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원의 위클리 모빌리티 산업 리뷰 #23
테슬라 모델S 출시와 함께 접했던 전장 설계는 시각분산(Visual Distraction)과 휴먼-머신 인터페이스(Human-Machine Interface)를 연구하고 개발했던 필자에겐 적지 않은 충격을 던졌다. 센터페시아에 장착된 무려 17인치 디스플레이에서 주행 중 인터넷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주행 중에는 휴대전화 사용과 내비게이션의 조작은 안전은 운전자가 주행환경 모니터링에 집중하기 위해 금지되어야 한다는 연구결과들은 한 순간 쓸모가 없어졌다. 레벨2 자율주행 기능이 인간의 모니터링 역할을 완벽하진 않지만 보조해 준다는 점을 인정해야 했다. 더구나 미래지향적 미니멀리즘 디자인은 미래 휴먼-머신 인터페이스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판단이 들었지만, 당시 국내 완성차 업계에겐 전혀 먹히지 않는 디자인이라는 점은 분명했다. 한마디로 ‘기존 업무로는 밥줄 끊기겠구나'라는 결론을 얻게한 테슬라 모델S 였다.
하지만 당시 일론 머스크가 남긴 “우리는 모델S를 바퀴달린 정교한 컴퓨터로 디자인했다(We really designed the Model S to be a very sophisticated computer on wheels)” 도발적인 발언을 듣고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기존 품질 중심의 대표적인 하드웨어 기업인 자동차 업계와 달리 테슬라는 하드웨어도 개발하지만 오히려 소프트웨어 기업에 가까운 실리콘벨리 회사이기 때문이다. 차량 업그레이드도 마찬가지다. 기존 완성차 업체가 페이스리프트(Face Lift)라는 부분 모델 변경을 하고 펌웨어를 업데이트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센터를 방문해야 하는 반면 테슬라는 OTA(Over-the Air)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해서 기능을 변경하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감히 마음대로 유지보수와 펌웨어 업데이트가 어려웠던 자동차가 스스로 업그레이드를 하다니 자동차라는 개념의 파괴를 불러 일으킨 것은 분명하다.
그 동안 완성차 업체들이 목숨걸고 경쟁해온 조립품질을 테슬라는 따라가지 못한다.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경쟁하며 축적한 조립품질 수준으로 향상되는 것은 불가능 할 수도 있다.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내연기관을 뛰어넘어 전기차부터 시작한 회사이기 때문일까? 일부 자동차 마니아, 그리고 완성차 업계 종사자들이 ‘테슬라가 무슨 자동차야'라고 언급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시장이 선택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최근 독일뮌헨고등법원은 불공정경쟁방지센터(The Center for Protection Against Unfair Competition)에서 제기한 소송에서 ‘테슬라 오토파일럿 광고는 허위'라는 판결을 내렸다. 소비자들이 자율주행 레벨2, 3 수준의 부분자율주행시스템인 오토파일럿이 인간 운전자 개입이 필요한 운전자 지원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완전 자율주행자동차로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영국 태참 리서치(Thatcham Research)도 독일의 판결을 지지한다는 내용과 함께 네이밍의 중요성, 특히 잘못된 네이밍이 가지고 올수 있는 대참사에 대한 경고를 추가했다 (참고 : 태참 리서치 발간 ‘안전한 자율주행의 정의(Defining Safe Automated Driving)’).
[ 태참 리서치의 12가지 안전한 자율주행을 위한 항목 (이미지 출처 : 태참리서치) ]
오토파일럿 명칭에 대한 논란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5월 플로리다에서 모델S를 오토파일럿 모드로 주행하던 죠슈아 브라운의 사망, 2016년 5월 백색 트레일러 오감지로 운전자 사망, 11월 3일 나무를 들이받고 배터리 폭발로 2명 사망, 2018년 3월 23일 마운틴뷰 모델X 중앙분리대 충돌로 운전자 사망, 2019년 2월 24 일 플로리다 모델S 충돌 운전자 사망, 3월 1일에는 플로리다에서 2016 년 5월 사고와 유사한 상황에서 모델3 오토파일럿 모드 운행 중 사고, 2020년 6월 2일 대만에서 발생한 모델3의 전복 트럭과의 충돌 등 테슬라 차량들이 사고가 날 때마다 끊임없이 논란이 되었던 이슈였다.
