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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Dec 09. 2023

#4 대출이자 내려면 다시 일해야지..?

숨만 쉬어도 잔고가 비는 이유

 호기롭게 퇴사를 하고 이사도 했다. 전셋집으로 이사를 하는 과정에서 대출을 받으니 달마다 대출이자를 내라는 문자독촉이 오기 시작한다.



 지방에 살던 집을 떠나 홀로 서울로 올라와 경제적으로 독립을 하다 보니 직장에서 나오던 월급이 끊긴다는 것은 내게 큰위협이었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숨만 쉬어도 나가는 비용들이 있기 마련이었기 때문이다.


 대략 나의 한 달 지출내역을 따져보니 이러했다. (참고로 나는 소비를 별로 하지 않는 편에 속한다. 차도 없어서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고 옷도 잘 사지 않으며 술도 잘 마시지 않고 커피도 잘 안 사 먹으면서 음식도 거의 다 직접 해 먹는 스타일이다)


- 주거비 : 대출이자 13만 원 /  집 관리비 10만원 -> 합 23만원

- 전기, 가스, 수도 : 전기가스 합 5만원 / 수도 8천원  -> 합 5.8만원

- 통신 : 핸드폰 4.5만원 / 인터넷 2.3만원  -> 합 6.8만원

- 구독 : 유튜브프리미엄 9천원 / 애플클라우드 3천원 / 쿠팡와우 5천원 -> 합 1.7만원

- 교통 : 지하철 및 버스 8만원 / KTX 값(한달에 한번은 집에 내려간다) 4만원 -> 합 12만원

- 여가 : 헬스장 5만원

- 식비 및 그외비용 : 월 50만 내외

- 경조사비, 부모님, 친구생일 등 : 월 10~20만


총합 : 약 115~125만원


 결론은 퇴사를 해서 한 달 수입이 0원인 나의 상황에서는 다시 일을 빨리 시작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일단 밥은 먹고살아야 할 것 아닌가..?


결국 다시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다행스럽게도 다시 밥벌이를 할 직장을 구하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약 6군데 정도의 세무법인과 회계법인에 서류를 넣었고 그중 4곳에서 면접요청이 왔다. 한 곳 한 곳 면접일정을 잡고 대략적으로 무엇을 물어볼지 생각하면서 면접준비를 했다.


 사실 세무법인/회계법인 면접은 일반기업 면접과는 달리, 분위기가 무겁거나 압박면접의 형태는 아니다. 그동안 했던 업무들이 어떤 일이었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주로 이력서에서 궁금 사항을 면접자에게 물어보는 형태로 진행된다. 업무적인 지식을 테스트한다기보다는 얼마나 그 법인에서 기존 직원들과 잘 어울리면서 맡은 바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을 많이 보는 것 같다.


 나는 면접을 소개팅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한쪽이라도 만족하지 못하면 긍정적인 결과가 만들어질 수 없는 게 소개팅이다. 면접도 마찬가지다. 회사 또한 나를 채용할 의사가 있어 부른 것이고 나 또한 이 회사에 입사할 의사가 있어 지원한 것이다. 그래서 면접을 보면 항상 그 법인의 주요 업무와 구성원, 근무 조건, 대표의 이력 등을 디테일하게 물어보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법인은 면접자의 다양한 질문에 대해 성실하게 답변해 준다.

 반대로 면접자의 질문에 대충 답변한다든지 귀찮다는 식으로 답변하는 대표가 있는 회사는 높은 확률로 근무만족도가 높지 않은 곳이 많다.


약 3일에 걸쳐 4곳(A, B, C, D) 모두 면접을 보고 나오니 금방금방 결과가 통보되었다.


 합격한 A 회사는 주된 업무가 마음에 들었다. 연봉도 제시한 만큼 맞춰주겠다고 했다.

 합격한 B 회사도 주된 업무가 마음에 들었다. 다만, 내가 제시한 연봉보다 5백 정도를 낮춰야 할 것 같다고 제시했다.

 불합격한 C 회사는 약간 학벌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임원진들의 학벌이 다 좋았고 이런 경우 높은 확률로 구성원을 뽑을 때 학벌을 본다. 뒷 이야기지만 이 회사는 나보다 학벌이 좋은 내 동기가 합격했다.

 불합격한 D 회사는 면접을 보는 내내 나와 성향과 너무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면접을 보면서 나를 뽑지 않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결국 나는 A회사를 선택했다. 업무도 내가 해보고 싶었던 업무였고 연봉도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다시 급여를 받을 수 있어 나의 고정비들을 메워가며 홀로서기를 지속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대출이자 내려면 다시 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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