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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미장 Aug 26. 2019

[한달간 매일 감사하기] 1,2일차

염세주의자의 감사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나는 굳이 성향을 분류하자면 염세주의자에 가깝다. 하지만 염세적으로 인생을 사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거의 모든 상황에 도대체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라는 질문에 마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달간 매일 감사한 일을 하나 이상 적어보기로 한다.

내가 좀 덜 괴롭게 살길 바란다.


2019년 8월 24일 토요일 - 1일차


주말에 별일 없으면 부모님 댁으로 간다. 저녁에 운전해서 가는데 차가 하나도 막히지 않았다. 하늘은 주황과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아름다웠다. 

운전하는 동안 라디오를 들었다. 91.9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들려주는 음악이 좋았다. 아는 노래의 몇소절은 따라 불렀다. 짧지만 평화롭고 기분좋은 시간이었다.

저녁식사로 엄마(나는 여전히 어머니보다는 엄마라는 단어를 훨씬 좋아한다)가 꽃게찌개를 해주셨다. 이 나이까지 부모님이 해주시는 음식 받아먹는 것이 조금 죄송하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먹는 꽃게찌개는 맛있었다.

아름다운 풍경, 기분좋은 시간, 맛있는 음식에 감사한다.



2019년 8월 25일 일요일 - 2일차


오전 10시경 고객사의 과장에게 전화가 왔다. 주말에 일을 시키는건 아닌가 하는 불길함을 안고 전화를 받았다. 다행히 해야할 일이 있었던건 아니고, 오늘 생긴 상황에 대한 의견을 묻는 정도였다. 5분간의 통화 후 더이상의 전화는 없었다. 다행이다.

평화로운 주말이었다. 다음주에 크게 바쁜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어 마음이 편했고, 약속이나 가족모임이 있지도 않아서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며 충전할 수 있었다. 

<펄프 픽션>을 오랜만에 또 봤다. 오늘을 포함하면 다섯번 정도 본 것 같은데 아직도 이런 장면이 있었나 싶은 것들이 보였다. 무슨 영화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꼭 대답하는 영화 <펄프 픽션>. 또 한번 볼 수 있어 좋았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정말 음악을 잘 쓴다. 우마 서먼이 집에 돌아와서 Girl You'll Be a Woman Soon에 맞춰 춤추는 장면은 내가 이 영화에서 사랑하는 장면이다.

음악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금요일에는 <롱 샷>을 보다가 굉장히 익숙하지만 누구 음악인지 몰랐던 노래를 알게 됐다. Roxette의 It must have been love 였다. 영화 장면과 찰떡처럼 잘 맞아서 그 장면을 몇번 돌려봤다. <프레티 우먼>의 OST로도 쓰였더라. 오늘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운전하며 또 들었다. 좋았다. 지금도 듣고 있다. 좋다.

일 없고 평화로운 주말, 재미있는 영화, 좋은 음악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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