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ub-to-hub 방식이 인간 운전자 일자리를 보전할 수 있을까?
골드만삭스경제연구그룹(Goldman Sachs Economics Research)은 자율주행차가 도입될 경우 일반적으로 택시기사 일자리가 가장 많이 없어질 것이란예상과 달리 트럭 운전기사가 자율주행기술로 대체될 위험이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자율주행차가 등장하는 몇 년 간은 자율주행기능이 인간 운전자 일자리를 서서히 대체하겠지만, 자율주행차가 급속히 증가하는 2042년에는 월 25,000개, 연간 300,000여 만 개 인간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물류산업에서 트럭 의존도가 높은 미국 트럭업계가 직면한 가장 커다란 문제는 운전자 고령화다. 미국 국민 평균 연령이 42세 인데 비해 트럭 운전기사 평균연령은 49세다. 트럭 운전자 25%는 35세 미만, 55%는 45세 이상으로 평균 연령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고령 운전기사들이 퇴직하면서 젊은 운전기사들의 부족현상까지 겹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럭운전은 한 번 출발하면 목적지까지 몇 일이 걸리는장거리 운송이 대부분으로 1년 동안 최대 200일의 객지생활을 감수해야 한다. 워크-라이프 밸런스와 삶의 질을 중요하게여기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에겐 매력적인 업종이 아니다.
뿐만아니라 21세가 넘어야 트럭운전기사가 되기 위한 상업용 운전면허(Commercial Driver License) 취득이 가능하다. 하지만 많은 젊은세대들 21세 이전에 다른 산업으로 진입하기 때문에 신규인력의 진입도 용이하지 않다.
트럭운전기사 부족 문제는 2012년 미국 경제가 살아나면서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미국트럭협회(American Trucking Associations) 추산에 따르면 2017년 트럭업계는 미국 전체 화물의 70% 이상을 담당하고 매출은7,190억 달러를 기록했다. 앞으로 10 년 동안 40만 명이 넘는 운전자가 퇴직하지만, 화물수요는 37% 증가해 화물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선 90만 명의새로운 운전자가 필요하다.
약 50만 명이 종사하는 장거리 트럭 부문에선 2017년에는 약 51,000명이 부족했다. 운전기사 부족현상 해소를 위해 화물업체들은 높은 임금과 보너스를 제공하는 등 2017년 1마일 당 평균 비용은 2016년 대비 15%나 상승했다. 화물 트럭 운전기사 평균연봉은 5만 9,000달러지만, 개인사업자로 일하는 숙련된 운전기사는 8만 6,000달러까지 올라갔다.
테슬라, 우버, 다임러 등 업체들은 자율주행트럭을 개발하고 있으며, 펠로톤 테크놀로 (PelotonTechnology)는 군집주행기술을 개발하는 등 많은 기업들이 트럭 자율주행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2019년 테슬라가 생산예정인 부분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전기트럭 세미는 1회 충전으로 약 800 킬로미터 주행이 가능하고 약 160만 킬로미터를 보증해, 연간 10만 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고 테슬라가 발표했다. 자율주행트럭 스타트업인 임바크(Embark)는 냉장고를 싣고 택사스에서 캘리포니아까지650마일(1,046km) 레벨2 기술 수준의 자율주행 배송에 성공해 그 동안 상업용 자율주행트럭 최장거리 주행기록인 우버(Uber)가 기록한 120마일(193km)을 경신했다. 이미 프라이트라이너(Freightliner), 볼보 등 트럭기업들은 이미 차선유지시스템과 정속주행장치 등의 기술을 탑재해 판매하고 있다. 테슬라 모터스의 자율주행전기트럭인 세미(semi)는 월마트에서 30대 이상을 선주문하겠다고 나서는 등 물류 및 소매 서비스에서는 장거리 운행을 위한 비용감소가 중요한 기업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자율주행트럭 도입을 환영하는 물류기업과 자율주행기술 개발기업들은 운전기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숙련된 운전자가 부족하고 진입장벽이 높은 트럭운전기사라는 직종에 자율주행기술로 스킬 갭(Skill Gap)을 채워 진입장벽을 낮추고 부족한 인력 확보에 주요 목적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미국정부와 자율주행기술개발 기업, 트럭운전기사들의 이해는 충돌하고 있다.
