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두원 Jun 17. 2020

제주의 휠러딜러스 탄생을 꿈꾸며

제주 J-Connect 2020 Spring 원고 


▶ 자주 시청하는 해외 프로그램들이 있다. 히스토리 채널에서 2018년 방영을 시작한 러스트 밸리 브라더스(Rust Valley Brothers)와 디스커버리 채널의 휠러 딜러스(Wheeler Dealers)다. 두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빈티지카 혹은 클래식카를 기존 프레임을 기반으로 마치 새로운 차로 복원(restoration)하는 과정을 차근 차근 코믹하지만 정교하게 설명해 준다. 특히 복원 차량과 부품 등을 수배해 가격을 흥정하고, 합의단계에서 악수하는 복원 과정의 백미다. 두 프로그램의 차이가 있다면 차이가 있다면 러스트 밸리 브라더스는 거의 폐차 직전의 올드차를 도로에서 달릴 수 있는 수준으로 작업한다는 점이고, 휠러 딜러스에서는 가끔은 자동차의 심장인 엔진을 내연기관에서 전기모터로 교체한다는 점이다. 이렇듯 복원이 가능할 수 있는 것은 그들 작업장 주변엔 전화 한통으로 배달 받거나, 마음 껏 올드카 오리지널 부품들을 고를 수 있는 매장 혹은 폐차장 수준의 야적장들이 모여있다. 실제로 주인공 들에겐 보물창고다. 도색, 특정 부품 수리 등을 위한 전문업체들이 주변에 존재한다. 물론 시대에 맞게 복원 대상 자동차와 부품 수배에 인터넷도 한 몫을 하기도 한다. 이들에겐 올드카와 빈티지카를 복원할 수 있는 에코시스템이 구축 되어 있다는 것이 성공적 비즈니스를 위한 가장 핵심 경쟁력이라는 생각을 시청할 때마다 하게 된다. 


▶ 2019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를 차지한 테슬라, 1위로 오르는데 커다란 역할을 한 모델3는 국내에서도 열풍이다. 테슬라는 지난 1분기 4070대를 팔아 국내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판매 3위, 전체 전기차 판매의 50%를 차지했다. 결국 충전 수요가 증가하면서 최근 테슬라가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에 전기충전사업자 등록을 신청했다고 알려졌다. 서류 절차를 끝내고 행정절차가 남았고, 등록제이기 때문에 무리없이 사업자 지위를 획득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무료였던 슈퍼차저가 유료로 전환되며, 1kWh당 300~400원 사이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코시스템 구축을 위한 기반 마련 조치다. 테슬라는 2016년 태양광 업체인 솔라시티 인수, 모델3 부품과 에너지 저장장치를 만드는 기가팩토리 운영하고 있다. 옥상 태양 광 발전, 배터리 보관, 전기 자동차 충전 등으로 구성된 포괄적인 에너지 솔루션 에코시스템 구축을 위한 일론 머스크의 빅 픽쳐다. 


▶ 2019년 8월 국토교통부는 자동차 튜닝 활성화 대책, 2019년 11월 규제자유특구위원회는 제2차 규제특구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자동차 튜닝 활성화 대책에는 그 동안 세부기준이 없었던 전기장치 튜닝기준을 신설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기차와 마니아 층의 증가로 내연기관을 전기차로 튜닝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천시와 경상북도, 한국교통안전공단은 튜닝카 성능·안전시험센터도 2023년 건립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연이어 12월에 자동차 튜닝 활성화 추가대책도 발표했다. 하지만 2019년 이빛 컴퍼니에서 미니(MINI)를  전기차로 개조해 제주국제전기차엑스포에서 공개한 것이 전부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전기장치 튜닝 기준은 발표되지 않았다. 당연히 관련 산업은 아직 국내에 형성되지 않았다. 

제주는 제2차 규제특구에 선정되었다. 규제자유특구는 규제샌드박스가 개별 기술 혹은 서비스 단위 규제를 완화를 위한 제도지만, 규제특구는 지역이라는 공간적 단위에서 핵심규제들을 패키지로 완화해 비수도권 지역의 신산업 육성을 지원하는 전략이다. 도입목적은 국가의 균형발전, 지역의 혁신성장, 기업의 신사업 활동 촉진 등으로  수도권을 제외한 시도지사가 지역 여건과 특성에 따라 육성하고자 하는 지역혁신성장사업(지역의 혁신성장자원, 신기술을 활용하여 지역의 혁신성장을 촉진하는 사업) 또는 지역전략산업(지역별 특성에 맞는 지역발전을 위하여 육성하고자 하는 산업)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규제자유특구의 지정을 신청할 수 있다. 

