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죽스(Zoox)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아마존의 모빌리티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부분의 모빌리티 기업들은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한 곳에서 제공하는 MaaS(Mobility-as-a-Service) 플랫폼을 통해 ‘모빌리티의 아마존’이 되기를 꿈꾸고 있다.
과연 아마존은 자율주행기술 기업 죽스의 인수를 통해 무엇을 노리고 있는 것일까?
죽스는 나비간트리서치가 발표한 2020년 자율주행기술 개발기업 10위를 차지한 미국 스타트업이다. 2014년 설립, 9억50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고 2018년 투자라운드에서 32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도요타 하이렌더SUV를 자율주행차로 사용하고 있는 이 회사는 지난해 캘리포니아에서 58대의 자율주행자동차로 6만7016마일을 주행했다. 올 4월과 5월에는 각각 샌프란시스코와 라스베이거스의 주행 영상을 공개했다.
다우존스는 아마존이 2018년 약 32억달러에 죽스를 인수하기 위해 협상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로 죽스가 1000여명의 직원 중 계약직 120명을 해고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아마존과 매각 협상이 탄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전에도 아마존은 자율주행 분야에 관심을 컸다. 지난해 1월에는 미국 남부를 가르는 인터스테이트 고속도로 I-10에 아마존 로고를 부착한 임바크의 자율주행 트럭 사진이 레딧(reddit)에 올라와 관심을 끌었다. 임바크는 피터빌트 세미트럭에 자체 시스템을 통합한 자율주행트럭을 개발중인데, 당시 테스트 운전사가 탑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9년 2월에는 오로라이노베이션에 쉘 등과 함께 5억3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2016년 설립된 이 회사는 구글 자율주행팀을 이끌었던 크리스 엄슨과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개발 총괄이었던 스털링 앤더슨, 우버의 자율주행개발팀 멤버인 드류 배그넬 등이 주도한 스타트업이다. 당시 큰 관심을 끌었고 우리나라의 현대차와도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도요타의 ‘이팔레트(e-Palette)’에도 우버, 디디추싱, 마쯔다, 피자헛과 함께 참여했다. 완성차, 승차호출, 상거래 기업이 함께 MaaS(Mobility as a Service)를 구현한다는 목표로 추진된 이 얼라이언스는 내년 도쿄 올림픽에서 데이터수집과 분석, 보험과 승차공유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아마존은 올해 CES에서 ‘모빌리티 미래의 가속화(Accelerating the Future of Mobility)’를 모토로 전기차 기업 리비안(Rivian)이 개발한 픽업트럭 R1T을 선보이고 람보르기니 우라칸 EVO에 알렉사를 탑재했다.지난해 9월에는 리비안의 배송용 전기차 벤 10만대를 구매하겠다고 발표했다. 내년부터 2024년까지 10만대를 투입하겠다는 아마존은 벤을 생산할 리비안의 700만달러 투자를 주도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파이어TV 에디션 포 오토(Fire TV Edition for Auto)’를 발표했고 덴소, 액센추어, 블랙베리, 카르마 등과 함께 개발한 커넥티트 카 솔루션을 선보였다. 이와 함께 위라이드, 유니티, 델EMC, 내셔널인스투르먼트 등과 자율주행차 솔루션도 내놓았다. 아마존이 인공지능 스피커 업체를 넘어 미래 자동차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란 분석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중국의 자율주행 스타트업 위라이드와의 협력이다. 이 회사는 아마존 AWS를 기반으로 중국 광저우에서 로보택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아마존은 위라이드에 아키텍처와 비용, 베스트 프랙티스의 설계와 앱 개발을 지원했다. 2018년 10월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에서 시리즈A 투자를 받았으며 지난 2월 공개한 로보택시 시험운행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총 8396회를 운행해 4683명이 탑승했고 4만 1140km를 주행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배송로봇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마존은 이미 스카우트란 자율주행로봇을 운영하고 있다. 2017년 디스패치를 비밀리에 인수해 개발한 것으로 4륜을 6륜으로 늘려 운행중이다. 이 자율주행 로봇은 소나기, 눈보라 등 다양한 상황에서 테스트를 거쳤고 미국 워싱턴D.C., 어바인 등에서 시험운행 중이다. 2013년 베조수가 소개했던 드론 배송은 아쉽게도 아직까지 소식은 없다...