미국정부 자율주행차 법제화에 매우 적극적이다. 2017년 9월 하원에서 상정된 자율주행차량 관련 법률안 의결을 시작으로 연방 차원의 통일 법제 마련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 하원은 자율주행차량 활용을 위해 SELF-DRIVE Act(Safely Ensuring Lives Future Deployment and Research in Vehicle Evolution Act)를 의결해 상원에 송부했다. 주요 내용은 자율주행차 안정성 확보를 위한 연방정부의 역할을 규정하고 주정부가 연방 기준에 위배되는 법률 제정을 금지하며, 생산업체는 상용화 전에 문서화된 사이버 보안 규정과 프라이버시 보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자율주행차 시험 기준 및 안전 예외 규정 마련을 위한 내용도 포함하고 있으며, 상용화를 위해 정부와 기업이 준수해야 할 사항을 담고 있다. 특히 교통부는 잠재 소비자에게 자율주행차 기능과 한계에 대한 정보 제공 의무화, 장애인과 고령층 등 교통약자 이동성 보장을 위한 가이드라인 개발, 1만 파운드(4,535kg) 이하 모든 새로운 승용차에 대한 뒷좌석 탑승자 정보시스템 장착 의무화,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대한 최신안전기준연구 수행 등을 수행하도록 규정했다.
이와 별도로 상원은 SELF-DRIVE Act와 동반 법안인 AV START Act(American Vision for Safer Transportation through Advancement of Revolutionary Technologies Act)를 발의해 2017년 11월 상원 상업·과학·교통위원회에 회부되어 계류 중이다. 주요 내용은 자율주행차 설계, 구조, 성능 등과 함께 자율주행차량 관련 등록, 허가, 교육, 보험 등에 대한 주정부의 불합리한 제한에 연방 법률 우위 원칙이 적용됨을 규정하고 연방 차량 안전 기준의 지속적인 업데이트 필요성 규정, 자율주행차 생산기업의 시스템 안전, 데이터 기록, 사이버 보안 등 9개 항목에 대한 안전 평가보고서 제출 의무화, 자율주행차 권고사항을 마련해 교통부에 제출하기 위한 15인으로 구성된 기술위원회 설치 등을 규정하고 있다. 하원 AV Act는 자율주행트럭을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고 데이터 프라이버시 관한 규정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 상원의 SELF-DRIVE Act와의 차이점이다.
2018년 9월 미국 교통부와 도로교통안전위원회(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dministration)가 발표한 자율주행차 정책 3.0(Autonomous Vehicle Policy 3.0)에는 대형트럭과 버스 운행을 감독하는 미국연방운송안전청(Federal Motor Carrier Safety Administration), 미국 전역의 운송 운영을 감독하는 미국 연방대중교통청(Federal Transit Administration), 자율주행차 인프라 요구사항 평가를 위한 미국 연방도로청(Federal Highway Administration) 등을 참여시켜 공공운송과 트럭 등 물류 분야 자율주행을 위한 규제 완화 조치, 연구 및 데이터 수집, 이해 관계자 참여, 파일럿 프로그램 내용 등을 포함했다.
미국 최대 트럭 생산기업인 나비스타(Navistar)는 상원 SELF-DRIVE Act에대형상용트럭도 적용 대상에 포함하도록 촉구하고 있고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도 1만 파운드(4,535 kg) 이상 상용트럭도 적용하는 방안 추진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일자리를 잃을 것을 우려하는 전미트럭운전자조합(teamster) 등은 자율주행트럭과 트럭 군집주행 도입에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트럭기사들과의 우려와는 달리 자율주행트럭 도입으로 미국 트럭업계가 직면한 운전기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오히려 일자리는 증가할 것이란 예측도 있다. 현재 자율주행트럭을 개발하고 있는 우버의 ATG(Advanced Technologies Gruop)과 CDL-Holding Truckers의 연구 결과다.
