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20대 둘이 삽니다
동생이 워홀을 가고 싶다고 선언을 하고,
3개월의 유예기간이 주어졌다.
그 안에 함께 살던 이 집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
이사를 갈지, 계속 살지, 동생의 워홀을 말릴지.
일단, 시간이 어느 정도 있으니 퇴근하고 집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목표는 1.5억으로 투룸 찾기.
돈을 벌기 시작한 20대에게 1억은 심볼릭한 금액이다.
유튜브 재테크 영상만 봐도, 1억을 모으면 그다음은 술술 풀릴 것처럼 말한다.
"28살에 1억 모은 팁"
"1억을 모을 때 필요한 자세"
"딱 1억만 시드를 모아 보세요"
그런데, 막상 생에 가장 중요한 '집'을 구하러 다니다 보면
1억이 얼마나 작은 돈인지 느껴지며... 인지 부조화가 온다.
나에게 1.5억은 그 1억의 절반이 더 붙은 엄청 큰돈인데,
대학생 때에 비하면 엄청 넉넉한 보증금이라 생각하며 뿌듯뿌듯 공인중개사를 방문했는데.
실제로 1.5억을 가지고 회사와 가까운 동네를 돌아다니니
좋은 집 앞에서는 얼마나 초라한 금액인지 느껴졌다.
슈욱- 자랑스럽던 펴져있던 어깨는
쉬익- 바람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었다.
위치를 포기하던지,
치안을 포기하던지,
넓이를 포기하던지,
뷰와 청결을 포기하던지,
돈을 포기하던지.
넉넉한 예산 없이 집을 구하는 것은
내게 후순위가 무엇인지 판단하고
잡고 놓는 연습을 하는 과정이었다.
그럼,
다시 나에게로 돌아왔다.
나는 무엇을 잡고 포기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