미국 배송업계는 크게 두 가지 어려움에 부딪혀 있다.
하나는 배송의존도가 높은 트럭운전자의 고령화다. 트럭 운전자의 55%가 45세 이상이고 평균연령은 49세다. 한 번 출발하면 목적지까지 며칠씩 걸리는 장거리 운송이 대부분인 트럭운전은 한해 동안 최대 200일의 객지 생활을 감수해야 하는 쉽지 않은 업종이다. 게다가 트럭면허는 21세가 넘어야 취득가능한데 대부분 21세 이전에 다른 산업으로 진입해 젊은 운전기사들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미국트럭협회에 따르면 트럭은 미국 전체 화물의 70% 이상을 담당하고 시장 규모만도 7190억 달러에 달한다(2017년 기준). 앞으로 10 년 동안 40만 명 이상의 운전자가 퇴직하지만, 화물 수요는 37% 증가해 90만 명의 새로운 운전자가 필요할 것이란 예측이다. 특히 50만명이 종사하는 장거리 트럭 운송은 2017년에도 약 5만1000명이 부족했고, 1마일 당 평균 비용도 전년대비 15% 늘었다. 숙련된 운전기사의 연봉이 8만 6000달러에 이르는 상황에서 물류 업체는 자율주행 트럭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또 하나는 라스트마일 배송비 부담이다. 허니웰에 따르면 라스트마일은 물류 비용의 53%를 차지, 가장 비중이 크다. 다음으로 터미널 간 화물운송(37%), 분류(6%), 수집(4%) 순이다. 그 동안 가장 많은 인건비가 소요되는 라스트마일 비용절감을 위해 로봇을 테스트해 온 전자상거래 기업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이를 새로운 모빌리티 디바이스로 정착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아마존 역시 물류 비용의 지출이 가장 크다. 자율주행 기능을 활용할 경우 내년 예상 지출 900억 달러중 연간 200억 달러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란 게 모건스탠리의 전망이다. 맥킨지 역시 라스트마일에 자율주행기능을 도입할 경우 비용의 10~40%를 절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자율주행 스타트업들이 어려운 실정이고 완성차 업체들 역시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자율주행기술 개발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점에서 아마존은 지금이 그동안 눈독을 들여온 자율주행기술 개발 스타트업 중 선두주자인 죽스를 싸게 인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죽스는 10억 달러 이하로는 매각을 하지 않겠다고 알려져 있다. 과거 32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생각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관련 투자가 비교적 안정적인 웨이모에 몰리고 있고 GM은 지엠크루즈(GM Cruise), 포드는 아르고AI) 등 완성차 기업들은 플랫폼 개발을 위한 핵심 조직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최근 BMW와 다임러가 얼라이언스 포기를 선언했을 만큼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기업들이 새로운 플랫폼을 인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감안하면 죽스 역시 자율주행기술이 필요하고, 현재까지 플랫폼을 보유하지 않은 아마존이 좋은 대상이 될 수 있다.
물론 용도는 배송을 위한 미들마일과 라스트마일, 혹은 상황에 따라 여객운송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 세미트럭을 활용한 퍼스트마일, SUV나 벤을 활용한 미들마일과 라스트마일, 그리고 스카우트 등을 활용한 라스트마일 자율주행 포트폴리오 구축이 아마존의 꿈이 아닐까?
임바크, 죽스, 오로라이노베이션은 자동차 제조가 아니라 기존 자동차에 자율주행 기능을 덧붙이는 역할을 하는 기업들이다. 죽스와의 협상이 잘 진행된다면 리비안을 활용한 자율주행 배송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중국의 위라이드처럼 AWS와 자율주행 배송과의 연결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그림...적합한지 공부 좀 더 해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