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홍염 #1.초량동 선화보살
부산시 동구 초량동 구시가지. 정박한 러시아 선원들과 그들을 기다리는 접대부들, 그리고 화교가 운영하는 중식 맛집을 탐방하고자 몰려든 관광객이 얽히고 설킨 텍사스촌 골목.
제 3세계로부터 쏟아져 들어온 각종 마약과 밀수품 거래가 이루어지는 창고 바로 옆의 디저트 핫플레이스에서는, 하얗고 말간 얼굴로 표준어를 구사하는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천진난만하게 인스타그램 인증샷을 찍느라 분주했다.
초국적성의 불법과 합법이 뒤섞여 있는, 오래된 홍등가의 소요로부터 일 킬로미터쯤 떨어진 곳. 노후한 가로등이 띄엄띄엄 세워진 거리 너머에, 몇 블럭의 빌라촌이 운집해 있었다.
사람이 한쪽 팔을 벌리고 지나갈 수가 없을 정도로 좁다란 골목길. 구에서 도로정비나 방역 사업을 포기한 채로 하세월만 묵힌, 공용도로 바닥 곳곳에는 애기 손바닥만한 바퀴벌레의 사체가 잊을만 하면 등장했다. 초고령에 이른 구시가지의 원주민들은 대수롭지 않게 그것을 밟으며 지나다녔다. 마치, 헨젤과 그레텔이 흘려 놓은 빵가루라도 된다는 듯이.
암모니아 냄새가 스멀스멀 피어 올라오는, 검붉게 산화된 하수도관이 깨진 아스팔트 틈 사이로 노출된 경로를 따라 대 여섯번 쯤 꺾어 들어간 막다른 길. 그곳에, 작은 마당을 낀 단층짜리 건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파란색 페인트칠이 거진 다 벗겨진 대문의 오른쪽 구석자리. 단촐하게 꽂혀 있는 세 줄기의 대나무는 이 장소가 어디인지를 단번에 나타냈다.
[천지신명 선화보살]
종일 바지런히 이집 저집을 돌아다니며 일품을 구하던 동네 목수 영감에게 돈 오십 만원을 주고 주문한 나무 문패였다. 뇌졸중으로 급사한지도 수 년이 흘렀건만. 영감은 술에 쩔어 사람 구실을 성히 못하는 홀아비 밑에서 크고 있는 초등학생 손녀가 마음 쓰여, 아직까지도 황천을 건너지 못한 상태였다.
[보소…예? 보살님요. 보살님요.]
“엄마야! 이게 무슨 소리고. 아, 할배. 쫌! 만다꼬 또 왔는교?”
옥수 그릇에 깨끗한 새 물을 채우고 있던 이선화는, 기척도 없이 불쑥 나타난 목수 영감의 혼령에게 다짜고짜 타박을 퍼부었다.
[부탁 좀 들어주소. 예?]
그러나 영감은 숫제 양반다리를 하고 앉더니 선화에게 너도 앉으라는 듯 손짓을 까딱까딱 해보였다. 거의 지박령화 되어 가는군. 기운이라곤 없는 왜소한 영감네가 어쩜 이렇게 줄기차게 도깨비터를 들락일 수가 있는걸까.
선화의 법당은 터가 세어서 왠간한 잡귀는 근처에 얼씬도 못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문제는, 손님들도 한 번은 왔다가지만 재차 방문할 엄두를 잘 못 낸다는 점이었다. 새로운 계약자가 들어와 신당을 차리는 족족, 반 년을 채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갔다.
선화가 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숱한 무당들이 말아먹고 나간 자리에서 도리어 발복을 하는 애동이 있다는 소식에, 신점 매니아들은 주중이고 주말이고 할 것 없이 예약을 하고 몰려들었다. 저 멀리서 기차와 비행기를 타고 오는 손님들도 드물지 않게 있었다.
처음 선화에게 점사를 보러 온 손님들은 두 가지에 놀랐다. 완전히 애기같은 얼굴이며 목소리, 혀 짧은 말투로 반세기 전에나 쓰이던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해서 도무지 실제 나잇대를 종잡을 수가 없다는 점. 그리고 손님의 주변에서 돌아가신 분들의 모습을 정확히 묘사하는 대목에서는 매번 탄성이 터져나왔다.
무당마다 남다른 재능이 하나씩은 있는데, 선화의 경우 눈으로 왔다. 손님들을 따라온 귀신의 모습이 어찌나 휘황찬란하게 잘 보이는지, 인간보다 곱절의 해상도로 시신경에 인식이 될 때도 종종 있었다.