우버는 트럭업계 진화를 위해 수송허브(Transfer Hubs)와 자율주행트럭과 기존 트럭이 함께 운영되는 혼류 (Mixed Fleets) 정책을 제안했다. 장거리 트럭운전자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인간 운전기사는 화물을 창고나 공장에서 고속도로 주변 허브까지 운송을 담당하고 고속도로에서는 자율주행트럭이 운송하는 모델이다. 시뮬레이션을 위해 2028년 약 100만 대의 자율주행 트럭이 운행되고 있으며, 자율주행트럭은 밤과 낮에 모두 운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 트럭 두대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가정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2018년 자율주행트럭이 투입되지 않았을 경우 미국 전국의 트럭운전기사일자리는 766,000개가 증가했다. 하지만 자율주행트럭을 추가하고 우버가 제안한 새로운 모델을 도입하면 로컬허브를 중심으로 트럭 물동량이 증가하고, 자율주행트럭은 장거리노선 효율성을 높여서 트럭운송 비용을 낮추고 배송 화물들의 소매가를 낮춰 상품을 소비자에게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어 수요가 증가해 트럭 물동량이 증가하게 된다. 그 결과 장거리 수송에서 로컬 수송으로 약 1백만개 일자리가 이동하며, 수요증가에 따라 약 400,000만개 새로운 트럭 운전기사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분석했다.
우버가 제안하는 수송허브와 혼류 전략과 유사한 개념으로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자율주행트럭과 허브-투-허브(Hub-to-Hub) 운송시스템 개념 도입을 통한 물류 프로세스 개선으로 2030년까지 물류비용 47% 절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절감 비용의 80%는 인건비 절감으로 특히 자율주행트럭은 현재 하루의 3분의 1도 안되는 29%의 시간을 운행하는 트럭 운행시간을 2030년 하루의 78%까지 올려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트럭운송협회(American Trucking Association)도 자율주행트럭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더라도 일자리에는 커다란 변동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자율주행 본격 활용에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단기간내에 일자리 상실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비영리 에너지 연구단체인SAFE(Securing America’s Future Energy)는 자율주행기술이 트럭 산업의안전성, 인력부족, 효율성 개선에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SAFE가 경제학자들에게 의뢰한 연구에 따르면 최소한 2040년까지 트럭 운전기사 고용시장은붕괴하지 않는다. 2040년까지 자율주행이 0.06~0.13% 수준의 실업률을 증가시키며, 트럭운전기사들의 평균연령이 55세가 되는 2050년 중반에는 대부분 트럭운전기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며 점진적인 트럭운전기사들이 유통센터, 차량안내 등 트럭과 연관된 다른 직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후방산업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2025년까지 미국에서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경우 버스, 택시, 트럭 운전기사들 뿐만 아니라, 자동차 보험회사와 렌탈 회사 직원 등 1,000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차량공유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택시기사들 일자리가 감소할 뿐만아니라, 공유자율주행차가 등장하면 긱 이코노미로 생활하는 우버 드라이버 등도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시내티 파이낸셜(Cincinnati Financial)은 차량 간 거리를 식별해 운전 속도를 조절하는 센서가 탑재된 자율주행차가 증가하면 자동차 보험 수요도 급감할 것이라고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미국 3대보험회사인 신시내티 파이낸셜, 머큐리 제너럴(Mercury General), 트래블러스(Travelers)는 2015년 3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연례보고서에서 자율주행차를 미래 사회의 가장 큰 위협으로 꼽았다. 자율주행차에 내장된 사고 예방장치로 교통사고 발생건수가 급감하게 되면, 운전자의 부주의 덕분에 이익을 창출해온 보험업계의 영업기반이 무너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와 자동차 부품업계 역시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 LKQ는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로 사고가 줄어들면 수리용 부품의 수요가 감소하여 부품업계와 수리, 정비 업계도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는 대부분 전기차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내연기관처럼 연료를 채울 필요가 없기 때문에 미국처럼 편의점이 주유소에 설치되어 있는경우 편의점만 타격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음료 제조 회사들, 특히 미국내 판매량의 63%가 주유소 및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몬스터 음료(Monster Beverages) 같은 회사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공유자율주행차 확산이 예상되는 초기 시장에서는 차량중개앱이 수요자와 공급자 매칭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자동차 딜러 시장도 축소될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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