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나는 지옥에 간다고 그랬어.

by 김다정

“나를 거쳐 영원한 비탄으로 들어가고, 나는 영원히 지속되니, 여기 들어오는 너희들은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 영원한 고통이라니 말만 들어도 오싹해. 이미 죽었는데도 제발 죽여달라고 빌고 빌고 또 비는거야.


그걸 웃으면서 얘기하니까 무서운데?


사람도 지옥문이 될 수 있을까?


다른 사람한테 지옥을 만들어 주는 걸 말하는거야? 얼마든지 가능하지. 인간은 잔혹한 동물이니까.


그럼 가장 사랑하는 사람한테는?


사랑이야말로 무서운 감정 아니야? 방향이 조금만 달라져도 그게 얼마나 피말리게 만드는데. 그래 어쩌면 비교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미워하는 사람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지옥이 더 잔인할 수도.


자기가 낳은 자식한테도?


하고 싶은 말이 있구나.


엄마가


응. 듣고 있어.


엄마가 나는 지옥에 간다고 그랬어.


말하고 나니 웃기다. 어쩌면 엄마 말이 맞을 수도 있어. 그 순간은 정말 나에게 지옥이었으니까. 물론, 엄마가 말한 지옥은 공간의 의미겠지만.


듣고 있어.


그냥 답답해서. 혼자만 그 말을 떠올리기가 너무


상처받으라고 한 말은 아닐거야. 그냥 알잖아. 내가 엄마랑 같아질 수 없으니까. 그래서... 엄마도 답답하니까. 근데 나도 참 바보같아. 한마디가 그렇게 어려운가. 그게 거짓말이라도, 그렇지?


겁이 나서. 지옥에 갈까봐 무서운게 아니라 그냥 그 표정이... 나를 보는 표정이


나 조만간 화성에 갈거야.


화성에?


더 지나면 태양계가 뭐야 내 뇌를 단단한 하드웨어에 옮겨서 우주 여행을 하는거야. 수많은 외계 종족을 딱 한 존재씩 모아다가 한 행성에 가둬버리는 거야.


좋다. 나도 데려가줘.


원래 내가 들어가려고 했는데. 너한테 양보할게.


그리고 만약 지옥이 있더라도 너는 거기에 못가.


왜?


야. 지옥이라도 수용인원이 있을 거 아냐. 살인범에다가 아니 인간만 있냐? 우주에도 지금. 그걸 언제 다 지옥에 굴려. 그런 피곤한 시스템을 운영하겠냐고. 너라면 살인범 얼굴 다 모아놓고 구경할 수 있겠냐?


갑자기 말이 이상해.


아니면 죽으면 지옥에 못가게 영혼을 단단한 하드웨어에 옮겨서


지옥 안가네 나. 너도 안 갈 텐데 내가 갈 리 없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푸른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