[퍼뜩 앉아보소. 내사 걱정이 돼서 딱 죽겠구마는.]
저기요, 할배요. 이미 돌아가셨거든요. 내적 핀잔을 주며 선화는 못이긴 척 자리에 앉았다. 어디 한 번 보자. 오늘은, 목수 영감의 눈동자 깊숙한 곳에서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사념이 또렷하게 보였다. 순한 양반이 왠일이람?
[얼라가 요새 바람이 들어가 집에를 도통 안 들어가는기라. 무신 춤을 배우러 다닌다 카는데.]
역시. 손녀의 일이었다.
“뭐, 한창 연예인도 따라하고 놀 나이 아입니까?”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보이자, 목수 영감이 흐으으하고 앓는 소리를 내더니 주먹을 들어 제 가슴을 쾅쾅 쳤다.
[그기 아이고. 누가 자꾸 꼬시는데. 그기, 그기 사람이 아니라 안카나!]
“예…? 사람이 아이믄 뭔데예?”
안색이 싹 바뀐 선화가 자세를 고쳐 앉고 되물었다.
[누겠노. 자네가 알아봐줘야제.]
골치 아프게 됐군.
이번 동지까지 천도를 시키지 못하면 목수 영감은 좋은 곳에서 다시 태어나지 못하고, 이승의 잡귀 신세를 영영 면하지 못하게 되어 있는 운명이었다. 따라서 선화는 가을쯤부터 몫을 잡고 기도를 올려, 영감을 살살 달래어 보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제 선을 넘다 못해, 육아 뒤치닥거리까지 하라고? 나는 신의 제자지, 흥신소는 아닌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어미도 없이 알콜중독 아버지를 피해 집밖으로 도는 아이가 한 동네 주민으로서도 신경이 쓰이기는 했다.
”할배. 손녀 딸내미는 내가 함 만나 볼끼구마. 너무 걱정 마이소.”
상냥하게 웃어보이는 선화를 향해 목수 영감은 대뜸 새끼 손가락을 내밀었다. 이 영감쟁이가 건져놨드만 보따리 내노라하네. 어이가 없었지만 최대한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일단은 새끼 손가락을 걸어 주었다.
[자네, 지금 내하고 약속했데이. 그라고, 조심해라카이. 글마는 보통이 넘는다.]
“아따, 당장 죽고 살 일 없으니까 가락이나 듣다 가소.“
선화는 법당 한켠에 놓여있던 가야금을 끌어당기더니 현을 뜯기 시작했다. 황병기의 가야금 산조와 춘설을 연주한 다음, 미궁으로 넘어가자 목수 영감은 취해 있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법당 밖으로 부리나케 사라졌다.
역시 퇴마에는 명장의 퇴마곡만한 게 없군. 히죽 웃으며 가야금을 한 켠으로 밀어놓은 선화는 불현듯 옛 생각에 빠져들었다.
***
경남 산청에서 나고 자라 평생 동네를 떠나본 적이 없던 선화의 부모님은, 금슬이 좋았다. 낮으로는 농사를 짓고 밤으로는 아이를 만들다 보니 어느덧 오 남매를 이루었다. 안분자족 안빈낙도. 집안에 걸려있는 사자성어의 뜻을 알게 된 열 다섯 이선화는 주먹을 꽉 쥐고 고개를 저었다.
나는 더 많은 걸 원해.
성장기 내내 엄마를 대신해 빨래와 청소와 밥과 설거지를 하다가, 때가 되면 비슷한 영농후계자를 만나 축사와 논밭을 꾸려나가는 삶을 살고 싶진 않았다. 대도시로 가서, 이름난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니고 번듯한 직장도 구한 다음에는 알찐 브랜드 아파트도 하나 분양받고, 해외여행도 다니며 즐겁게 살고 싶었다.
아이엠에프 시대에 태어난 선화에게는 그녀의 꿈을 지지해주는 고등한 이웃이 있었다. 대기업을 다니다가 실직하고 차선책으로 귀농을 택한 딩크 부부는, 처음부터 선화를 감싸고 돌았다. 노트북과 문학전집과 엠피쓰리를 빌려주면서 너는 참 똑똑하다, 여기 있을 아이가 아니다 하며 동기부여를 해주었다. 작고 다부진 체격에 새까만 얼굴. 시골에선 모두가 놀리던 생김새마저도 서울내기 부부는 당돌한 귀여움으로 받아들여주었다.
그렇게 몇 해쯤이 흘렀을까.
