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중#7 : 악마의 씨
안쪽의 세계에서 인간계로 불쑥 걸어 나온 것은, 초립을 쓴 꼭두였다. 말로만 전해듣던 영물들을 연이어 직관하게 된 놀라움에, 은현은 침을 꼴깍 삼켰다. 저승으로 불러들이는 존재는 사자이지만, 도착할 때까지 길을 잃지 않게 지켜주는 것은 꼭두라 하였다.
먼저 산신에게 예를 표한 후 잔뜩 긴장한 유서준의 곁으로 다가선 꼭두는, 초롱을 가까이 바짝 대고서 소년의 신체 곳곳을 살폈다.
[많이 맞았구나. 가엾게도.]
[수라도에서 온 것들이 노리고 있다. 묘시가 되기 전까지 영계로 인도할 수 있겠는가?]
[신성한 백중에 이런 난을 일으켰으니 필시 싸움에 굶주린 불한당들이겠지요. 맡겨만 주십시오.]
꼭두는 킁하고 콧소리를 낸 뒤 길게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그의 몸이 계속 복제가 되더니 삽시간에 일개 군단을 이루었다. 말을 탄 자, 깃발을 든 자, 대금을 부는 자, 활을 든 자 등등 다양한 역할을 나누어 맡은 꼭두들은 아닌게 아니라 퍽 듬직했다.
산왕대신께 큰 절을 올린 뒤, 가마에 올라 앉은 유서준은 모든 것을 내려놓은 표정으로 주위를 한 번 둘러보았다. 자신을 위해 피를 본 동자를 향해 입모양으로 ‘고마워요‘라고 인사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도열한 꼭두들은 불씨의 포탈 너머로 하나 둘 걸어 들어갔다. 가마의 차례가 임박한 마지막 순간, 유서준은 고개를 돌리더니 은현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그 남자, 어깨에 점이 세 개 있어요. 자기가 옷을 벗어놓고선 거길 쳐다보지 말라고 걷어 찼어요. 아직 다른 아이들이 잡혀 있어요. 꼭… 구해주세요.]
이야기가 끝나자 마자 가마는 저세상으로 완전히 넘어갔고 불씨도 사라졌다. 그가 남긴 마지막 단서를 곱씹을수록 은현은 토악질이 올라왔다. 한 두 가지를 한 게 아니구나. 몸과 목숨과 그 이상의 무언가를 유린해대는 죄질이 너무도 더러웠다.
[산왕대신, 오늘의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런지요.]
여태 넋이 나가있다가 간신히 정신줄을 붙잡은 동자가 연거푸 고개를 조아렸다.
[제자를 잘 모셔라.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화우당의 기자야.]
“예, 어르신.”
[해보아라. 해 보고, 아니다 싶으면 놓는 것도 방법이다.]
또. 정이한에게 일사를 의뢰받은지 반나절 밖에 지나지 않았건만. 대신 할머니에 이어 산신까지 명백한 시그널을 보내고 있었다. 가능하면 몸을 사리라는.
그러나, 공적인 영역에서 해결을 못해 여태 붙잡혀 있다는 아이들의 고통은 어찌하란 말인가. 누군가 제지를 하지 않으면, 점차 수법이 더 악랄해지고 규모가 더 커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은현은 생각했다. 나는 경찰도 정의의 사도도, 그 무엇도 아니다. 아니지만. 나 자신을 잘 안다. 들어버리고 엮여버린 이상, 모른척을 하는 것이 더 괴로울 그런 성격이다.
“망자와 중생의 고통을 해원해주는 것이 저의 일입니다. 제 길동무로든 다른 이들의 길동무로든, 두 번 다시 꼭두를 볼 일이 없게끔 잘 해보겠습니다.”
은현의 대답에 산왕대신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자신을 내세워 포섭하지 아니하고도 물 흐르듯 돕게 만드는구나. 용기 있는 자이다. 다만, 기백에 비해 지닌 원력이 아직은 적다. 부녀자들 위주로 생활 점사나 보던 깜냥인지라 경험도 태부족하고… 자칫, 젊은 혈기에 호승심이라도 동하면 제 손에 피를 묻혀가며 무리를 하게 될 수 있다.
그래도 덧없고 모래성같은 인간사의 탁류 한가운데서, 미지의 두려움을 다룰 줄 아는 존재란 그 자체로 귀한 것이기에. 산신은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짐을 꾸려 하산하는 은현과 동자의 뒷모습이 점이 될 때까지 지켜본 그는 백호 위에 지그시 걸터 앉았다. 그렇게 주산의 첨봉으로 돌아가는 길에 약간의 신통을 발휘해 앞날을 내다보았다. 최선과 최악의 가능태를 모두 훑고 난 뒤, 백호에게 말했다.
[이렇게 번잡하고도 흥미로운 백중은 처음이로구나. 그렇지 않으냐?]
동의한다는 듯이, 백호는 제자리에서 고개를 살살 흔들어보였다.
