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NOW]'
코로나19로 자택대피명령이 내려진 지난 3월 디인포메이션은 전동킥보드 공유업체인 라임의 기업가치가 지난해보다 80%나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2017년 창업한 라임은 가장 최근인 시리즈D 투자유치 당시 기업가치가 무려 24억 달러에 달했다. 이와 비교하면 19.2억 달러가 떨어진 4.8억 달러에 불과하다.
당시 코로나19로 미국 뿐만 아니라, 영국 오스트리아, 벨기에, 브라질, 불가리아, 칠레, 체코,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독일, 그리스, 헝가리, 이스라엘, 이태리, 노르웨이, 폴란드, 포르투갈, 루마니아,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등 대부분 유럽 국가에서 서비스가 중단됐었다. 디인포메이션은 당시 라임 현금 보유액이 5000만~7000만 달러에 불과하다며 기업가치 4억 달러 수준에서 투자유치를 희망한다고 보도했다.
이때 우버가 나섰다. 지난 5월 우버의 주도로 베인캐피탈벤처스, 알파벳, 구글벤처스(GV) 등이 공동으로 1억7000만 달러를 투자한 것. 기업가치는 5억1000만 달러로 라임이 원한 4억 달러보다는 많았지만 지난해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다. 동시에 라임은 2018년 4월 우버가 인수했던 점프바이크를 재인수한다고 밝혔다.
우버의 라임 투자는 처음이 아니다. 2018년 7월 우버는 GV가 주도하는 3억 3500만 달러의 투자에도 참여하며 우버 앱에 라임 서비스를 포함시키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라임은 우버의 전기자전거와 전동킥보드 등 퍼스널 모빌리티를 종합적으로 운영하는 회사가 되었다. 코비드-19는 우버의 마이크로 모빌리티 전략을 변화시켰다.
라임의 비즈니스 스타일은 우버와 비슷하다. 2018년 3월 샌프란시스코에서 버드, 스핀 등과 함께 승인없이 서비스를 개시, 시작 3개월만에 서비스 정지를 당했다. 무질서한 소비자들의 사용행태와 교통당국과 협의하지 않은 ‘괴심죄’까지 더해진 듯하다. 이 때문인지 10월에 시작된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서비스 출시전 해당 도시 교통당국, 의회 등과 사전에 협력하는 스킵과 달리 라임은 과거 우버처럼 공격적으로 서비스를 선출시했다. 현재 라임의 홈페이지에 표시된 서비스 운영 도시들을 보면 코로나19로 인해 정지했던 곳 대부분에서 서비스를 재개한 듯 하다.
라임의 전동킥보드는 2세대, 3세대, 배터리 교체형 3세대로 구분한다. 국내에는 서비스 개시부터 3세대 제품을 투입했고 배터리 교체형 3세대는 아직 서비스에 투입하지 않은 듯 하다.
그런데 최근 라임이 한국에 진출했던 3세대와 모양이 다른 제품을 강남에서 목격했다. 기존 제품보다 바퀴 크기가 작고 몸체가 큰 모양으로 유럽과 미국 일부 지역에서 2018년부터 서비스하고 있는 2.5세대 제품이다. 라임은 두 세대 제품을 동시에 한국에서 운영하고 있다.
물론 사양도 다르다. 라임에 따르면 3세대는 2.5세대에 비해 크기는 작지만 무겁다. 완충방식, 구동방식, 브레이크 방식과 함께 바퀴크기도 2.5세대가 8인치, 3세대가 10인치로 차이가 난다. 2.5세대는 한번 충전에 22km를 주행하지만, 3세대는 40km 주행이 가능하다. 3세대는 1회 충전시간은 3세대의 경우 7시간이 소요되며 수명은 18개월 이상으로 라임은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투입되고 있는 2.5세대의 바퀴크기가 문제다. 전동킥보드의 바퀴 크기는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라임은 올해 2월 호주 브리즈번에 3세대 디바이스를 투입해 2.5세대와 함께 운영하고, 3월에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운영중인 전체 디바이스들을 수주에 걸쳐 3세대로 교체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산악자전거에서 영감을 받아 프론트 서스펜션과 멀티모달 브레이크, 특히 안전성 확보를 위해 10인치 타이어로의 업그레이드로 강조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왜 한국 시장에는 2.5세대를 배치하고 있을까?
일반적인 판단으론 해외시장에서 퇴출시키는 2.5세대 구형 모델들이 마지막으로 운영되고 생명을 마감하는 곳을 한국으로 정한 것이 아닌가 라는 판단이 든다.
더구나 조지 모리슨 아시아퍼시픽 시장확장 매니저(Asia Pacific Expansion Manager)는 우리나라에서 서비스를 론칭한 2019년 10월 1일 영문 홈페이지에 “한국을 라임이 글로벌에서 선택한 3세대 전용 마켓에 추가(adding Korea to our select group of Lime Gen 3-exclusive markets worldwide)”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서비스를 론칭했던 당시와 현재 라임 글로벌 오퍼레이션 전략이 바뀌었다고 하면 할말은 없다. 하지만 글로벌 최대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1위로 유니콘 기업이었던 기업이 이렇게 쉽게 약속을 깼다는 점은 쉽게 납득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경찰청이 공유전동킥보드 타이어 사이즈 10인치 이상 모델만을 대상으로 허용한다고 발표했고, 화성시 등에서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서비스를 하는 공유전동킥보드는 모두 10인치 이상의 바퀴를 채택하고 있다. 구형모델을 한국에 다량으로 투입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캘리포니아 법률사무소 SCLG는 9인치 이하, 일렉트릭 스쿠터가이드 역시 6~8인치 타이어를 장착한 전동킥보드는 마찰력이 낮에 쉽게 통제력을 잃을 수 있어 위험하다는 경고를 했다. 우리나라는 오는 12월 자전거 전용도로 통행을 앞두고 안전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부터 전동킥보드 업계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4차 산업혁명위원회 해커톤도 거쳤고,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기획재정부 등 각 부처와 끊임없이 논의했으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서울, 부산 등 많은 지자체들과도 협의와 논의 과정을 거쳤다.
라임은 이 과정에 참여하지 않고서도 과실은 함께 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국내에는 20개 이상의 공유 전동킥보드가 서비스를 하고 있으나 올해 안에 지배력 있는 소수의 업체로 시장이 정리될 전망이다. 특히 관련 규제이슈가 정리된 상황에서 시장 진입은 더 쉬워졌다. 현재 라임 외에도 독일의 윈드(wind), 싱가포르의 빔(bean)도 국내에 진출해 있다. 과연 토종기업들이 자본력이 월등한 해외 기업들에 맞서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
다. 이 경쟁에서 정부가 국내 기업들을 역차별 하는 행정을 펴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