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귤밤이의 그림의 떡 급식소, 루나의 세상
귤이는 오늘도 느티나무 급식소로 향하다가 슬그머니 발길을 돌렸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그곳에 무서운 루나와 엄마냥이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지난주 목요일에도, 금요일에도... 그리고 오늘도.
루나와 엄마냥이는 급식소에 눌러앉아 먹고, 자고, 양옆으로 볼일까지 보고 있습니다.
마고도, 귤이도, 밤이도 모두 쫓겨나고 말지요. 마치 “이곳은 우리 둘만의 세상이다!”라고 선언하듯 다른 아이들에게 겁을 줍니다.
루나는 루루가 있던 시절에 아이들이 다 무서워하는 냥아치였습니다. 저 역시 처음 만났던 루나의 날카로운 눈빛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루루가 떠난 뒤 루나는 정반대로 달라졌었습니다. 믿기 힘들만큼 애교 많은 고양이가 되었거든요... 그런데 지지난주였을까요, 며칠간 자취를 감췄다가 다시 나타난 뒤로 루나는 예전처럼 도도하고 시크한 모습으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겁 많은 뚱냥이 밤이는 귤이가 물러간 뒤에야 얼굴만 살짝 내밉니다. 요즘 밤이를 잘 못 본 이유가 바로... 급식소를 차지한 루나 때문에 발길을 끊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일까요, 기분 탓인지 밤이가 조금 야위어 보입니다.
오늘 밤이가 깨끗한 급식소 물을 마시지 못해, 집 앞 고인 웅덩이에서 간신히 물을 핥아먹는 모습이 너무 안쓰럽습니다.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제가 간식을 들고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고 허겁지겁 받아먹을까요. 귤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전히 경계는 하지만, 눈을 찔끔 감고 급하게 밥을 삼킵니다.
그런데 그 사정을 알 리 없는 루나와 엄마냥이는 오늘도 느티나무 급식소를 든든히 지켰습니다. 제가 몇 번을 다른 시간대에 가보아도, 늘 그 자리에 있더군요. 루나는 배를 까고 뒹굴며 여유를 부리고, 엄마냥이는 그런 루나 곁에서 작은 냥이치처럼 따라다닙니다.
그러다 한 번은 엄마냥이가 용기를 내어 웅덩이에서 물을 마시던 밤이에게 다가가 겁을 줘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이 구역의 서열 맨 아래다운 엄마냥이는... 밤이가 잠시 눈을 흘겨본 것만으로도 기겁하고 도망가 버렸습니다. 그 모습을 루나는 태연히 앉아 구경하고 있더군요.
결국 오늘 아침과 이른 오후에는, 귤이와 밤이는 밥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루나는 편안히 산책을 하며 이곳저곳에서 흔적을 남기고, 엄마냥이는 늘 루나 곁을 따라다닙니다.
귤밤이에게 느티나무 급식소는 어쩌다 그림의 떡이 되었습니다.
루나는 왜 이렇게 변했을까요? 며칠간 보이지 않던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루루와 함께하던 그 시절처럼 다시 도도하고 강한 고양이로 돌아간 루나. 그 마음이 참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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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오늘도 어김없이 퇴근길에 억울이를 만났습니다.
이제 막 잠에서 깨어 사람들에게 야옹야옹 노래를 불러주고 간식을 얻어먹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