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지 않은 초대

나는 당신의 선생님이 아니고요

by 우주속의 먼지

'선생님 잘 지내시나요? 오랜만이죠. 다름이 아니라 제가 결혼합니다....'


단체 문자를 보낼 때 '복붙'하는 거 아는데, 그래도 중대사를 알리는 메시지면 내 이름은 불러줘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결혼식에 초대할 만한 카테고리에 내가 속해있지 않다. 일하면서 얼굴 두어 번 본 것이 다이고, 장담컨대 어딘가에서 우연히 만나도 따로 눈 마주치고 인사를 하거나 안부를 물을 사이도 아니다.


그렇다. 이것은 그냥 청구서다. 관심 없는 얼굴, 관심 없는 내용, 관심 없는 사진들이 줄줄이 이어지다가 아니나 다를까, 맨 마지막엔 계좌번호가 적혀 있다. 그렇다면 더더욱 돈을 꺼내기가 싫다. 집으로 날아오는 주민세나 자동차세 고지서도 이름이 적혀오는데 감히 그 정도 노력도 없이 돈을 뜯어가려고?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했지만 기술만 혁신을 이루었지 사람들의 생각은 여전히 옛날에 머물러 있다고 느꼈다. 기술혁신으로 우편료도 안 들이고 주소록에 있는 ‘아무나’ 에게 같은 내용으로 줄줄이 모바일청첩장을 보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에너지와 시간을 아끼고, 미끼를 무는 고기가 많을수록 좋을 것이니 이 사람 저 사람 고르는 단계를 생략하는 걸까? 철판 정도는 얼굴에 미리 깔려 있으니 부끄러움은 남의 몫인가?


누군가 결혼하면 앞집에서는 술, 뒷집에서는 떡, 이런 식으로 축하면서 다 같이 잔치하는 의미로 여러 이웃들과 지인들이 도움을 주던 문화가 예식장이 생기면서 축의금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축의금도 좋은 문화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축의금이 좋은 건 ‘축하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 정도에 머무를 때다. 떡 대신, 술 대신, 케이크 대신 간편하게 줄 수 있는 것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친구나 소중한 지인의 결혼엔 진심을 가득 갖고 돈봉투를 들고 간다. 그러나 별 친분이 없는 직장 동료, 혹은 일하면서 잠깐 스친 인연들에게까지 나누어줄 마음은 없다.


그냥 보통의 청첩장이라면 축하한다는 한마디는 남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계좌번호를 보는 순간 마음을 바꿨다. 나는 이런 문화에 '읽씹' 으로, 소심하게라도 끝까지 저항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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