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기술 2020년 12월호 원고
꽃피지 못한 국내 공유경제 산업
2015년 5월 월스트리트 저널에는 ‘모든 것이 우버화되고 있다(There’s an Uber for Everything Now)‘라는 기사가 실렸다. 2009년 창업해 약 130조 규모까지 급성장했던 우버의 기업가치는 다른 산업에서 우버를 꿈꾸는 기업들을 속속 탄생시켰다. 공간을 공유하는 에어비앤비(Airbnb), 공유오피스 위워크(WeWork),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 업체인 라임(Lime)과 버드(Bird) 등이 대표적인 우버의 후예들로 ‘우버화(Uberfication)’의 주인공들이다.
공유경제는 2000년대 말 세계경제위기를 겪으며 위축된 소비와 줄어든 일자리, 스마트폰과 앱의 확산으로 가능해진 광범위한 서비스 수요자와 공급자의 연결, 수요자 입장에서는 손쉬운 서비스 접근성, 무엇보다 인터넷을 통한 신뢰문화를 확산으로 주류 경제를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했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보다 간편하고 빨라진 서비스, 제품, 경험의 선택과 구매, 그리고 결재 인터페이스가 플랫폼 기반 공유경제 성장에 한 몫을 했다.
전 세계에 빠른 속도로 규제와 기존 산업군과 충돌하며 확산한 공유경제는 디지털경제에 대한 본격적 논의를 확산시켰다. OECD는 ‘디지털경제(Digitalised Economy)는 정보통신기술에 기반한 경제’로 정의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디지털경제를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공유경제’와 ‘일반 디지털경제’로 구분했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공유경제는 가계 또는 기업이 소유한 유휴 자원(숙박, 승차 및 차량, 대부 서비스 등)을 온라인 중개서비스를 통하여 다른 경제주체와 무상 또는 유상으로 공유하는 형태, 일반 디지털경제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공유경제 외에 디지털기술에 기반한 전자상거래, 디지털 콘텐츠 거래(유·무료 디지털서비스 포함)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정의했다. 디지털 공유경제를 거래 주체별로는 개인간(P2P), 기업-소비자(B2C), 기업간(B2B) 거래로 구분하고 GDP 측정과 관련하여서는 특히 P2P 거래 확산에 관심이 높았다.
(출처) GDP통계의 디지털 및 공유 경제 반영 현황 및 향후 개선 계획, 한국은행, 2017. 5. 29.
[그림 ] GDP측정과 관련 디지털·공유경제의 범위
이러한 개념을 기반으로 한국은행이 2019년 6월 발표한 국내 공유경제 규모는 2015년 204억원, 2016년 581억원, 2017년 1356억원, 2018년 1,978억원으로 성장했다.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0.001%, 2016년 0.004%, 2017년 0.008%, 2018년 0.011% 수준이다. 특히 공유숙박 플랫폼인 에어비앤비 또는 카풀 등 온라인 기반의 개인간 공유경제 규모가 3년만에 10배로 성장했고, 숙박공유 서비스 비중이 가장 크다고 밝혔다.
정부는 2019년 2월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발표한 ‘서비스 R&D 추진전략(서비스산업혁신II)’를 통해 공식적인 공유경제 대책을 발표했다. 공유경제를 ‘플랫폼 등을 활용하여 자산・서비스를 타인과 공유하여 사용함으로써 효율성을 제고하는 경제 모델( 개인, 기업, 공공기관 등이 유휴자원을 일시적으로 공유하는 활동 등)’로 정의하고 신서비스 시장 창출을 위해 진입규제 개편 등을 통한 분야별 공유경제 활성화, 공유경제의 제도적 기반 마련 등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밝혔다.
하지만 이미 관련 기업들이 제기한 이슈들에 대해 결정된 정책들을 담았고, 대표적인 공유경제 서비스인 승차와 숙박 분야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내용만을 포함해 정책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실제로 기존 산업계와 공유경제 업계와의 중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택시업계가 반발했던 카풀산업은 거의 사라졌고 타다는 서비스를 중단했다. 도시지역 내국인 공유숙박 역시 숙박업계의 반발로 국내 숙박공유 업계도 명맥이 끊겼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도 2018년 4월 제4차 규제혁신해커톤을 통해 ‘도시지역 내 내국인 공유숙박 허용’과 ‘ICT를 활용한 교통서비스 혁신’에 대한 이해당사자들 간의 합의를 시도했으나 이해 당사자들의 불참 혹은 소극적 대처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스타트업 규제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다자요의 농어촌 빈집 공유 이슈는 2019년 11월 제6차 해커톤에서 중소도시 및 농어촌지역 빈집재생을 통한 관광숙박 활성화, 2020년 7월 제7차 해커톤에서 농어촌지역 활성화를 위한 빈집 활용 방안 등 2차례 논의를 거쳤다. 그 결과 2019년 9월 농어촌과 준농어촌지역 빈집(230㎡ 미만)을 대상으로 5개 이내 시·군·구(시·도별 1개 시·군·구)에서 총 50채 이내(지자체별 15채 이내), 영업일수는 연 300일 이내 한정으로 사업요건과 마을주민과 상생협력을 위한 주민협의 절차 등을 거쳐 실증이 가능하도록 ICT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통과했을 뿐이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공유경제 산업들이 제대로 비즈니스를 펼치기도 전에 사라졌거나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국내 시장만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추진했던 기업들의 한계도 있지만, 정부의 소극적인 정책 추진과 가장 중요한 이슈인 기존 산업계와의 소극적인 중재와 대처도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다.