[내일은 도봉산으로 건너 가보자. 앞으로 할 일이 있다.]
**
같은 시각.
한 마리의 검은 새가 서울의 밤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가고 있었다.
동트기 직전의 생명력을 머금은 청아한 새벽 공기에 제 아무리 체취를 희석하려 해도, 짙게 배어버린 죄악의 냄새는 새가 그리는 포물선을 따라 매캐하게 번져나갔다.
선바위에서, 선발대에 선 동료들이 붉은 파편을 맞고 죽어가는 것을 본 한 마리의 까마귀. 그는 자신에게 환술을 건 주인의 곳으로 회귀하는 중이었다.
우면산 인근에 이르러 까마귀는 고도를 낮췄다. 붉은 양귀비가 흐드러지게 핀 정원과 그것을 둘러싼 담장이 유난히 두텁고도 높은, 거대한 2층 짜리 고급 단독주택. 새가 돌아오는 것을 미리 알았던지, 주인은 마침 창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였다.
마호가니 원목으로 세팅된, 서른 평 남짓한 서재. 핀조명을 등지고 선 남자는 족히 삼천 권은 넘는 책들 앞을 천천히 거닐고 있었다. 톨보이 하이엔드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글렌 굴드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들으며 그는 언어도 허밍도 아닌 괴상한 신음소리를 간헐적으로 뱉어내는 중이었다.
입구와 마주보는 벽면에는 살바도르 달리가 그린 타로카드의 데빌 원화와 헨리 다거의 비비안 소녀 연작 시리즈가 여러 점 걸려 있었다. 수년에 걸쳐 스위스 아트바젤과 홍콩 크리스티 옥션을 들락이며 어렵게 사들인 애장품들이었다.
고학력에 고지능. 삼대에 걸쳐 가다듬어진 귀족적 아비투스의 현현 그 자체인, 삼십대 후반의 미국 시민권자. 그리고 케이팝 시장을 양분하는 슈드 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 연예인 못지 않은 비주얼의 조태범에게 따라붙는 수식은 언제나 화려했다.
공식적으로는, 그랬다.
뼈를 깎는 성형과 다이어트와 줄기세포 시술로 환골탈태하기 전, 조태범의 별명은 ‘추남‘이었다.
태중에서부터 소아당뇨를 달고 태어난 그는, 유치가 다 올라오기 이전부터 이미 피하지방으로 살갗이 터져나갈 것 같은 레벨의 비만인 체형이 굳어졌었다. 집안일을 거드는 도우미들과 가정 교사의 손에서 명절과 연말연시를 보내던 그는, 어느 순간 깨달았다. 부모님은 예쁘고 날씬하고 잘 생긴 형과 누나들하고만 해외의 세컨 하우스로 ‘그를 피해’ 휴가를 다닌다는 사실을.
어린 나이에 합병증까지 생겨버린 고위험군인 만큼 국내 최고의 의료기관에서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하므로, 집 근처를 떠나서는 안된다는 지침은 그저 핑곗거리에 불과했다는 것을.
아직 한글도 다 떼지 못한 아이에게, 평생을 써도 다 쓰지도 못할 만큼의 돈다발을 안겨주면서 부모님은 말했었다. 이걸로 하고 싶은것, 실컷 다 하렴. 엄마 아빠는 일하고 올게. 그런 그들이 인자하다고 착각을 하던 시절이 조태범에게도 있었다. 그들의 인정을 갈구하며 몸부림을 치던 시절이.
대학병원의 주치의는 철저한 식단과 운동 프로그램을 권장했지만 조태범의 부모는 도우미들로 하여금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먹게 해주라고 지시했다.
외가쪽의 고질적인 집안력으로, 소아당뇨가 악화돼 채 스물이 되기 전에 사망한 사례가 여러 대에 걸쳐 꾸준히 나타났기 때문에. 조태범의 부모는 아마도 짧을 막내아들의 인생, 굳이 고통스럽게 모든 것을 절제하게 하느니 언제 죽어도 여한이 없게끔 놔두자는 주의였다.
각자의 운명이 있는거지. 다행히도 다른 아이들이 잘 자라주고 있었으므로, 그래도 된다고 부부는 합리화 했다. 사실상 방치이자 자포자기나 다름 없었다. 선천성 난치병 아이를 성심으로 케어하며 완치의 서사를 쓰기엔, 금수저 태생의 부부는 너무도 안일했고 또 순수하게 이기적이었다.
확장 가도를 달리는 준재벌가에 태어난 단 하나의 아픈 손가락이자 오점. 그렇게 점찍힌 성장기의 트라우마를 설욕하기 위해 사춘기를 맞이한 조태범은 죽을만큼 운동하고 죽을만큼 공부를 했다.