하지만 테슬라와 일론머스크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독일뮌헨고등법원 판결에 대해 “테슬라 오토파일럿은 항공분야 용어에서 따왔다. 아우토반은?”이란 트윗을 날리기도 했다. 출발에서 도착까지 레이다 관제로 자동조종시스템에 의존하는 항공기와 속도제한이 없는 아우토반을 빗대며 뭐가 문제라는 투의 언급이다.
테슬라 자율주행 브랜드 오토파일럿이 베타버전이라는 비난도 계속되고 있다.
베타버전의 정의부터 살펴보자. 테크텀즈(TechTerms)에 따르면, 베타 버전은 공식적으로 배포되지 않은 테스트가 진행 중인 소프트웨어, 사용자 피드백의 업데이트와 버그 수정이 필요한 버전이다. 각각의 베타 소프트웨어는 고유의 식별자를 갖는다.
테슬라 소유주들은 베타테스터일까? 블룸버그에 따르면 테슬라는 오토파일럿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때 소수의 ‘조기 접근 사용자 그룹(Early Access Customers Group)’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실시한다고 한다. 초기 완벽하거나 신뢰하기 힘든 새로운 기능들은 해당 그룹의 차량 데이터를 활용해 불과 수주 만에 발전시킨다. 하지만 2019년 3월 오토파일럿과 완전자율주행(Full Driving) 업그레이드 가격 인하를 발표하면서,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 패키지를 가격 인하전에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조기접근프로그램을 제공했고, 실제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영상이 유출되기도 했다. 조금은 헷갈리는 부분이다. 알파테스트를 거쳐 내놓은 베타 프로그램인지 혹은 베타프로그램 자체가 프로그램 명칭인지.
2019년 10월 불름버그는 모델3 사용자 5000명을 대상으로 품질과 신뢰성, 서비스와 충천, 오토파일럿, 마켓진화 4개 카테고리에 걸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중 13%가 오토파일럿 때문에 위험한 상황에 처했고, 28%가 위험한 상황에서 자신을 구했다고 답했다. 오토파일럿 관련 응답자 90%가 오토파일럿 소프트웨어가 위험한 상황을 만들지만, 오토파일럿을 활용하는 주행이 보다 안전하다고 답해 기능에 대한 선호는 개별 운전자들의 경험에 따라 상이하지만 대체로 선호도는 높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베타 기능들 일수록 신뢰성이 낮다는 답변도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오토파일럿 내비게이션’
으로 가장 늦게 제공된 내비게이션 목적지와 연동되어 알아서 차선변경과 추월이 가능한 ‘네비게이터 온 오토파일럿(Navigate on Autopilot)’ 기능에 운전자 점수가 가장 낮음을 알 수 있다. 스마트 서먼(Smart Summon) 기능도 마찬가지다. 블룸버그는 ‘베리 베타(Very Beta)’ 버전으로 표현했다.
블룸버그 설문 참여자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예를 들면, 소프트웨어는 베타버전이지만 운전자 감독하에 사용하기 충분하다, 차선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갑자기 트럭이 있는 차선에 합류하는 등 이해가지 않는 주행을 한다, 시속 130 킬로미터로 아우토반을 달리다 갑자기 시속 50킬로미터로 주행하기 시작했다 등 최근 국내 모방송매체에서 언급한 문제점과 동일하다.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기존 완성차 업계에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베타버전이라고 하지만 테슬라는 동일한 버전의 오토파일럿 버전을 배포하기 때문에 뽑기차라고 부를 수도 없다. 타제품과의 성능비교가 필요한 대목이다.