단 코비드 상황에서 서비스가 멈추지 않았던 우리나라 공유전동킥보드 이용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전국 공유전동킥보드 5만 2080대 가운데 70.5%가 운행되고 있는 서울의 퍼스널모빌리티산업협의회 소속 12개 업체 이용 건수는 올해 3월 143만 5143건에서 8월 360만1629건으로 증가했다. 3~8월 누적 이용 건수도 1519만 107건으로 지난해 7~12월 이용 건수 350만여 건과 비교해 4.3배 이상 늘었다. 공유서비스 물량도 빔과 라임 등 해외 업체의 적극적 국내 진출로 작년 12월 1만 7130대에서 5만 2080대 규모로 3배나 증가한 상황이다. 현대카드 결제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7년 64만3,248건이던 공유 모빌리티 결제 건수는 2019년 112만9,417건으로 76%, 결제금액 역시 2017년 110억8,407만원에서 2019년 189억6,293만원으로 71%나 증가해 승차나 숙박공유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를 피해가지 못한 공유경제
다른 산업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의 확산은 공유경제 산업과 시장에 막대한 충격을 안겼다. 재택근무 등의 여파로 택시, 대중교통, 우버와 리프트와 같은 운송네트워크서비스(Transport Network Company), 여행이 제한되면서 에어비앤비 등의 수익은 급감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자택대기명령(Shelter-in-Place Order)이 실행된 국가와 도시에서 피해 규모는 더욱 컸다.
올해 2분기 우버 승차공유 서비스는 전년 동기 대비 73% 감소했고, 3분기에는 11억 달러의 손실로 전년 동기 대비 순익이 20%가 감소했다. 에어비앤비도 순탄치 않았다. 올해 3월 유럽 예약은 80%,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애틀과 같은 미국 도시 지역 수익은 50% 이상 감소 했다. 기업가치는 최고점 310억 달러에서 180억 달러로 곤두박질 쳤으며, 5월에는 7,500 명의 직원 중 1,900 명을 해고 해고하기도 했다. 2분기 수익도 작년 10억 달러 대비 67% 감소한 3억 3500억 달러로 급락했다.
하지만 우버는 코비드-19 반사 이익을 얻고 있는 음식과 식료품 배송서비스 우버이츠(Uber Eats) 매출이 135% 상승해 승차공유 손실을 만회하고 있으며, 포스트메이츠(Postmates), 코너샾(Cornershop)을 인수합병해 라틴 아메리카와 캐나다 등에서 배송 서비스 등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에어비앤비도 많은 사람이 모이는 호텔 대신 여행객들이 개인 주택으로 몰리고 있어 올해 7월 매출은 작년 대비 22%, 8월 17일 주는 작년 대비 75%나 높아져 서서히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으며, 30억 달러 규모 조달을 위한 상장을 준비 중이다. 이렇듯 공유경제 비즈니스 방향성과 성과는 코비드-19 추이에 커다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위워크는 대표적인 혁신 유니콘 기업이었다. 2010년 뉴욕 맨해튼에서 사업을 시작했으며 공유경제 바람을 타고 창업 9년 만에 전 세계 120여 도시에 800개 이상의 지점을 운영하는 세계 최대 공유 사무실 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에도 진출했으며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주도한 비전펀드를 통해 100억 달러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고 손정의 회장이 차세대 알리바바로 평가하며 20억 달러를 추가유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470억 달러를 넘는 기업가치를 평가 받았음에도 2019년 10월 기업공개를 추진했던 계획은 무산되었다. 2018년 18억 2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지만, 16억 1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만적 적자와 재임대라는 사업모델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며 기업가치는 100억 달러까지 추락했다. 위워크 주식을 담보로 수천만 달러를 대출받아 다른 기업에 투자하는 등 오너리스크도 위워크의 몰락에 한 몫하는 등 공유경제 거품론과 오너 윤리의 중요성을 재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공유와 구독의 하이브리드 경제
이미 구독은 매우 익숙한 단어다. 잡지, 신문, 뉴스레터, 음원과 영상 콘텐츠 등 주로 월정액을 지불하고 상품과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개념이다. 국내에도 와이즐리 면도기, 버거킹 햄버거, 뚜레쥬르와 파리바케트의 베이커리, 퍼블리, 폴인 등의 지식 콘텐츠, 현대그린푸드의 식품 등 많은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대표적인 글로벌 서비스는 올해 회원수 2억 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넷플릭스로 구독경제 비즈니스 모델을 넷플릭스화(Netflixfication)이라고도 한다.
