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도 있었지.
내가 한 달 전부터 설사가 심했다가 괜찮았다가 또 심했다가 했었어.
심할 땐 밖에 잘 못 나가니까 불편해서 다시 설사를 시작하자마자 내과에 갔거든.
"저 설사를 계속해요."라고 하니까 의사가 설사한 지 얼마나 됐냐고 하는 거야.
그래서 "한 달이요." 했더니 의사가 썩소를 지으며
"네 큰 병원 가보세요. 의뢰서 써드릴게요." 하더라
정신 나간 애로 본거지. 한 달 동안 설사를 했다고 하니까. (비유가 좀 더럽긴 하다)
한 달 동안 '가끔' 설사를 했다고 해야 하는데 말이야.
사실 난 출생 전부터 건강이 허락되지 않았어
척추기형으로 태어났고 그것만으로도 내 인생 충분히 힘들었다고 믿었어.
난 기형으로 태어나 이혼까지 하고 많은 질병과 싸우고 있으니 나의 삶이 매일매일 불행하다고 말했지.
나쁜 일만 기억하고 있으면 당연히 나는 비련의 여주인공 아니겠어?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아팠지만 행복했던 날이 있었고
힘들었지만 웃는 날도 있었고
휘어진 척추로도 난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며 괜찮은 날들이 많았어.
매일매일 꽃길만 걸을 수 없는 것처럼
매일 매 순간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해
난 다른 사람만큼 불행하고 여느 사람만큼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