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어른을 대할 때

오버하지 말자

by 우주속의 먼지

“아니 나도 접수랑 다 할 수 있는데 아들이 같이 와서 나는 그냥 가만히 앉아있기만 했어...”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가게 된 어느 어머니의 말씀이다. 이 말속엔 ‘우리 아들 효자야.’ 보다는 ‘나도 다 할 줄 아는데 노인취급 당해 좀 속상해.’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나 또한 그 아들과 다름없이 우리 엄마를 대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짧은 말이었지만 내 머릿속에 스쳐가는 많은 순간들, 그 속에서 우리 엄마도 저렇게 느꼈겠구나. 내가 한 건 나를 위한 행동이었구나. 내가 오버를 많이 했구나... 나의 낡은 생각을 부수듯 머리에 화살 하나가 날아와 꽂히는 듯했다.


나이가 많은 분들을 대할 때 가장 널리 잘못하고 있는 부분은 아마 이런 것일 것이다. 그 사람들이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능력이 저하되어 혼자 일을 처리할 수 없고 내가 보호자처럼 옆에 붙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


이제는 내가 보호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지만 그래도 그분들이 아이가 되는 것이 아닌데, 자꾸 내가 해결사(마치 엄마)처럼 나서게 된다. 나이가 들다 보면 트렌드를 따라가기 힘들고(트렌드는 나조차도 따라가기 힘들다), 기계조작이 힘들고 귀가 잘 안 들릴 수 있지만 그것이 인지의 저하를 뜻하는 것이 아님에도 자꾸 무언가를 ‘가르치려’ 들게 되는 것이다.


또는 어떤 일을 설명해야 할 때 못 알아들을 거라 지레 짐작하고 설명 자체를 포기하고 알아서 진행해버린다. 특히 부모님을 대할 때 그렇다. 와이파이가 꺼진 줄 모르고 데이터를 쓰다가 요금이 많이 나왔는데 왜냐고 물어보면 갑자기 말문이 막힐 때가 있다. 살면서 이것들을 설명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핸드폰을 달라고 해서 와이파이를 켜고 돌려드리면 끝이지만, 그러나 차근차근 잘 설명하면 잘 이해하신다. 문제는 부모님이 아니라 나의 설명능력이었던 것이다.


내가 다 해결할 테니 당신은 가만히 계십시오-라고 하면 나는 마치 상대방을 위해 엄청난 일을 해주고 상대방은 나에게 고마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철저히 나만의 착각이었다. 그렇게 손발 묶여 가만히 있는 동안 그 사람은 얼마나 스스로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느낄까.


상대방을 위해 무엇을 한다고 생각할 때 ‘누구’를 위해 하는 행위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내 마음이 편하자고 상대방을 바보로 만드는 것은 아닌지 한 번씩 필터를 걸러볼 필요가 있다.


이제 오버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마음이 정 불편할 때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인간은 모두 주체적이고 생존을 위한 능력이 있다. 그 능력치가 조금 낮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위기는 아니다. 가족이든 남이든 모두의 생활환경이 다르고 살아온 세계가 다르다. 자신이 가진 능력 안에서 주변 환경을 통제하고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다. 인간도 결국 동물이기 때문이다.


등이 90도로 굽어서 걸어다니는 할머니를 보고 짠하게 생각할 필요가 하나도 없다. 그 할머니는 그럼에도 완벽한 무게중심을 잡고 걸어다닐 수 있는 능력자이니 오히려 미래의 롤모델이다.

등이 하나도 안굽었는데도 계단 오르는 게 귀찮아서 에스컬레이터를 찾는 나야말로 짠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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