구독경제는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소유보다 저렴한 제품과 서비스 활용을 경험한 세대가 정기적인 서비스로의 전환을 시도로 풀이할 수 있다. 일회성 소비 중심으로 기업들의 과도한 시장경쟁이 문제가 되어 왔던 공유경제 기업들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고정 고객 확보가 용이해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 확보에 유리하다. 기존 공유경제가 공급자와 소비자의 중개구조로 수수료가 발생했다면, 많은 구독경제 모델들은 공급자와 소비자가 직거래하는 구조로 기존 기득권과의 충돌이 없다는 점도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다 수월하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장점으로 꼽을 수 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강조하는 큐레이션이라는 소유와 공유보다 차별화 된 사용자 경험, 소유를 위한 구매보다 저렴한 가격이 매력적이다. 기존의 소유(Ownership)에서 일회성 소비인 공유경제(Sharing), 소유와 공유의 중간 모델인 임시소유 혹음 멤버십(Temperory Ownership or Membership) 소비형태로 정의할 수 있다.
최근 가장 활발하게 구독경제가 진행되고 있는 분야는 모빌리티 분야다.
과거 주로 럭셔리 브랜드로 제한된 지역에서만 운영되며 확장에 한계를 보이던 자동차 구독모델은 코로나 확산를 기점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도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마루티 스즈키, 도요타, 닛산, 재규어 랜드로버 등이 코로나 창궐 이후 새롭게 구독서비스를 시작했다. 2017년 구독서비스 케어(Care)를 시작한 볼보는 2025년까지 구독서비스가 매출의 50%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을 정도다. 현대차 구독모델 설렉션은 코로나를 기점으로 일일 신규 회원 수가 18배 증가했고, 1개월 단위로 차량을 이용하는 쏘카플랜은 코로나 확산이 본격화된 올해 2, 3월 평균계약 건수가 작년 12월과 올해 1월 대배 약 2배인 91%가 증가하기도 했다.
공유경제 확산으로 차량 소유를 기피했던 사람들이 차량을 새롭게 구매하기는 부담스럽고 대중교통과 택시, 코비드 감염을 피하기 위해 단기 임대 차량을 기피하면서 등장한 새로운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완성차 업체가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구독모델은 확산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현상은 전동킥보드 업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보이(VOI), 뉴론 모빌리티(Neuron Mobility), 헬비즈(Helbiz)는 각각 영국 브링험, 호주 캔버라, 이태리 로마에서 월단위 구독 모델을 출시했다. VOI의 예를 들면 월 구독 요금 40유로로 매일 최대 30분 이용이 가능하다. 코비드-19가 확산되고 전동킥보드 서비스를 허용하거나 확산하고 있는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국내 업체인 피유엠피는 2020년 1월 시판한 구독모델 '2020 씽싱 프리패스' 2020장은 일주일만에 모두 완판했다. 9만9000원을 내면 올해 연말까지 1회 최대 20분, 1일 누적 60분 이내면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정기권으로 코비드-19와 상관없이 구독경제 비즈니스 모델의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2010년대 공유경제가 대세였다면, 2020년대는 구독경제가 공유경제를 잇는 대세로 언급되고 있다. 특히 코비드-19 여파와 공유경제 거품론 등으로 우버, 에어비앤비, 위워크 등 공유경제 대표 기업들의 고전을 공유경제의 종말로 언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앞으로 코비드-19 상황의 변화, 경제 상황 등의 변화에 따라 공유경제의 향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특히 국내와 같이 기득권과의 충돌로 활성화되지 못한 숙박과 승차 공유서비스는 앞으로도 활성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단 그 외 소비패턴은 공유경제와 구독경제로 양분되는 것이 아니라, 하이브리드 형태로 공존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글을 마무리 한다.
[참고문헌]
차두원, ‘우버' 한국서 영업 중단, 우리에겐 아직도 낯선 공유경제, 중앙선데이, 2015. 3. 28.
차두원, 진영현, 초연결시대, 공유경제와 사물인터넷의 미래, 한스미디어, 2015. 1. 21.
GDP통계의 디지털 및 공유 경제 반영 현황 및 향후 개선 계획, 한국은행, 2017. 5. 29.
JD Shadel, Airbnb can survive the pandemic. But can Airbnb hosts?, The Washington Times, 2020. 7. 16.
Andrew J. Hawkins, Uber is still getting hammered by COVID, though things are looking slightly better, THE VERGE, 2020. 11. 5.
Chris Ciaccia, Airbnb IPO: What to know Airbnb hopes to raise $3B in an IPO, FOX BUSINESS, 2020. 11. 10.
JD Shadel, Airbnb can survive the pandemic. But can Airbnb hosts?, The Washington Times, 2020.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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