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점

나를 죽음으로부터 죽음까지 인도하는 그 모든 것에 찬사를 보낸다.

by 김다정

내 눈에 보이는 게, 내 귀에 들리는 게 전부가 아님을 알고있다.

나는 결국 소멸할 것이고

거대한 상호작용 속 스쳐가는 점.


내가 믿고 의탁하는 모든 것이 고작 200년 후, 300년 후 어떻게 변할지 모를

필멸자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고.

그럼에도 이 잔혹한 운명은

주제에 맞지 않는 몇 천년의 역사를

지중해에 살고 있는 그를 지각하게 하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경험을 선사한다.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이 경험이

모든 감각을 지배하고

몹시도 작은 점에서 광할한 우주 그 너머의 무언가를

꿈꾸게 한다.


소망하게 한다.

감동하게 한다.

욕심내게 한다.


모든 것을 파괴하고도

또 다시 시험에 들게 한다.


이 잔혹하고도 아름다운 운명은

상일까, 벌일까.

축복일까, 저주일까.


고귀함을 포기하지 말 것.

필멸하는 영웅이 될 것.


그로부터 2000년 뒤,

그로부터 1억년 뒤,

그로부터 한참을 지나


나도 너를 만나고 싶다.

너를 만날 수 있다면

나의 운명도 축복일 수 있을테니까.


반복되는 악몽 속에서 나를 구원한다.

2000년 전 그와 1억년 후 너

우리를 계속 떠올린다.


나를 죽음으로부터 죽음까지 인도하는 그 모든 것에 찬사를 보낸다.

우리는 음유시인이고 타오르는 장작불이다.


나는 나의 운명을 사랑하기로 결심했다.

이것에는 어떠한 오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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