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죽음으로부터 죽음까지 인도하는 그 모든 것에 찬사를 보낸다.
내 눈에 보이는 게, 내 귀에 들리는 게 전부가 아님을 알고있다.
나는 결국 소멸할 것이고
거대한 상호작용 속 스쳐가는 점.
내가 믿고 의탁하는 모든 것이 고작 200년 후, 300년 후 어떻게 변할지 모를
필멸자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고.
그럼에도 이 잔혹한 운명은
주제에 맞지 않는 몇 천년의 역사를
지중해에 살고 있는 그를 지각하게 하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경험을 선사한다.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이 경험이
모든 감각을 지배하고
몹시도 작은 점에서 광할한 우주 그 너머의 무언가를
꿈꾸게 한다.
소망하게 한다.
감동하게 한다.
욕심내게 한다.
모든 것을 파괴하고도
또 다시 시험에 들게 한다.
이 잔혹하고도 아름다운 운명은
상일까, 벌일까.
축복일까, 저주일까.
고귀함을 포기하지 말 것.
필멸하는 영웅이 될 것.
그로부터 2000년 뒤,
그로부터 1억년 뒤,
그로부터 한참을 지나
나도 너를 만나고 싶다.
너를 만날 수 있다면
나의 운명도 축복일 수 있을테니까.
반복되는 악몽 속에서 나를 구원한다.
2000년 전 그와 1억년 후 너
우리를 계속 떠올린다.
나를 죽음으로부터 죽음까지 인도하는 그 모든 것에 찬사를 보낸다.
우리는 음유시인이고 타오르는 장작불이다.
나는 나의 운명을 사랑하기로 결심했다.
이것에는 어떠한 오만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