형처럼 기부 입학을 한 것도 아닌, 코피를 쏟아가며 성적을 내어 정정당당하게 합격한 보딩스쿨은 그러나 제 발로 걸어들어간 지옥이나 다름 없었다. 영미권의 아이들은 출신을 떠나 성향 자체가 직설적이기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수컷의 서열에 들지 못하는 존재는 대놓고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았다.
피자 페이스. 유학시절 그의 별명은 하얀 돼지에서 피자 토핑을 잔뜩 올린 붉은 얼굴로 바뀌었다. 제아무리 비싼 시술을 받아도 호르몬의 농간으로 뒤집힌 악성 화농성 여드름은 장장 8년간 그의 청춘을 유린하고서야 완치가 되었다.
이제는 현대과학과 의술의 힘으로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었건만. 아직도 꿈속에서는 놀림받고 숨어서 울고 있는 찌질한 과거의 내면 아이가 정처없이 떠돌고 있었다. 이런 극복 불가능한 열등감과 피해의식을 감추려는 심리는, 외부세계의 약자들에 대한 과도한 통제욕으로 이상 발현되기 시작했다.
그는 복수하고 싶었다.
모든 의학적 수치를 정상화시켜 데이터로 보여주었건만. 죽음의 강행군을 하며 박사도 두 개나 땄건만. 언제 죽을 지 모른다는 핑계를 대며 부모는 일관되게 가족 사업에서 그를 철저히 배제시켰다. 조태범은 그들을 후회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러려면 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을, 먼저 가로채는 수밖에 없었다.
사업 다각화. 더 많은 펀딩. 성공. 테크 산업 및 정계와의 연결. 해외상장. 미디어사 지분 인수. 글로벌한 네트워킹. 프로파간다. 영향력. 더 막강하고도 항구적인, 영향력.
자신을 추하다는 이유만으로 혐오하고 학대했던 더러운 세상에 복수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론을 처음으로 찾아낸 것은, 교양과목에서 참고도서로 접한 사드 후작의 저술을 접한 순간이었다.
소돔의 120일. 첫 장을 펼치는 순간부터 마지막 장을 덮기까지 그는 자세 한 번을 흐트러트리지 않고 완독을 해냈다. 그리고 전율했다.
이거다.
타고나기를 아름다운 존재들을 누구보다도 먼저 선점하여 소유하고, 지배하고, 한정적으로 유통시킨 뒤, 조금이라도 상품 가치가 떨어지면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 모두에서 학대하여 인격을 완전히 파괴해버리는 것. 그리고, 그들의 망가진 우상을 사랑하던 다수 대중들이 혼돈과 공포에 사로잡히는 순간의 어두운 에너지를 수확하는 것.
사랑한 만큼 공포와 증오가 깊어지면, 악한 영들이 좋아하는 이야깃거리가 탄생한다. 빛의 세계를 갈망하고 짝사랑했으나 끝끝내 거부당한 한 남자의 뒤틀어진 자존심, 애정결핍과 편집증, 인정욕구는 마침내. 손을 대지 말아야 할 어두운 오컬트의 세계로까지 뻗어가고야 말았다.
“돌아온 게, 너 하나라고? 들인 공이 얼만데. 병신같은 것들.”
창틀에 앉아 우물쭈물 하고 있던 까마귀를 향해 조태범은 살기를 쏘아 보냈다. 까마귀는 겁에 질려 부리를 딱딱 부딪혔다. 아까 인왕산에서 마주친 무리보다, 주인이 천 배 만 배는 두려웠다.
아니나 다를까.
귀환한 까마귀의 머리통에 손을 대고 기억을 읽어들이던 조태범의 얼굴에 순간 검은 영이 씌이더니.
싸이코패틱한 열망에 사로잡혀 돌연 새의 두상을 쥔 왼 손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인간의 악력을 넘어서는 불가사의한 힘에 기가 질린 가엾은 새가 마수를 벗어나보려고 발버둥을 쳤으나 이미 늦었다. 빠스락, 하는 소리와 함께 새의 두개골이 부서졌고 흘러나온 뇌수에 조태범은 두 손가락을 푹 꽂아넣었다.
까마귀의 시선이 담아온 기억의 조각들을 살핀 조태범은 세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아냈다. 세상에는 자신이 모시는 악령과는 사뭇 다른 여러 타입의 신들이 존재한다는 것. 그 신들의 총애를 받는, 기분 나쁜 계집년이 있다는 것. 잘 봉인해 둔 줄 알았던 유서준의 영혼이 누군가의 배신으로 탈출을 했다는 것.
기분이 더러워진 조태범은 반쯤 마시다 남은 로마네 꽁띠를 병째로 치켜 들었다. 그리고 왼 손 위로 그것을 콸콸 들이부어 핏자국을 씻어내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골때리는 백중은 처음이네.”
손가락 사이에 묻은 와인을 천천히 핥아 없앤 뒤, 데스크탑 앞에 앉은 그는 초록창을 열고 까마귀의 기억속에서 들린 세 글자를 검색했다.
화우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