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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치콤 May 30. 2021

말 많은 2021 유로비전 뒷이야기

2020년에 네덜란드에서 개최되기로 예정되었던 유로비전이 코로나로 인해 1년 연기되어 2021년에 개최되었다. 사실 2021년 초까지만 해도 유로비전이 열릴 수 있을지 미지수였는데, 드디어 개최가 실현되었다. 그리고 지난 주말 로테르담에서 제65회 유로비전이 드디어 열렸다. 총 39개국이 참여했고, 26개국이 결승전에 진출했다.




오픈 업!

2021년 제65회 유로비전의 슬로건은 '오픈 업(Open Up!)'이었다. 코로나 조치로 인해 일상의 많은 부분이 제한되어 이전의 자유를 갈망하는 유럽인들에게 참 와닿는 주제다. 유로비전 추최 측은 슬로건에 대해서 시대의 정신을 반영하는 주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주최 측은 우리가 다른 사람, 다른 의견, 서로의 이야기와 음악에 더 열린 마음을 갖기 위함이라고 슬로건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번 주제에 맞게 주최 측은 유로비전 호스트를 인종과 성이 다양하도록 구성했다. '성의 다양성'은 니키로 대표될 수 있는데, 사진 가장 우측에 있는 여성은 뷰티 유튜버로 유명한 니키다. 그녀는 트랜스젠더임을 밝히고 활동 중이다. 또 네덜란드 대표로 참가한 가수 '장고 맥크로이(Jeangu Macrooy)'는 수리남 출신 싱어송라이터다. 그는 2014년부터 네덜란드에 정착해 살고 있는 이민자다.



코로나 걸리 이전 우승자

유로비전에서는 이전 우승자가 축하 무대에 오른다. 이전 우승자는 자신의 국가에게 유로비전이 개최됨을 축하하며 우승했던 노래를 다시 한번 선보인다. 이전 우승자이자, 네덜란드에서 유로비전이 개최될 수 있도록 이끈 주역인 던컨 로렌스(Duncan Laurence) 역시 2021 유로비전에서 축하무대를 선보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결승전 축하무대를 앞두고 코로나 확진을 받으면서 그의 축하무대는 녹화 영상으로 대체되었다. 던컨은 우승곡이었던 'Arcade'와 그의 신곡 'Stars'를 선보였다.



코로나 걸린 참가자

여러 국가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큰 행사이다 보니 코로나 전파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유로비전이 열리는 로테르담 아호이(Ahoy)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가수, 관계자, 관객 모두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음성 결과를 받아야만 입장할 수 있다. 아이슬란드 대표팀 중 2명이 코로나 확진을 받으면서, 아이슬란드팀은 가수석에 앉지 못했다. 대신 그들은 따로 그린룸(Green Room)에서 생방송에 참여했다.



축하 무대

(1) DJ 아프로잭, (2) 글레니스 그레이스와 유로비전 댄스팀, (3) 유로비전 축하무대

몇 년 전 유로비전 축하무대는 마돈나가 꾸몄었는데, 올해 축하 무대는 100% 네덜란드 아티스트들로 꾸며졌다. 먼저 디지털 영상으로 축하무대가 시작되었고, 영상은 생방송 무대로 연결되었다. 축하무대 영상에서는 네덜란드 DJ 아프로잭(Afrojack), 네덜란드 음악가 울프(Wulf)가 오케스트라와 함께 작업한 음악을 선보였다. 그리고 생방송 무대에서는 DJ 아프로잭과 네덜란드 가수 글레니스 그레이스(Glennis Grace) 그리고 유로비전 댄스팀이 다비드 게타(David Guetta)의 Titanium을 선보였다.



네덜란드 23등

출처 The New York Times

네덜란드는 이전 우승국으로 준결승전 없이 바로 결승전에 올랐다. 유로비전에서는 대게 이전 우승국이 저조한 성적을 거두는 편이다. 물론 이전 우승국이 다시 한번 우승할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이전 우승국은 유로비전을 개최하는 해에 성적이 저조하다. 네덜란드 역시 이 법칙을 벗어나지 못했다.


네덜란드는 26개국 중 23위를 기록했다. 개최국이기 때문에 당연히 쥬리 투표에서 거의 점수를 얻지 못했다. 쥬리 투표에서 11점을 받아 겨우 꼴찌를 면했고, 시청자 투표에서는 놀랍게도 0표를 얻었다.



영국 0점

이번 유로비전에서 가장 충격적인 일 중 하나는 영국의 점수다. 영국은 쥬리 투표에서 0점, 시청자 투표에서도 0점을 받아 최종 점수 0점으로 꼴찌를 했다. 매우 충격적인 결과였고, 현장에서는 대중의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영국 대표로 참가했던 제임스 뉴먼(James Newman) 역시 결과에 충격받는 모습이었다. 그는 0점 발표 후 샴페인을 터트리며 자축하는 액션을 취했는데, 그의 모습을 대중이 크게 환호해주었다.


2019년에도 영국은 저조한 성적을 거둔 적이 있다. 참가국 중 가장 적은 점수인 16점을 받았다. 당시 영국 대표 참가자였던 마이클 라이스(Michael Rice)는 브렉시트(Brexit)로 인해 최하위 자리를 받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 점수보다 더 낮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올해 유로비전에서 0점으로 그 기록을 깼다.



