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아파주고 대신 괴로워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한국 나이 6살이 된 우리 아들은
정말 신기하게도 이런 말을 한다.
나 너무 두려워.
나 지금 초조해.
마음이 불안해.
심장이 콩닥콩닥해.
감정을 스스로 잘 알아차리는 아이가 되었으면 해서
(나는 30대가 되어도 잘 못하므로.
부모는 자기가 못하는 것을 자식에게 가르치니까.)
어렸을 때부터 마음을 표현하는 책,
감정 사전 이런 것들을 잘 때마다 읽어주곤 했는데
조기 교육이 성공한 것인지..
며칠 전에는 학교 끝나고 종종 갔던
영어 놀이학교의 선생님이 바뀌어서
본인이 학원에서 울었다고 집에 와서 얘기를 했다.
울어서 놀이에 참여도 안했다고.
그래서 "선생님 안녕~" 미리 말 못해서 서운했어?
또 다른 선생님이랑 금방 친해질거야.
라고 하면서도 저 어린 자슥이 나름 선생님이랑
그것도 외국인인 선생님과 라포르가 쌓였었나보네- 싶었었다.
그러고는 오늘 또 영어 놀이학교 가는 날.
오후 1시에 버스가 오니 오후 12시부터 어쩐지
계속 안겨붙고 불안함을 호소한다.
나랑 점심 준비하며 놀다가 갑자기 침울한 표정으로
"엄마.. 나 지금 툐툐해.."
못알아들었다.
여러번 얘기하는 것을 들어보니
저 앵두같은 아기 입술에서는
나오기 힘들다고 생각한 단어
"나 지금 쵸 죠 해"
왜 초조하냐고 하니, 원래 친하던 영어 선생님이 없어지고
새로운 선생님과 적응해야 하는데,
그 선생님은 한국말을 아예 못하는 것 같다고 한다.
자기는 영어 말을 잘 못하니
그 선생님과의 시간이 힘들 것 같다고.
같이 마음 사전 책을 가져와서
초조하고 불안할때는 그 감정을 말로 표현해보고,
좋아하는 노래도 불러보는 것이라는 부분을 읽었더니
벌떡 일어나 "산 할아버지~ 구름모자 썼네~" 노래도 2절까지 뽑는다.
그리고는 계속 간지럽혀줘.
그럼 웃음이 나잖아.
티클링 해줘. 하며 억지로 웃음을 짜내는 만 4세 아기.
속으로는 얼마나 불안할까.
그냥 포기하고 싶겠지.
울며 불며 떼를 쓰고 그냥 안간다고 해도 될텐데.
그런데도 간지럽혀 달라고 웃음을 짜내며
또 놀이 학교를 가네.
앙다문 입술로
낯선 셔틀 버스를 타고
기어코는 도전을 하러 가네.
그 두려운 마음을 이기고
끝내 찾아가고,
도전하고,
부딪혀보네.
그러면 알겠지.
알고보니 두려운 마음이 별거 아니었네.
다음번에 또 두려울 때 도전해볼 용기가 생기겠지.
그런 담금질을 살아가며 10번, 100번, 1000번쯤 하다보면
나처럼 삼십대 중반의
어찌저찌 살아가는 어른이 되겠지.
불안해도 어떻게 해. 그냥 하는거지. 하는 어른이 되겠지.
-
아이가 아프면 꼭 내가 대신 아프고 싶다.
아이가 크기 시작하니
아이의 정서적 아픔들도 내가 대신 겪고 싶다.
나는 어른이니
내가 대신 불안해주고 싶다.
내가 대신 겪어주고 싶다.
너에게는 힘들지 않은 길만 있었으면 좋겠어.
그런데 어떻게 그럴수가 있을까.
인생이 어떻게 꽃길만 있겠어.
-
그러다보면 나 스스로도 용기가 생긴다.
나도 저렇게 조금씩 큰걸까.
이 나이에도 아직
하기 싫을 때가 있고,
불안함해서 도망가고 싶을 때가 있는데
어른으로서의 체면으로 꾹 참고 도전하는데.
이 힘든 인생의 선택들은
아직 저렇게 작고 어린 고사리 손부터 시작되었구나.
-
당연히 놀이 학교 다녀온 아이는
"새로운 선생님도 알고보니까 한국말 좀 알아!!!"
하면서 귀엽게 뛰어온다.
그렇지?
아까 두려운 마음이었지만 도전해줘서 고마워.
엄마는 너가 너무 자랑스럽고 고마웠어.
막상 해보면 두려운 것들이 별 일 아닌게 많아.
정말 멋졌어.
얘기 해준다.
-
낯선 무대에서 노래를 불러야 하는 아이를 볼 때,
처음 보는 선생님과 적응해 나가는 아이를 볼 때,
친구들 사이에서 스스로를 대변해나가는 법을 배우는 아이를 볼 때,
"쵸죠해도" 꾹 참고 도전하는 아이를 볼 때,
이렇게 응원만 하며 너를 지켜봐야 하는
나의 마음은 뭘까.
미안함이다.
너를 그런 상황에 놓이게 해서 미안해.
아직 어린 너에게 조금씩 도전을 배우라고 해서 미안해.
너를 어른이 되는 과정에 놔두어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엄마는 미안하다.
-
깔깔 웃는 시간으로만 가득차있기 보다는
두려움을 깨고 나오는
너의 그 시간도 너에게 도움이 될거야.
너가 겪어야 할
너의 시간이야.
너가 배워야 할 감정의 근육이야.
용기라는 시간이야.
끈기라는 가치야.
도전이라는 순간이야.
그러다 실패하고
여전히 속상하고 두려울 때,
나는
엄마는 항상 여기 있을게.
같이 오늘처럼
붕어빵 먹으면서
뜨거운 입김을 호호 불면서
같이 이야기 나누자.
그래도 고생 많았어.
재미있었다.
다음에도 엄마가 응원할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