄도 알아야 하고, 어느 정도 준비도 필요하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결국 내가 행복하기 위함이다. 무언가에 쫓기듯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은 스스로를 재촉하며 힘겹게 하는 일이다. 생각보다 우리의 인생은 길다.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나아가는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