시청자 투표 0점 국가들

(1)독일, (2)영국, (3)스페인, (4)네덜란드

영국만 시청자 투표에서 0점을 받은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개최국이었던 네덜란드, 최종 점수 0점이었던 영국을 비롯해 독일, 스페인도 시청자 투표에서 0점을 받았다. 시청자 투표 결과 발표는 쥬리 투표 이후에 이어지는데, 쥬리 투표 결과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국가부터 시작한다. 쥬리 투표에서 4개 국가는 모두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그 충격이 매우 컸다.


영국은 쥬리 투표와 시청자 투표에서 모두 0점을 받아 26위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독일은 쥬리 투표에서 3점, 스페인은 쥬리 투표에서 6점 그리고 네덜란드는 쥬리 투표에서 11점을 받아 나란히 최하위권에 그대로 머물렀다.



말 많은 시청자 투표

출처 NOS

유로비전 방송 이후 시청자 투표가 공정하지 못했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유로비전 시청자 투표에 참가하기 위해 제시간에 문자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늦게 발송되어 무효 처리가 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은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를 스크린샷해 SNS에 공개하며 실망감과 시청자 투표의 공정성에 의심을 표했다. 결국 유로비전 투표 절차를 담당하는 유럽 방송 연합(EBU: European Broadcasting Union)이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시청자 투표 사고가 과연 이번에만 발생한 일인지, 아니면 지금까지 시청자 투표가 조작되어 왔는지 모를 일이어서 모두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투표 다득점 국가들

(1)프랑스, (2)스위스, (3)이탈리아, (4)말타, (5)리투아니아, (6)아이슬란드, (7)우크라이나

쥬리 투표 결과 TOP5에 든 나라는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말타 그리고 아이슬란드다. 스위스는 267점, 프랑스는 247점, 이탈리아는 208점, 말타는 206점 그리고 아이슬란드는 198점을 받았다. 시청자 투표 발표 전까지는 스위스와 프랑스의 치열한 경쟁으로 보였다. 시청자 투표에서 가장 많은 점수를 받은 국가는 리투아니아, 핀란드, 우크라이나와 이탈리아였다.



이탈리아 우승

2021년 제65회 유로비전은 이탈리아가 우승했다. 이탈리아는 록 밴드 모네스킨(Måneskin)이 Zitti e buoni 라는 노래로 참가했다. 영어 노래가 아니었음에도 쥬리 투표와 시청자 투표에서 다득점을 하며 1위를 했다. 이탈리아는 쥬리 투표에서 최고점인 12점을 많이 받지는 않았지만, 높은 점수를 꾸준히 받았다. 쥬리 투표 결과 208점으로 3위에 머물렀던 이탈리아는 시청자 투표에서 318점으로 많은 점수를 받아 총 524점으로 우승했다. 그런데 유로비전 생방송이 끝나고, 이 우승에 대해 말이 많았다.



이탈리아 태도 논란

이탈리아 팀 모네스킨은 유로비전 생방송에서 남다른 태도를 보였다. 다른 국가 팀이 인터뷰 중일 때 이탈리아 멤버들과 팀 관계자가 모두 휴대폰을 사용하거나, 멤버가 소파에 드러누워있다가 생방송 카메라에 잡히자 화들짝 놀라는 모습 등이 생방송 영상에 포착되었다. 이탈리아 멤버들 외에도 많은 참가자들이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었기에 이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출처 news in 24 english

태도 문제가 절정에 이른 것은 리드 싱어인 다미아노 다비드(Damiano David)의 마약 흡입 여부였다. 생방송 중 한 장면에서 다미아노가 테이블 쪽으로 고개를 숙여 마치 코카인을 하는 것 같은 모습이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다미아노는 우승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약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SNS를 타고 해당 영상이 급속도로 퍼졌고 뉴스에서도 다뤄졌다. 심지어 BBC에서도 당시 영상이 언급되었고, BBC는 영상을 느리게 돌려 그가 테이블 가까이 고개를 숙였을 뿐 코카인을 흡입하는 모습은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의 마약 흡입 여부가 문제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이탈리아 우승을 실격시키기 위해 SNS에서 이에 대한 투표를 진행하기까지 이르렀다. 모네스킨은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다미아노가 마약을 사용하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못 박으며 그가 테이블 쪽으로 고개를 숙인 이유는 테이블 아래  깨진 유리잔을 치우고자 함이었다고 밝혔다. 유럽 방송 연합은 그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생방송 이후 이탈리아 팀 좌석을 확인했고, 실제로 바닥에서 깨진 유리잔들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SNS에서 이루어지는 투표에 대해서는 유로비전 규칙에 마약 사용에 대한 규정이 없음을 이야기하며 SNS 투표를 '주의 깊게' 보고 있고, 향후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다미아노는 이탈리아에 귀국 후 마약 검사를 받았고, 결과는 음성이었다고 한다. 유럽 방송 연합은 그의 음성 결과를 발표하며,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우승한 밴드에게 불공정한 영향을 미치는 가짜 뉴스 때문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사진 출처 Eurovi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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