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우리 동네 길고양이들은 배부르니 싸우지 않죠

억울이, 엄마냥이, 루나

by 하얀 연

퇴근길엔 또다시 억울이를 만났습니다.

기지개를 켜고, 하품 한 번 크게 하고,

혀를 살짝 낼름... 준비는 끝났다는 듯 야옹야옹!!!

세상을 향해 야옹야옹 사이렌을 울려댔습니다.


억울이의 야옹야옹 사이렌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오는 엄마냥이와 루나.

예전에는 루루가 앞장 섰었는데, 참 그립네요.



사이렌 같은 억울이의 울음소리에 결국 못 이기고

억울이의 공식급식소 위에 건식 간식을 조금 주었습니다.

그러자 억울이는 소리까지 내며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억울에게 간식을 주고 있던 그때,

제 뒤로 어느 동네 주민 한 분이 다가오셨습니다.

루나를 향해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시더니,

저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으셨어요.

“이 아이랑 같이 다니던 다른 까만 아이,

혹시 어떻게 됐는지 아세요?”

루루 이야기를 하시는 거였죠.



그분은 이 동네에서만 26년을 살아오셨다고 하셨어요.

고양이를 무척 좋아하시고,

루루를 ‘양말이’라고 불렀답니다.

동네 주민 사이에서는 ‘까망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지만,

발끝 흰 무늬가 꼭 양말 같아서

그렇게 애칭을 붙였다고요.


루루는 떠났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래서 콧수염이 난 듯한 엄마냥이가

루루의 여자친구인 올블랙 루나와 같이 다닌다고 했죠.

엄마냥이는 루나와도 지내고, 아들인 억울이와도 논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아이들이 모두 사이 좋게 지내니 참 다행이지요.

공식급식소가 있으니 싸움날 일이 없는 동네입니다.

모두가 루루처럼 마지막 날까지 사랑만 받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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