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면서 치유받기_1탄
초등학교 시절 골목 골목을 누비고 다니던 그곳을 떠나 전학을 간 그녀는 처음으로 헤어짐의 상처를 표식으로 남긴 채 정든 곳을 떠나게 되었다.
"오늘 우리 반으로 전학 온 친구가 있어요. 다들 인사하세요."
"안녕... 나는 김 아무개라고 해.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많이 낯설 테니까 우리 친구들이 많이 도와주렴. 자리는 저기 빈 자리에 가서 앉으렴."
"너 서울에서 전학 왔다면서? 공부 잘해?" 궁금한 아이들의 눈빛이 한순간 그녀의 긴장한 마음을 딱딱하게 얼려버렸다.
"야야! 제 서울에서 전학 왔다는데 별 볼 일 없는 것 같아. 재수 없어."
아이들의 뜨거운 가슴이 돌처럼 식어가는 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거 내 동생 자전거인데 한 번 타볼래? 내가 가르쳐줄게.!"
"아니 나 자전거 못 타! 안 탈래 그냥 너희들끼리 놀아~!"
"아 모야! 재수 없어... 야 재 빼고 우리끼리 놀자!"
"어 이 자전거 이상해, 고장 난 것 같아. 얘들아 제가 내 동생 자전거 고장 냈어..."
그렇게 생긴 오해는 그녀가 아무리 아니라고 이야기해봤자 소용이 없었다. 그 이야기는 순식간에 반 전체에 퍼졌고 그 이후로 학년이 올라가기 전까지 그녀는 늘 혼자였다.
"야 사실 그때 그거 내가 거짓말한 거야. 장난삼아 얘기한 건데 상처받았니?"
생채기의 깊은 흔적이 남는 순간은 아마 그때로부터였던 듯싶다.
사회적인 동물로 군중 속의 외로움을 어려서부터 느꼈던 그녀는 받을 마음을 계산하며 상대방에게 선물 공세를 하고 주는 마음만큼 받지 못하면 상처받으면서 성인으로 성장했다.
그렇게 늘 전전긍긍 남들의 시선과 상처받기 싫은 이기심으로 대학교 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또 한 번의 큰 상처의 흔적이 남았다!
"야! 너 대학 나왔다며, 대학 나왔다고 자랑하냐? 재수 없어."
"저 야! 아니거든요. 명찰 달고 다니잖아요. 이름 불러주세요."
"이게 어디서 눈을 치켜뜨고 너 맞을래? 응?"
아무리 눈물을 흘려도 그 말들은 억울함과 함께 비수가 되어 마음에 꽂혀버렸다.
그녀는 그런 마음들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사회생활 또한 그리 녹록지 않았다.
느지막이 퇴근하는 그녀에게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김 아무개야, 누가 대표 보고도 없이 네 마음대로 퇴근하래, 생각이 없어? 내가 계속 이렇게 소리를 지르고 있어야겠어? 아 진짜 이래서 여자는 안된다니까."
상처받을 용기 따위는 개나 줘버려! 어느 순간부터 그녀는 벽을 보고 수없이 혼잣말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상처받지 말아야지, 왜 나만 상처받아, 잊어버리자, 재수 없어, 저런 사람이랑 상대하지 않으면 그만이야, 그만두자, 다 그만두자!'
누가 상처도 단련된다 했던가. 상처는 후벼 파놓은 상처에 계속 깊이 골을 패고 들어가 어느 순간 대응에 대한 의지까지 꺾어 버렸다. 그리고는 그 글귀가 가슴에 그대로 남아 전혀 상관없는 누군가에게 툭 하고 던져졌다!
"아니 아무리 신입이라도 그렇지 기본이 안 되어 있네. 일을 그렇게밖에 못해요? 그럼 알아서 나가야지... 상처받으라고 하는 말 아니야, 다 잘 되라고 하는 말이지."
뱉어내야 잊어버릴 수 있는 그 순간의 상처의 말들을 나도 모르게 똑같이 나르고 있을 때,
"오늘도 상처받았니?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그냥 잊어버려, 너 들으라고 한 말 아이야."
오늘의 상처는 다시 돌아와 내게 비수가 되고 남에게 날아가는 순간 잊히는 것 같으면서도 부메랑처럼 다시 돌아와 내 가슴 한구석에 꽂힌다.
"오늘도 상처받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