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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치콤 Mar 31. 2021

네덜란드에서 카페와 커피숍은 다르다

카페(cafe)와 커피숍(koffie shop) 차이

우리집 더치인이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있었던 일이다. 한국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었는데, 친구들이 약속을 잡을 때마다 "000 커피숍에서 봐!"라고 하는 거다. 더치인은 한국이 네덜란드 못지않게 개방적인 나라고, 한국 사람들은 일상에서 마약을 쉽게 즐긴다고 생각했다. 한국 커피숍을 몇 번 가본 뒤에야 한국에서는 카페나 커피숍이나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단 걸 알았다. 



카페/Cafe

우리나라에서 카페와 커피숍이란 단어는 혼용해도 상관없다. 두 단어 모두 커피나 음료를 팔면서, 사람들이 이야기하거나 쉴 수 있도록 꾸며 놓은 장소를 의미한다. 네덜란드에서 카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의미로 사용된다. 네덜란드 카페는 커피, 차 또는 음료를 팔면서 사람들이 이야기하거나 쉴 수 있도록 꾸며 놓은 장소다. 한국 카페와 다른 점이 있는데, 네덜란드 카페에서는 술과 따뜻하게 요리된 식사를 팔기도 한다. 


네덜란드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꼭 '카페'에 가자고 해야 한다. 만약 커피나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자 '커피숍'을 가자고 한다면,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또 가게 간판에 '커피숍'이라고 쓰여 있다고 해서, 카페를 생각하고 들어갔다가는 아주 당황스러운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





커피숍/Koffie shop

네덜란드에서 커피숍은 우리나라 커피숍과는 전혀,  아주 전혀 다른 장소다. 네덜란드에서 커피숍은 마약을 구매하거나, 마약을 즐길 수 있는 장소다. 그렇기 때문에 티타임을 즐기며 담소를 나누기 위해 친구들에게 커피숍을 가자고 한다면,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한국에 대해 잘 몰랐던 더치인이 오해를 하게 된 이유다.





네덜란드는 마약 합법국?

네덜란드 커피숍에서는 마약을 판매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네덜란드는 마약 합법국이 아니다. 세계 최초의 마약 합법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네덜란드 마약법에서는 경성 마약(Hard drug)뿐만 아니라 연성 마약(Soft drug)을 생산, 소유, 거래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또한 네덜란드가 가입된 국제조약상 대마류를 합법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네덜란드 정부는 1976년부터 '관용정책(Gedoogbeleid)'을 시행하면서 일정한 조건 하에 거래되고 소유된 마약을 용인하고 있을 뿐이다. 


네덜란드에서 마약 판매는 여전히 형사 범죄다. 만약 커피숍 주인이 여러 규제를 따르지 않는다면, 기소될 수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는 커피숍에 대해 더 엄격한 규제를 부과할 수도 있다. 


네덜란드에서 관용정책을 시행한 이후로 네덜란드는 '마약 합법국'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네덜란드에 와서 마약을 하고, 네덜란드 국경에서는 외국인들의 마약 문제와 이로 인한 범죄와 소동이 끊이지 않았다. 네덜란드 정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거주자가 아닌 외국인이 마약을 구매할 수 없도록 더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커피숍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지금과 같은 커피숍이 처음 생긴 건 1970년대 초반이다. 네덜란드에서 관용정책이 시행되면서, 마약 중독자들을 알코올 중독자와 동일하게 '환자'로 취급되었고, 대마류를 소지한 이들은 암묵적으로 용인되었다. 연성 마약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게 되자, 암스테르담에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여 대마류를 공개적으로 판매하는 커피숍이 처음 등장하게 되었다. 마약을 판매하는 커피숍은 당시 불법이었기 때문에 단속이 이루어졌지만, 다시 재등장하게 된다. 


1980년 대마류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 커피숍 역시 관용정책의 테투리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법이 개정되면서 커피숍은 네덜란드 전역으로 퍼지게 되었고, 오늘날 커피숍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커피숍 규제

출처 het parool

커피숍이 관용정책의 대상이지만, 엄격한 규제 하에 운영되고 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커피숍 주인이 규제를 따르지 않으면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네덜란드 커피숍에서는 1인당 판매할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고, 판매할 수 있는 종류 역시 정해져 있다. 또한 커피숍은 술을 판매하거나 제공해서는 안 되고, 매장에 있는 재고의 양 역시 정해져 있다. 이외에도 커피숍이 받는 규제는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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