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세 번째 이야기_오사카 도톤보리
나라에서 오사카로 이동
나라 킨테쓰 나라역 -> 오사카 혼마치역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나와 짐을 이고 지고 계속 돌아다녔더니 금방 체력이 바닥이 났던 통에 역 안 카페에서 아이스 말차 라떼 한잔을 시키고 잠깐의 휴식을 취한 다음 혼마치행 티켓을 끊었다. 가격은 810엔
혼마치는 긴테쓰 나라역에서 긴테쓰 나라선 급행 오사카 난바행을 타고 가다가 이코마역에서 내려 플랫폼을 이동한 다음 긴테쓰 게이한나선 코스모 스퀘어행을 타고 주오선 코스모 스퀘어행으로 자동 환승해서 혼마치역에서 내리면 된다~!
오사카 The St Regis Osaka 호텔
이곳은 혼마치역이랑 지하가 연결되어 있어 찾기도 쉽고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해있다. 오사카 성은 도보로 30분, 남바 도톤보리는 20분 정도 소요된다.
1층 입구로 들어가면 직원이 있는데 체크인 수속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12층 로비에서 해야 하고 그곳에서 객실 배정을 받아 다시 한 번 상행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는 형태로 되어 있다.
숙박비에 조식 비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아 따로 결제하기로 하고 Spg 멤버십 가입하겠냐며 묻길래 오케이라고 외치고 수속을 끝냈다. 그리고는 조금 기다리니 배정받은 직원이 내 짐을 챙겨 객실까지 안내해주겠다고 하여 배정받은 24층 2403호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카드키를 찍고 객실에 해당하는 층 버튼을 눌러야 위층으로 이동이 가능하며, 객실 앞에 다다라 카드키로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서니 더블 침대 2개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고 통유리로 된 창문에서 바깥 풍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시내 뷰였다.
침실과 욕실은 미닫이 문으로 공간이 나누어져 있고 욕조에는 바깥쪽으로 통유리가 되어 있어 뷰가 좋고 앞에 TV도 있어서 편하게 목욕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인상적이고 세면대가 양쪽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샤워 시설과 화장실도 분리가 되어 있다.
다음에 이사를 하면 거실은 다다미처럼 꾸미고 화장실이랑 욕실은 이렇게 꾸며놓으면 좋을 것 같다!
객실 내 모든 시스템은 전자동으로 되어 있었고 TV랑 미니바는 장식장을 열면 안에 숨겨져 있다!
주변을 살피느라 정신없는 틈에 매니저가 웰컴 티라며 진저 티를 가지고 왔고 여러 사항들을 다시 한 번 친절하게 설명한 다음 돌아갔다!
호텔 주변이 시끄럽지 않고 잘 정리되어 있는 도심지라 휴식을 취하기 좋은 위치이고 역에서도 가깝고 교통도 좋아 부모님이랑 같이 올 일이 있을 때 이곳으로 숙소를 잡아도 좋을 것 같고 호텔 예약 사이트인 익스피디아에서 봤을 때 오사카에서 별점이 가장 높은 호텔이었는데 역시 별점은 거짓말을 안 하는 듯싶다.
밖에 나가려고 하니 비가 올 것 같은 날씨라 조금 쉬기로 하고 쉬는 김에 아리마 온천에서 사 온 사이다랑 나라에서 사 온 연잎 초밥을 맛보기로 결정!
사이다 맛은 사이다 맛 아이스크림 녹은 맛 달달함이 일반 사이다 맛보다 진하고 우리나라에서 파는 막걸리 소다 (부라더 소다) 맛도 좀 나는 것 같다~!
연잎 초밥은 초밥의 맛을 연잎이 부드럽게 감싸면서 초밥 못 먹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단, 고등어는 확실히 그 존재감을 발휘하고 연잎은 촉촉하지 않고 마른 느낌이라 그냥 초밥만 먹으면 좀 퍽퍽하다 느낄 수도 있을 듯!
배를 채운 다음 침대 위에서 뒹굴뒹굴하며 밖을 보니 비가 오면서 해가 지기 시작했고 그 무렵 딩동 소리가 들리길래 나가보니 남, 여 직원 1명씩 침구류 정리를 하러 왔다길래 문을 열어 주었다. 여직원은 객실 침대가 2개인 것을 보고 사람이 1명인 것을 확인한 다음 어느 쪽 침대를 정리할지 난감해하며 묻길래 창가 쪽 침대를 정리해달라고 요청해서 한쪽 침대 침구류 정리를 마친 다음 유카타를 올려놓았다. 동시에 남자 직원은 물 한 병과 컵은 테이블 위에, 룸 서비스 종이는 침대 위에 올려놓고 마지막으로 욕실 쪽 커튼을 닫아주는 것으로 모든 작업을 마친 다음 웰컴 티가 담겨 있던 잔을 챙겨 나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친절함이 극도로 몸에 밴 느낌이었다!
