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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꿈 Jan 22. 2019

천천히 가도 괜찮아

 누구든 새해가 되면 신년계획을 세우곤 할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로 그 해에 해야 할 리스트를 작성하곤 한다. 나에게 있어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은 지극히 일상적인 일이다. 계획은 곧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된다.


 문제는 어느 순간부터 쫓기는 심정이 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뒤에서 채찍질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쫓기듯이 다급한 심정이 드는 것일까?


 몇 곱절 생각해보기를 반복해보다가 내리게 된 답은 이것이다. 남 부럽지 않게 살고 싶어서. 지금보다 더 나은 생활을 하고 싶어서. 10년, 20년 후의 내가 지금보다 더 발전된 모습으로 살고 있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 나는 ‘미래의 나’를 위해 살고 있었다.


 주변에서 20대인 지금 마음껏 놀러 다녀야 후회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할 때 나는 그 말에 전혀 공감할 수가 없었다. 욜로(YOLO)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하는 것 또한 나와는 별개의 일이었다. 지금 노는 만큼 나중에는 더 고달파질 텐데. 평균 수명은 계속 길어지고 있고, 우리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나이는 제한되어 있다. 더군다나 우리 사회는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우리가 부양해야 할 윗세대 어른들을 생각하고, 또 우리가 그 세대가 되었을 때를 생각하다보면 마음 편하게 놀러 다닐 수가 없다. 차라리 그 시간에 일이라도 더 하고, 공부라도 더 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인 일이라 느껴진다.


 누군가는 당장 내일 죽을지 어떻게 아느냐고 한다. 그럼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이니 하고 싶은 대로 즐기며 산다고 치자. 그랬다가 금세 죽지 않고 오래 살게 되면? 특별히 준비해둔 것 없이 나이가 들어 할 수 있는 일이 몇 가지 없다면? 세월이 흐른 만큼 쌓아둔 것 없이 힘겹게 생활하게 된다면 얼마나 애달플까?


 그래도 어느 순간에는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정말, 내가 내일 당장 죽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남들은 다 가본 제주도, 해외여행 한 번 못 가보고 이대로 죽는다고? 결혼도 한 번 못해보고 죽는다고? 운전도 제대로 못 해 봤고, 실은 패러글라이딩도 해 보고 싶었는데. 이대로 죽는다고? 여태껏 모아둔 돈은 아까워서 어쩌지!


 그랬다. 삶에는 균형이 필요한 것이다. 적당히 즐길 줄도 알아야 하고, 어느 정도 준비도 필요하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결국 내가 행복하기 위함이다. 무언가에 쫓기듯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은 스스로를 재촉하며 힘겹게 하는 일이다. 생각보다 우리의 인생은 길다.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나아가는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고.


그래, 조금은 천천히 가도 괜찮아. 인생은 누군가와의 경쟁이 아니라 오로지 나를 위한 나만의 시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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