부산에 있는 특목고에 합격한 기쁨을, 친 가족보다도 가장 먼저 알리고 싶었던 그들의 보금자리로 달려갔던 그 날.
대청마루 대들보에 나란히 목을 메고 죽어있는 부부의 시체를 최초로 목격한 것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아직 자기들이 죽은줄을 모르고 부엌에 들어가 새참을 지을거라고 칼이며 도마를 꺼내놓고 두런두런 하던 모습이 눈에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동반 자살의 원인에 대해 마을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끝끝내 애가 서질 않아서 절망을 했을 거라는 둥, 농사일이 생각보다 고되고 돈도 안되고 지쳤을 거라는 둥.
다 틀렸다. 부부의 귀신은 자신들을 알아보는 선화에게 다가와 이렇게 속삭였다.
허무하다고.
더 살아봤자 근본적으로 나아지지 않을 것을 안다고.
그래서 지금 가나, 나중에 가나 큰 차이가 없을거라고 판단했다고.
너는 우리랑 다르니까 절대로, 허무에 져버리지 말라고.
뒤늦게 발견된 유서에는 옷가지는 모두 태우고 집은 팔아서 마을발전기금에 보태고, 책과 컴퓨터와 시디와 오디오는 선화에게 물려준다고 적혀 있었다. 부부의 유언이 저주가 된건지 뭔지, 아이러니하게도 유품을 받는 순간부터 허무와 맞서는 선화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세상에서 처음으로 나를 믿어준 사람들이 죽어버렸어. 그것도, 스스로. 그리고, 그 날 부터 영안이 열렸지. 이런 이상한 팔자가 어딨담.
목표한대로 국립 대학에 진학해서 마을엔 경축 플랜카드까지 나붙었지만, 한 학기만에 자퇴를 해버리고 말았다. 사람보다 귀신이 더 생동감있게 보이기 시작한 세상을, 제정신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했다.
학교 앞에 얻어둔 자취방을 정리하려고 부동산에 내놓고 마지막으로 동아리실에 들러 짐을 찾아올 요량으로 올라간 교정에서, 은현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나는 어떻게 됐을까.
대학축제의 꽃이라는 축하공연과 푸드마켓에서 동떨어진 코너 자리에 작은 부스를 차리고 앉아 있던, 단아한 또래 여자. 사람들이 여럿 몰려들어 신기하다, 대박이다를 연발하고 있길래 호기심에 다가선 게 발단이었다.
여자는, 쌀을 던져 점을 봐주고 있었다. 선화는 첫눈에 알아보았다. 은현의 등 뒤에서 그녀를 감싸안듯 일렁이던, 둥근 해무리같은 에너지체를. 얼핏 보기에도 한 두 명이 아니고 잡귀도 아닌, 급수가 제법 높아 보이는 신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자신의 차례가 되어 자리에 앉은 선화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은현은, 아무 질문도 하지 않았는데 당연하다는 듯 쌀을 먼저 던졌다. 그리고 말했다.
”당신을 자랑스러워 하고 계시네요. 두분 다.“
“…!!”
“학교를 그만둔 걸 슬퍼하세요. 본인들 때문이라고 죄책감을 갖고 있고요.”
“난, 원망 안해요. 여기까지 온 것도 어찌 보면 그분들 덕분인데요.”
선문답 같은 대화가 오고 갈수록 선화의 마음 속에는 어떤 두근거림이 생겨났다. 고민을 길게 하는 스타일은 아닌지라, 바로 생각한 것을 전했다.
“사실, 나도 당신 뒤에 계신 분들이 보여요. 이미 눈치챘죠?”
은현은 대답 대신 입꼬리를 올려 웃어보였다.
“배우고 싶어요. 전부 다. 가르쳐 줄 수 있어요?”
“그러려고 온 걸요.”
시원시원하고 담백한 성품. 쓸데없이 긴 말을 하지 않고, 배려심 가득한 태도. 마음에 쏙 드는 은현과 함께 화우당에서 몇 번의 계절을 함께 나며, 선화는 생각했다. 결국 대도시중의 대도시인 서울 한복판에서 이리 지내고 있다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야.
초량동에 개별 신당을 차린 이후에도, 진적굿을 할 때마다 은현은 열 일을 마다하고 먼 길을 찾아와 장구를 쳐주고 힘을 보태주었다. 외롭게 가는 길이라 들었는데, 그다지 외롭지가 않았다. 내가 운이 좋았지, 라고 선화는 만족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자신의 방황을 끝내준 은현을, 평생에 걸쳐 도우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