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 와서 사귄 친구들이 어느새 결혼을 해 가정을 이뤄 부모가 되었다. 친구들이 임신 소식을 전했던 것이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조카들이 스스로 걷고 뛰어노는 나이가 되었다. 여러 친구들의 결혼, 임신, 출산 과정을 겪다 보니 알게 된 네덜란드 임신 문화는 우리나라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
보통 안정기에 들어서는 임신 3개월 전까지는 주변 사람들에게 임신 소식을 알리지 않는다. 부모나 가족들에게는 알리지만, 모두 비밀처럼 함구하고 있다. 혹시라도 안정기 전에 아이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신 3개월이 지나면, 친구들에게 임신 소식을 알린다.
우리나라에서는 임신하게 되면 태아에게 '태명'을 붙여준다. 임신한 친구에게 아이 이름 생각해둔 것이 있냐고 물어보기도 하는데, 네덜란드에서는 무척 실례되는 일이다. 예비 부모들은 아이가 태어나기 전, 아이의 이름을 미리 생각해뒀을 수 있지만 이를 다른 사람이 물어보면 안 된다. 아무리 친한 친구이고,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나중에 태어날 아이의 이름을 묻는 것은 무례한 일이다. 마치 금기시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 이름을 말하는 것이 '불운'을 불러온다고 생각한다. 태중에 있는 아이에게 불운이 찾아온다고 믿기 때문에 임신한 친구에게 아이의 이름을 묻지 않는다.
베이비 샤워는 네덜란드 문화가 아니다. 미국에서 건너온 문화이지만, 네덜란드에서도 점점 베이비 샤워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베이비 샤워는 주로 임신한 아내의 친구들이 파티를 준비하고, 기획한다. (남편이 아내 친구들과 함께 준비하기도 한다) 친구들은 곧 태어날 아이의 선물을 준비하고, 아이와 산모 모두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산모는 아이의 출산이 다가오면, 아이를 어디에서 출산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출산한다. 요즘에는 점점 병원에서 출산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 같은데, 여하튼 네덜란드에서는 집에서 아이를 출산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산모는 진통을 겪으면 담당 산파에게 연락을 하게 되고, 산파가 산모의 출산과정을 돕는다.
탄생카드
네덜란드에서는 특별한 일이 있으면 카드를 보내는 문화가 있다. 아이가 태어난 뒤에도 역시나 이 카드 문화로 시작된다. 네덜란드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의 부모는 아이가 태어났음을 알리는 카드를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낸다. 카드에는 아이의 이름, 성별, 생일, 몸무게, 집 주소, 부모 연락처 및 방문 가능한 시간 등이 적혀있다. 카드를 받은 가족과 친구들은 아이 부모에게 축하 카드를 보낸다.
홈데코
아이가 태어나면, 집 안팎으로 아이의 탄생을 알리는 장식을 한다. 집 문 앞에는 아이의 탄생을 상징하는 그림판이 새워지고, 집 안에는 풍선과 리본으로 장식한다.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분홍색 리본과 풍선을,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파란색 풍선과 리본을 단다.
방문
아이의 탄생 카드를 받은 가족과 친구들은 산모와 아이를 만나러 방문할 수 있다. 방문 전에는 미리 부모에게 연락해, 언제 시간이 되는지 날짜와 시간을 정한다. 그리고 방문할 때 아이를 위한 선물을 들고 방문한다. 아이의 부모는 방문한 손님들에게는 커피와 차를 비롯한 음료와 다과를 제공한다. 아이의 탄생을 위한 자리에는 'Hagelslag'가 준비되는데, 풍선과 마찬가지로 여자아이면 분홍색, 남자아이면 파란색이 준비된다. 프리슬란트에서는 산모를 위해 'Zuikerbrood'를 선물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