제주는 이번 규제특구에서 충전인프라 고도화 실증, 이동형 충전서비스 실증, 충전인프라 공유 플랫폼 실증, 충전 데이터 기반의 전기차 특화진단 서비스 등 4개 규제특례를 인증 받았다. 아쉬움이 있다면 이번 선정에서(삭제) 제주도가 강력히 추진했던 전기차 개조와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분야가 빠졌다는 점이다. 


▶ 2012년 5월, 제주는 Carbon Free Island by 2030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 전력수요 100% 대응 신재생에너지 설비도입(4,085㎿), 최종에너지 원단위 0.071 TOE/백만원 실현,  에너지 융·복합 신산업 선도, 도내 등록차량 50만대 중 37.7만대(75%)를 친환경 전기차로 대체를 목표로 담은 계획이다. 제2차 규제특구에서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분야가 제외되었지만, 2017년 산업통상자원부 시스템산업거점기관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작년 6월 전기차배터리 산업화센터를 개소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과학기술원 친환경 스마트 자동차 연구센터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제주혁신성장센터가 중점 추진하고 있는 전기·자율주행차 사업을 담당하는 등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수행하는 등 전기자동차 메카로 거듭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한걸음 한걸음 전진하고 있다. 


▶ 하나금융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튜닝 시장 규모는 2017년 3.8조원으로 주요 자동차 생산국인 미국의 39조 원, 독일의 26조 원, 일본의 16조 원과 비교하면 매우 규모가 적다. 하지만, 아직은 자유롭지 못한 규제, 튜닝이라는 부정적 인식은 우리나라 자동차 튜닝 시장 형성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특히 제주가 추진하는 전기차 메카는 지역연구개발 정책연구를 경험했던 필자가 바라 볼 때는 매우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2019년 산업연구원이 발간한 혁신성장 종합지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분석한  지역과학기술산업 스코어보드 거의 모든 투입 및 산출 항목에서 최하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가 수치를 넘어 국내 지자체 가운데 전기차 비율 1위를 달리며 적극적인 제주도의 노력은 기본 인프라는 갖추었다고 판단된다. 


서두에서  러스트 밸리 브라더스, 휠러 딜러스, 테슬라의 공통점은 당연히 에코시스템이다. 기업이 꿈꾸는 에코시스템은 기업의 투자와 의지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 하지만 지자체가 꿈꾸는 에코시스템 구축은 성격이 다르다. 많은 도시들이 꿈꾸는 미래인 실리콘밸리 형성 요인과 과정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이유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개발하며 인력을 공급하는 주체인 기업, 연구소, 대학, 이들의 역할 수행을 위한 물리적 공간과 연구 인프라, 상호 네트워킹과 협력을 유도하는 기관, 미디어, 코칭과 멘토, 그리고 사업지원 시스템,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 가치, 법적 규범까지 정형화 할 수 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에코시스템이 형성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중요한 건 지자체의 역할이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아 중앙정부 재원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특정 산업을 오랜 시간 중단없이 이끌며 에코시스템을 구축하기는 쉽지 않다. 다행히 2012년 5월부터 시작된 제주의 Carbon Free Island by 2030 계획이 중단없이 추진되고 있고 지자체 의지도 명확하다. 단 규제특구에 포함되지 않는 사업에 대해선 작지만 견고한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하며 의미있는 에코시스템을 갖춘 테스트베드로 성장시켜야 한다. 제주의 최종 목표는 제주 내 에코시스템 구축이 아닌 국내 타지자체 혹은 해외로의 에코시스템 이식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인재들이 정주하고 제주를 중심으로 활동하기 위한 인센티브와 정책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결국 모든 산업 에코시스템 중심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저자소개]

아주대학교 산업공학과에서 자동차 인간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인간공학 기술사로 일본자동차연구소 방문연구원, 현대모비스연구소 Human-Machine Interface 팀장,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정책위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겸직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과학기술, 모빌리티와 미래기술이 경제사회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많다. 제주 연구개발 사업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지역정책팀장을 하면서 이해할 수 있었다. 다수의 논문, 보고서와 함께 《이동의 미래-모빌리티 빅뱅,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인가?》(2018),  《4차 산업혁명과 빅뱅 파괴의 기술》(2017), 《4차 산업혁명과 퓨처노믹스》(2017), 《잡 킬러-4차 산업혁명, 로봇과 인공지능이 바꾸는 일자리의 미래》(2016), 《초연결 시대-공유경제와 사물인터넷의 미래》(2015), 《KISTEP 미래 한국 보고서》(2015) 등을 집필, 공저했다. 


     

작가의 이전글 국내 전동킥보드정책 리뷰 및 제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