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가을이 되어 다시 만난 동네 고양이들

by 하얀 연

긴 보름을 지나, 다시 찾아온 동네


코스모스 닮은 꽃이 한들한들 피어 있고,

이른 오후의 진한 머스타드빛 하늘 아래

서늘한 바람이 지나가며

내 마음까지 가볍게 흔들었습니다.


오늘은 고양이들을 만나는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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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이 시기를 떠나간 여름이라 부르겠지만,

저에게는 새로이 마주한 가을의 시작이었습니다.

비록 짧지만 굳게 다짐한,

고양이를 위한 봉사의 첫날이기도 했지요.


처음으로 하는 일이 있다는 건 언제나 설레지만,

이번 일은 조금 달랐습니다.

그 설렘에는 따뜻함과 묘한 그리움이 함께 깃들어 있었습니다.

여전히 보고 싶은 루루, 이미 사랑하게 된 루나와 엄마냥이, 그리고 억울이.

그 아이들의 모습을 하나씩 떠오르니 가슴이 벅차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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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향한 곳은 느티나무 아래였습니다.

딸각딸각, 면가방 속 사료통이 부딪히는 소리에

익숙한 귀여운 발소리가 달려왔습니다.

귤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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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엔 조용해서 따라온 줄도 몰랐던 밤이도 있었지요.


동네 주변을 정성껏 청소하고 남이 버린 쓰레기까지 치우는 동안

두 아이는 얌전히 기다렸습니다.


구청 공식 급식소에 깨끗한 사료와 물을 마지막으로 확인하자

귤이는 바로 뛰어가 와그작와그작!

부지런한 소리로 밥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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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사무실 텃밭 쪽이었습니다.

늘 그곳에서 억울이를 만났기에

오늘도 그럴 거라 믿었습니다.


우리 사무실 일층 텃밭에서 배변하는 아이,

창밖으로 보면 바로 눈에 들어오던 자리.

그러나 억울이의 힘찬 야옹야옹 사이렌도

그 커다란 그림자도 오늘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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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소를 정리하고 밥과 물을 채우는

그때 엄마냥이가 달려왔습니다.


억울이의 소식을 물어볼까 싶었지만,

엄마냥이도 차가워진 바람 탓인지

오늘은 아무 말 없이

그저 눈빛으로만 제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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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어서 추석 연휴에도 잠시 동네를 다녀왔습니다.

지난 금요일에도 출근 삼아 주변을 들렀고요.

그때마다 루나와 엄마냥이, 귤밤이만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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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이를 마지막으로 본 게 10월 2일이네요.

어제와 오늘은 걱정이 커져서

다양한 시간대에 나가 억울이를 불러보기도 하고,

외근 다니는 동료들에게도 물어봤지만

아직 아무도 억울이를 보지 못했습니다.


IMG%EF%BC%BF2834.jpg?type=w1600 (10월 2일 마지막으로 찍은 억울이 사진)


요즘 개인적으로도 마음이 조금 지쳐 있는데,

그래서인지 더더욱 억울이가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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