저녁도 먹어야 하고 오사카에 왔으니 도톤보리도 가야 하는데 비가 오니 살짝 망설여질 무렵 더 시간을 지체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라 서둘러 카메라랑 가방을 챙겨 객실을 나왔다. 오사카 성은 다음날 호텔 체크인을 마치고 들렀다가 다음 일정인 교토로 넘어가야겠다.
24층에서 12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한 번 타고 레스토랑이랑 리셉션 장소를 조금 둘러보다가 1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로 갈아타고 밖으로 나갔다. 객실 안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나와보니 비가 제법 많이 온다!
혼마치역에서 남바 도톤보리까지는 도보로 20분 정도 소요되는데 호텔에서 나와 쭉 직진만 하면 된다! 비가 제법 와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끝까지 아케이드로 되어 있어 횡단보도를 건널 때 잠깐씩만 우산을 펼치면 됐다!
초입은 셔터도 거의 내려져 있고 간간이 노숙자들도 있어서 분위기가 좋지 않았지만 도톤보리 근처로 갈수록 엄청난 인파가 쏟아져 나왔다! 비가 왔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진짜 발 디딜 틈 없을 뻔했다! 일요일 저녁인데도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거 보면 금, 토는 더 심할 듯!
간사이 오사카 남바 도톤보리
엄청난 인파에 휩쓸리듯 다니다가 랜드마크 앞에서 셀카 한 번 찍으려다가 전광판이 하얗게만 보여서 이내 포기하고 눈으로 이곳저곳을 느끼고 카메라에 핫 스팟 몇 군데 사진을 담고 저녁 먹을 곳을 물색하기 시작!
이곳은 먹다 죽는다던데 아니나 다를까 라멘집, 오코노미야키, 게 요리 전문점, 우동, 초밥, 타코야끼 등 없는 게 없었는데 너무 많으니 오히려 결정하는 것이 어려웠다!
유명한 집들은 비가 오는 길바닥에서 줄을 길게 서야 하고 또 어떤 곳들은 가게 자체의 규모가 크지 않아 자리가 없을 듯싶어 몇 바퀴를 계속 돌다가 길바닥 홍보맨이 이자카야라고 크게 소리 지르는걸 듣고 별생각 없이 이지카야로 향했다!
그 친구가 이자카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잡아 태우고 한국 사람이냐 물으며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넨 다음 자리까지 직접 안내해주고 메뉴판을 가져다주는 일을 마지막으로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일본 이자카야 와라와라
앉자마자 메뉴판을 정독하고 허기지기도 해서 배를 채울 수 있는 메뉴 선택
담배 냄새도 많이 나고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이자카야 분위기가 아니라서 간단하게 먹고 나가서 맛난 거 따로 먹을 생각을 했다가 밖에 비도 오고 시끄러운 분위기도 어느 정도 적응되고 무엇보다 와라와라라는 친숙한 그 단어에 급 편안해진 마음으로 술기운에 안주를 마구마구 시키기 시작했다.
처음 작은 사케 1병을 시켜 홀짝홀짝 마시다가 이내 모두 비워내고 유자 사케 700ml짜리 1병을 덜컥시켜버렸다~!
이럴 때 누가 옆에 있었으면 같이 마셔줬을까 아니면 못 시키게 말렸을까~ 난 전자의 사람이 좋다!
이런 날 외로운 감정은 예고도 없이 누군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봤을 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일상을 즐기고 싶을 때 문득 아무 생각이 없다가도 훅 들어온다! 누구한테라도 연락하고 싶은데 일본에 있으나 한국에 있으나 연락할 곳이 없는 나 자신이 한참 동안 처량하게 느껴지는 시점이었다. 나름 외로움을 즐기는 나도 이 정도인데 못 견디는 사람들은 매 순간이 얼마나 힘들까...
드디어 주문한 유자 사케가 나왔는데 유자 향이 너무 좋다~! 회사가 롯데라는 거에 한 번 놀라고 원료가 한국이라는 거에 두 번 놀랐다는...... 1병에 700ml인데 도수가 16도인데도 물 대신 마셔도 될 정도로 부담이 없다.
이렇게 막 마시다가 결국 비 오는 날 20분이면 갈 호텔을 2시간이나 헤매고 겨우 들어갔다! 그리고는 결국 장렬히 전사~! 그 와중에도 욕조는 꼭 써봐야겠다며 따뜻한 물에 비 와서 쌀쌀했던 날씨에 얼었던 몸을 녹이고 이내 뻗어버렸다!
결국 아침에 숙취 때문에 늑장 부리느라 조식은 그냥 건너뛰었다! 어차피 숙박비에 조식 비용이 포함되었던 것이 아니라서 체크아웃이 12시였는데 30분 정도 더 걸려 수속을 마치고 호텔을 나왔다! 근데 날 센치멘탈 하게 만들었던 이 비가 아직도 주룩주룩 내린다!
그래서 과감히 오사카 성 구경하려고 했던 스케줄은 패스하고 오사카에서의 일정은 결국 도톤보리만 보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