테슬라 오토파일럿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듯 싶다. 역시나 일론 머스크 답게 꾸준히 명확한 개선책을 내놓지 않는다. 2020년 로보택시? 2016년 7월 공개한 마스터플랜2 에서는 2017년 자율주행차량 공유서비스를 선보인다고 했고, 2019년 2월에는 테슬라 투자사인 ARK 인베스트먼트 팟케스트에 출연한 일론 머스크는 2019년 안에 자율주행기술을 완성해 2020년 올해 오토파일럿의 완전자율주행 기능 완성을 약속했다. 과연 이번에는 일론 머스크의 약속을 믿을 수 있을까?
나비간트 리서치는 매년 글로벌 자율주행기술 개발 기업 순위를 발표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미국 나비간트 리서치는 글로벌 자율주행기업 순위를 발표했습니다. 1차 평가는 관련 기업들과 이해당사자들의 인터뷰, 2차 평가는 연구진의 분석을 거쳐 선정한다. 2020년 결과에서 테슬라는 18개 기업 가운데 꼴찌를 차지했다. 나브야, 메이 모빌리티 등 셔틀 개발 업체들 보다 순위가 낮다. 테슬라의 하락과 관련, 나비간트리서치는 2020년 로보택시 기능을 가진 자율주행자동차 100만대 출시 등 제품과 제시한 모빌리티 비즈니스 모델이 매치되지 않아 순위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벌써 7월인데 소식이 없다. 그렇다고 앱티브와 조인트 벤처를 설립한 기대감으로 2018, 2019년 10위 권 밖에서 6위로 등극한 현대차-앱티브 얼라이언스도 살짝 이해는 가지 않는 부분이긴 하다.
하지만 라이다 없이 작동하는 테슬라 차량들이 일론 머스크 주장과 같이 올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다른 자율주행자동차 개발 기업들은 올킬할 수도 있다. 테슬라가 2021년 나비간트 리서치 평가에 1위를 차지할 수도 있다. 물론 제한된 환경에서만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기는 한다. 아이폰이 세상을 바꾼 시점을 아이폰 모멘트(iPhone Moment)라고 말한다. 아마도 일론머스크의 장담이 실현된다면 테슬라 모멘트(Tesla Moment)는 2020년 올해가 될 것이다. 실현이 가능할까?
테슬라 주가도 연일 화제다. 도요타를 제치고 자동차 업계 가운데 1위에 올라섰고 앞으로도 장미빛 전망이 만발하다. 주당 2000달러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도 솔솔 나오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와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테슬라의 올 1~6월 국내 판매량은 7079대로, 전년동기대비 1677% 급증했다. 메르세데스-벤츠(3만 6368대), BMW(2만 5430대), 아우디(1만 71대)에 이은 4위로 2017년 국내 진출 이후 최고의 성적이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는 4~5월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주춤했으나 미국 테슬라 프리몬트 공장이 다시 가동되면서 하반기에도 돌풍을 이어갈 기세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앞으로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판매량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테슬라를 전기차와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하는 자동차 회사를 넘어 파워월(Power Wall), 파워팩(Power Pack), 솔라루프(Solar Roof)등 새로운 에너지 기업으로 평가를 받기도 한다. 테슬라의 미션 스테이트먼트는 처음에는 ‘세계의 지속가능한 교통시스템의 가속화(to accelerate the world’s transition to sustainable transport) 였지만, 모델3를 출시한 2016년 중반 ‘세계의 지속가능한 에너지의 가속화(to accelerate the world’s transition to sustainable energy)’로 변경했다. 일론머스크의 야망이 보이는 문구다.
마지막으로 주변 전문가들의 바램이 있다. 2021년 최초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출시되는 현대차 전기차 3개 모델이 테슬라를 능가했으면 한다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