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보름을 지나, 다시 찾아온 동네
코스모스 닮은 꽃이 한들한들 피어 있고,
이른 오후의 진한 머스타드빛 하늘 아래
서늘한 바람이 지나가며
내 마음까지 가볍게 흔들었습니다.
오늘은 고양이들을 만나는 날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이 시기를 떠나간 여름이라 부르겠지만,
저에게는 새로이 마주한 가을의 시작이었습니다.
비록 짧지만 굳게 다짐한,
고양이를 위한 봉사의 첫날이기도 했지요.
처음으로 하는 일이 있다는 건 언제나 설레지만,
이번 일은 조금 달랐습니다.
그 설렘에는 따뜻함과 묘한 그리움이 함께 깃들어 있었습니다.
여전히 보고 싶은 루루, 이미 사랑하게 된 루나와 엄마냥이, 그리고 억울이.
그 아이들의 모습을 하나씩 떠오르니 가슴이 벅차기도 했습니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느티나무 아래였습니다.
딸각딸각, 면가방 속 사료통이 부딪히는 소리에
익숙한 귀여운 발소리가 달려왔습니다.
귤이였습니다.
그 뒤엔 조용해서 따라온 줄도 몰랐던 밤이도 있었지요.
동네 주변을 정성껏 청소하고 남이 버린 쓰레기까지 치우는 동안
두 아이는 얌전히 기다렸습니다.
구청 공식 급식소에 깨끗한 사료와 물을 마지막으로 확인하자
귤이는 바로 뛰어가 와그작와그작!
부지런한 소리로 밥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다음은 사무실 텃밭 쪽이었습니다.
늘 그곳에서 억울이를 만났기에
오늘도 그럴 거라 믿었습니다.
우리 사무실 일층 텃밭에서 배변하는 아이,
창밖으로 보면 바로 눈에 들어오던 자리.
그러나 억울이의 힘찬 야옹야옹 사이렌도
그 커다란 그림자도 오늘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급식소를 정리하고 밥과 물을 채우는
그때 엄마냥이가 달려왔습니다.
억울이의 소식을 물어볼까 싶었지만,
엄마냥이도 차가워진 바람 탓인지
오늘은 아무 말 없이
그저 눈빛으로만 제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실은,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어서 추석 연휴에도 잠시 동네를 다녀왔습니다.
지난 금요일에도 출근 삼아 주변을 들렀고요.
그때마다 루나와 엄마냥이, 귤밤이만 만났습니다.
억울이를 마지막으로 본 게 10월 2일이네요.
어제와 오늘은 걱정이 커져서
다양한 시간대에 나가 억울이를 불러보기도 하고,
외근 다니는 동료들에게도 물어봤지만
아직 아무도 억울이를 보지 못했습니다.
(10월 2일 마지막으로 찍은 억울이 사진)
요즘 개인적으로도 마음이 조금 지쳐 있는데,
그래서인지 더더욱 억울이가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