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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미장 Nov 30. 2017

[에세이] 이 말을 들으면 네 화가 풀릴까.

요즘 내 연애는 망해가고 있단다. 하하.

집에서 필요없는 물건을 버리는 것에 관심이 있다.

2년 전쯤 단순하게 사는 방법을 다룬 책을 읽고 나서 버림에 대해 관심이 커졌다.

요즘에는 집에서 어떤 물건들을 한참 노려보면서 

안쓴지가 얼마나 됐나 생각해보다가 홱 버리곤 한다.


얼마전에는 서랍에서 버릴 것을 찾아보다가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즈음 펜팔하던 친구의 편지를 발견했다.

몇년 전에 절반 이상 버렸는데, 서랍 구석 안보이는 곳에 더 남아 있었다.


당시 갑자기 편지를 쓰지 않았던 것은 나였다.


이유는 어이가 없을 정도인데,

고등학교를 올라가니 갑자기 남녀합반을 하기 시작했고,

텍스트로만 교감하던 여자 펜팔친구보다는

내 옆에서 같이 웃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여자애들에게 관심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펜팔친구의 편지 중에는 왜 답장이 없냐는 것도 있고,

이번에도 답장이 없으면 자신도 이제 그만 쓰겠다는 편지도 있었다.


당시의 나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하하하.) 거짓말을 잘 하지 못했고,

같은 반 여자애들에게 정신이 팔려서 너에게 편지를 쓸 정신이 없었다고 말하기가 너무 미안했다.

솔직하게 말한다면 스스로의 한심함을 증명해보이는 꼴이 됐기에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주 멍청하게 도망쳤던 것이다.


그녀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



잘 지냈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으면 좋겠다.

예전에 나 때문에 많이 속상했을 것 같아.

미안해.


혹시 이 말을 들으면 네 화가 조금은 풀릴지 모르겠다.

그 때의 업보일 수도 있겠다고 가끔 생각해.

요즘 내 연애는 망해가고 있단다. 하하.

아주 X 됐어.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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