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찜통더위 속, 우리 동네 아이들

억울이, 엄마냥이, 루나

by 하얀 연

찌는 듯한 무더위 속,

시원한 물 한 모금과 그늘진 나무 아래가 그 무엇보다 귀한 요즘.

우리 동네 아이들도 그렇게 시원한 곳을 찾아 쉬고 있답니다.



루나와 엄마냥이는 한 건물의 주인으로 보이는 분이

화요일과 목요일에 마당에 두시는 사료를 먹고 있습니다.

그 외의 날엔 동네 공식급식소에서 밥을 먹는 모습이 종종 목격됩니다.


다행히 지난 보름 동안은 마당 물그릇이 항상 채워져 있어서

아이들이 오다가다 시원하게 물을 마시곤 했습니다.



특히 루나는, 엄마냥이가 억울이를 보러 가면 혼자 남게 되는데

그때마다 짠한노랑이의 영역으로 놀러가는 게 새로운 루틴이 되었어요.


매일 같은 이른 오후 시간쯤 가보면,

짠한노랑이를 챙겨주는 분에게 애교를 부리고 있더라고요.

그곳에 놓인 물그릇에서 물도 마시고,

그 마당에 자란 풀도 뜯으며 시간을 보내는 루나.


그 모습이 참 다정하면서도 조금은 짠합니다.



엄마냥이는 여전히 루나도 챙기고, 억울이도 보살피느라

매일 초코딸기 발바닥으로 뜨거운 아스팔트를 바쁘게 뛰어다닙니다.


이 동네 아이들 중 가장 위험한 동선을 오가는 아이라서

늘 마음 졸이며 지켜보게 되지요.



그제는 26년째 이 동네에 살고 계시고,

고양이를 좋아하신다는 주민 분과 또다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분의 이웃도 고양이들을 잘 알고 계시는데,

그 분을 통해 루루가 잘못됐다는 슬픈 얘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가슴이 철렁하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뒤로, 괜히 루루처럼 길을 잘 건너는 엄마냥이에게

“제발 조심하길” 하는 마음이 더 간절해졌습니다.


억울이는 어제오늘 아침 시간에는 이름을 불러도 너무 더워서

나무 그늘 아래에 몸을 숨겨 얼굴만 빼꼼 내밀고, 야옹 소리도 안 냈습니다.

아침에는 햇빛이 유독 쨍쨍해서 덥나봅니다.


특히 어제는 동네 대부분의 나무를 가지치기하는 날이라

나무들이 낮아지고, 그늘이 거의 생기지 않더라고요.

그 와중에도 억울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나무 밑을 고집하며 쉬고 있었는데

햇살이 그대로 내리쬐서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하루빨리 날씨가 조금이라도 누그러지길 바랄 뿐입니다.



귤이와 밤이는 요즘 차량 밑을 피난처 삼고 있고,

루나는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중간에 푹 주저앉는 일이 잦아졌어요.


그만큼 더위가 심하다는 뜻이겠지요.

여름이 참 야속하게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동네 아이들은

어떻게든 잘 버티고, 물도 열심히 마시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어요.


매일 물을 갈아주러 가보면,

조금씩 비워진 물그릇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잘 마셨는지를 알 수 있답니다.

그나마 물이라도 충분히 마실 수 있어 참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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