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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미장 Jun 08. 2017

고참의 비오는 거리

비 오는 거릴 걸었어 너와 걷던 그 길을

상병 때였으니까 아마 2005년 이었을 것이다. 

나는 행정병이라서 가끔 행정반에 간부들이 없으면 음악을 틀어놓곤 했다. 


그날도 비가 와서 '비오는 거리'를 듣고 있는데, 

당직부사관 근무를 하던 운전병 고참이 행정반으로 들어왔다. 

고참은 음악이 끝날 때까지 가만히 듣더니 말을 꺼냈다. 


전에 만나던 여자친구에게 이별통보를 이메일로 받았었는데, 

그 메일의 BGM이 '비오는 거리'였다고(당시에는 BGM 이메일 서비스를 하는 사이트가 있었다). 

이 노래를 들으니까 그 사람이 생각난다고. 


지금은 이름도 잘 기억안나는 고참이지만 그 날 슬프게 웃던 표정은 기억난다. 


비오는 날이면 가끔 '비오는 거리'를 듣는데,

그 고참때문에 나는 이노래를 들을 때마다 전투복 입은 웬 시커먼 남자가 생각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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