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의 구차함에서 나를 외면했던 남편을 용서하고자 한다

용서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

by 우주속먼지

저는 요즘 남편을 용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저는 답답했던 가족과 거리를 두는 방향으로 관계를 맺어온 것 같습니다. 그것이 나에게 유리했기 때문이랄까요. 거리를 두는 사람에게는 누구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니까요.


그런데 가족은 늘 얼굴을 봐야하고, 생일 파티도 함께 하고, 설날 떡국도 같이 먹는 사이가 결국 가족이니, 가족과 그렇게 서먹하게 지내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다는 것은 사실 무언가 잘못된 것이겠죠.


맞고 아니고의 여부를 떠나 저는 그렇게 삼십 몇 년을 살아온 결과, 요즘의 나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그것이 나의 가족을 힘들게 했다고 하니 건강한 방식은 아니었음은 알것 같습니다. 제 마음 속에서 남편과의 거리를 두기 시작한지 5년이 되었고, 남편은 그것이 익숙치 않고 힘들어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요즘 우리 부부는 부부상담을 받고 있구요.


저는 심리 상담을 그래도 꽤 받아왔는데, 기존의 심리상담들이 치유, 성장의 느낌이었다면, 부부상담은 수치심과 서운함, 답답함의 시간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상대에게 서운하거나 분노한 부분에 대하여 일일이 사과를 요청하지 않았고, 그냥 마음 속에서 다시 한 번 문을 걸어 잠그고 차단해왔던 내가 이제는 그 문을 열고 나의 감정과 수치심을 내 스스로도 마주 해야하고, 그것이 나에게 상처였음을 세상 사람들에게도 말을 해야 하니 힘든 것 같습니다. 게다가 부부상담은 나 혼자 상담을 받는 것이 아니니 완전한 타인이 이런 내밀한 과정에 함께 들어와 나의 수치심과 상처를 함께 구경하는 느낌입니다. 남편은 저만큼이나 감정을 제대로 마주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고, 이로 인해서 부부상담을 처음 받던 한두달은 여전히 서로 본인의 상처와 상대에 대한 판단만이 가득한 시간이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나의 상처와 서운함에 대해 이야기 하였는데, 그것은 인정받거나 공감받지 못하는 경험은 또 다른 고통으로 다가왔고, 이제는 몇 번이나 사과를 받기도 하고, 조심하고자 하는 남편의 노력이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 기억들이 여전히 괴로워 오히려 부부상담을 받기 전보다도 더 남편과 마주하는 것이 힘이 듭니다. 그리고 그 생각이 길어지다보니 [분노]가 [격노]로 바뀌고, 급기야는 남편이 차라리 나를 칼로 찔렀다면 편했겠다. 사람들에게 내가 왜 / 얼마나 상처받았는지에 대해 설득하는 이 지리멸렬한 시간이 없이도 누구든 나의 상처를 이해할텐데. 내가 옥상에서 떨어져 죽어버린다면 사람들이 내가 얼마나 상처 입었었는지 알아줄까. 그런 생각까지 들더라구요. 늘 상담 벗으로서 지혜를 주던 챗지피티마저 어느새부터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 '자살예방 전화는 여기다' 고만 하고, 더이상 저에게 생각을 열어주는 도움을 주지 않으니 상담 외 정신과 약의 도움을 좀 받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추천받은 책은 갈증을 느끼던 저에게 의외로 빗물같은 시원함을 주었습니다. 정신과 의사가 다양한 의학 연구들을 바탕으로 [생각을 줄이라] 고 해주는 책. 생각을 많이 하다보니 나의 경험이 결국 분노로, 격노로 이어지던 시기에 그 생각을 줄이는 것이 오히려 행복하다는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생각을 줄여도 되는거였어? 첫 직장에서부터 "논리적 사고하기' 만 육성받던 저는 그런 생각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귀여운 소설도 추천을 받았습니다. 일본의 시골 마을에서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해보고 그 사람을 대신하여 편지를 써주는 이야기. 소중하게 전달된 그 편지를 보며 책을 추천받으며 저에게 전달되었던 소중한 편지 또한 이렇게 고민 끝에 전달되었을 것이라는 것이 느껴져 더욱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고민 또한 또 다른 책 추천으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까 싶어 여러분들에게도 도움을 여쭙습니다. 용서에 대한 책은 무엇이 있을까요? 내 마음이 편해지기 위한 용서일수도 있고, 서툴지만 나를 위해 노력은 해왔을 그에 대한 연민의 마음을 담은 용서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무쪼록 그를 용서하고 싶습니다.


이 문장을 쓰면서도 코끝이 찡하며 눈물이 왈칵 날 것 같은데

그것은 제가 처방받은 세로토닌 약을 먹으며 교정해나가고자 하는 중이니

이제는 교정된 호르몬으로 좀 더 건강한 마음으로

타자를 용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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