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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치콤 Mar 26. 2021

네덜란드 삼시세끼

한 끼 식사에 여러 반찬을 식탁에 올려 먹는 우리나라 밥상을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보통 두 가지 반응을 볼 수 있다. "설거지 엄청 많이 나오네!" 혹은 "이걸 한 끼에 다 먹는다고?" 네덜란드에서는 한 끼 식사를 위해 많은 접시를 사용하거나, 많은 음식이 식탁 위에 올라오지 않는다. 그런 럭셔리하고 팬시(fancy)한 식사를 하는 날은 크리스마스 혹은 특별한 날이다. 





아침

네덜란드에서 아침식사는 하루 세끼 중 가장 간단하다. 일반적으로 요거트나 우유에 시리얼이나 뮤즐리를 먹거나, 빵을 먹는다. 치즈, 잼, 초콜릿 스프링클, 땅콩버터 및 햄 등 자신의 기호에 따라 빵에 넣어 먹는다. 아침은 양이 많지 않고, 딱 한 그릇 정도 먹는다. 개인에 따라서는 아침식사로 과일이나 커피, 차 또는 우유 한잔으로 더 간단히 해결하기도 한다. 가족이 모두 모이는 크리스마스 아침은 평소보다 거하게 먹기도 한다. 약간 호텔 조식 스타일 같달까.



점심

네덜란드 점심은 우리나라와 식문화와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다. 한국에서는 점심에 따뜻하게 요리된 음식을 먹는 반면, 네덜란드에서는 아침만큼 점심이 간단하다. 점심은 샌드위치와 함께 유제품 음료를 먹는다.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재료는 치즈, 잼, 초콜릿 스프링클, 땅콩버터, 누텔라 그리고 다양한 햄 종류다. 빵이 주된 식사 중 하나라서, 네덜란드 슈퍼에서는 정말 다양한 샌드위치 재료들을 찾아볼 수 있다. 햄 종류만 해도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로 만든 다양한 슬라이스를 판다. 점심이 샌드위치이기 때문에, 네덜란드에서는 보통 점심시간이 30분에서 1시간 미만이다.



저녁

저녁은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는 유일한 식사 시간이다. 저녁은 하루가 모두 끝나고, 가족들이 집에 모인 시간이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전형적인 관습에 따라 저녁 6시, 늦어도 7시 전에 저녁식사를 한다. 그리고 저녁은 따뜻하게 요리해 먹는다. 요리라고 해서 거창하지 않고, 심플한 레시피로 만들어진 음식들이다. 요리가 끝나면 요리했던 냄비나 프라이팬을 그대로 식탁 위에 올린다. 그리고 각자 (아이가 어리다면 엄마가 대신) 원하는 만큼 자신 앞에 있는 접시에 담아 먹는다. 


#AVG'tje

네덜란드의 일반적인 저녁은 'AVG'tje'라고 부른다. 저녁 식사를 구성하는 재료의 이니셜을 딴 단어다. 네덜란드 가정에는 저녁 식사로 감자, 고기, 야채로 구성된 저녁 식사를 한다. 


A - aardapelen(감자)

V - vlees(고기)

G - groente(채소)


감자는 마치 한국 음식의 쌀과 같다. 다양한 방식으로 감자를 요리한다. 삶아먹거나, 으깨어 퓌레를 만들거나 구워 먹기도 한다. 네덜란드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 중 하나가 감자튀김이다. 맥도X드에서 파는 감자튀김을 생각하겠지만, 도톰하고 긴 감자튀김이다. 감자튀김이 다르겠나 싶지만, 다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감자튀김을 먹어볼 수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굽거나 튀긴 감자를 마요네즈와 함께 먹는다. 


고기는 닭고기, 돼지고기, 쇠고기, 양고기 등 다양하다. 고기를 먹지 않는다면, 생선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고기는 주로 구워 요리하고, 주로 그레이비소스와 먹는다. 그레이비소스는 네덜란드어로 'jus'라고 부른다. 슈퍼마켓에 가면 고기는 요리만 하면 되도록 양념까지 다 된 채로 판매된다. 네덜란드 음식을 도전해보고 싶다면, 그런 제품들을 사다가 굽기만 하면 된다. 


채소는 주로 삶아 먹는다. 저녁 식사로 먹는 채소는 콩, 당근, 브로콜리, 시금치, 싹양배추, 치커리의 일종인 witlof 등 다양하다. 고기나 개인 선호도에 따라 감자를 제외하고 1, 2개 채소를 곁들여 먹는다. 그리고 거의 다 삶아진 채소 위에 버터를 넣어 풍미를 더한다. 채소는 삶지 않고 샐러드 형태로 먹기도 한다. 샐러드 채소, 토마토, 치즈, 견과류 등을 넣고 소스와 함께 먹는다. 소스는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 식초 외에도 다양한 시판 소스들이 있다. 특히 더운 여름이 되면, 네덜란드 사람들은 'Maaltijdsalade'를 즐겨 먹는다. Maaltijdsalade는 식사의 일부가 아닌 식사 그 자제로, 커다란 볼에 샐러드, 고기 또는 생선 그리고 작은 파스타 면이 들어간 음식이다. 





검소하기로 유명한 네덜란드 사람들의 가정식은 간단하고 심플하다. 재료뿐만 아니라, 조리 과정도 복잡하지 않고 심플하다. 물론 오븐을 사용하고 복잡한 레시피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특별한 날이거나 요리에 큰 관심이 있는 경우에 그렇다. 


네덜란드 부모들은 식사 시간에 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아이들의 선택을 존중해준다. 아이가 편식한다고 해서 먹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아이가 아침부터 초콜릿이 듬뿍 든 빵을 먹고 싶다고 해도 문제없다. 아침 식사부터 점심 도시락 그리고 저녁 식사까지 아이들에게 무엇을 먹고 싶은지 묻고, 아이가 원하는 대로 먹게 해 준다. 네덜란드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좋아하는 것을 찾고,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걸 식탁에서부터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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