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소울메이트
사람의 성공한 척도를 나누는 기준은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진정한 친구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성공한 인생의 척도로 종종 삼기도 한다. 그렇듯 소울메이트가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한 존재의 가치가 달라진다.
돈가스 전문 식당을 간 적이 있다. 새로 개업을 해서인지 연인들이 좋아할 만한 깔끔한 인테리어였고 돈가스도 육질이 좋은 안심으로 된 속살과 바삭한 튀김이 좋아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돈가스 전문점이라 그런지 함께 간 친구들은 쫄면 같은 다른 메뉴를 같이 먹고 싶었지만 없었다. 한번 들어오면 다시 나가는 일 따윈 없는 우리는 원래 목적인 돈가스만 먹었지만 우리 뒤에 온 여성분들은 메뉴판에 돈가스만 있는 것을 보고는 우리와 달리 바로 나갔다. 이렇게 아무리 메인 메뉴가 뛰어나도 같이 즐길 사이드 메뉴가 없다면 고객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그럼 국밥집은 어떨까? 국밥만으로 나의 거대한 허기짐을 채우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종종 들 때가 있다. 운동을 하고 난 뒤나 회사에서 고달픈 업무로 시달리거나 어떤 이유로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때 특히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그러면 메인을 먼저 고르고 고기를 찾는 하이에나처럼 어슬렁거리듯 메뉴판을 다시 한번 살피기 시작한다.
밀면엔 찐만두, 자장면엔 군만두, 칼국수엔 김밥 등 각 요리엔 영혼의 단짝, 시그니쳐 사이드 메뉴가 하나씩 존재하는데 국밥에도 이런 메뉴가 있다. 식당마다 모둠 순대, 맛보기 순대 등 일컫는 말이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건 바로 순대다. 대체로 우리가 분식에서 먹는 그 검은색 순대가 나오지만 여기에도 색다름을 추구하는 집도 있다. 실제로 종류가 다른 색색의 다채로운 순대가 나오는 곳도 있고 수제 순대로 한입에 넣기도 힘들 정도의 크기를 자랑하는 곳도 있다. 또 암뽕이라고 해서 겉피가 두툼한 내장으로 된 순대와 유사한 메뉴도 있었다.
국밥집에는 맛있는 순대국밥도 판다. 어라, 그럼 사이드 메뉴와 겹치는 문제점이 생기는데 이것을 해결할 다른 메뉴도 물론 존재한다. 그건 바로 군침이 싹 도는 따듯한 수육이다. 순대국밥에는 없는 가지런하고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돼지고기가 잘 익혀져 야들야들한 상태로 나온다. 그 야들함을 유지하기 위해 그릇 아래에 촛불을 켜주기도 한다. 수육에도 집집마다 차이점이 있는데 고기로만 이뤄진 곳도 있고 고기뿐만 아니라 내장과 다른 부속부위가 같이 나오는 곳도 있다. 그리고 갈비수육이라고 해서 립처럼 갈비대가 같이 나오는 특별한 수육도 있다. 이런 수육이 너무 맛있어 주메뉴인 국밥을 제치고 수육이 주인공이 되고 국밥이 사이드가 되는 수육백반도 존재한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실 때 술국도 좋지만 수육을 위해 국밥집을 찾기도 한다.
내 군인인 고향친구가 모처럼 만에 1박 2일의 일정으로 회사 기숙사 근처로 놀러 왔다. 멀리서 온 친구를 위해 같이 먹을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었다. 남자끼리 낯간지럽게 양식은 먹으러 안 갈 것이고 어촌이 고향인 우리가 회를 먹는 것도 썩 그렇게 당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오랜만에 온 친구를 국밥만 대접하기에는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많은 고민 끝에 갈비수육을 먹으러 갔다. 이 갈비수육의 단점이라고 하면 최소 반나절 전에는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전에 먹으려면 그 전날에, 오후에 먹으려면 오전에 전화로 예약을 해야 한다. 그 귀찮음을 감수하고서라도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유니크한 메뉴, 장정 두 명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양, 접해보지 못한 야들한 맛, 보기만 해도 압도되는 비주얼을 갖추고 있다. 난 절대 친구가 실망하는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 생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그날 고기는 게눈 감추듯 발라먹고 갈비뼈까지 쪽쪽 빨아가며 달달한 소주를 만끽했다. 마지막으로 얼큰한 국밥으로 해장까지 완벽한 마무리까지. 그 메뉴와 국밥으로 친구와 함께 오래도록 회자될 술자리였다.
당신에게는 국밥의 순대와 수육이라는 소울메이트 같은 같이할 단짝 친구가 있는가? 있다면 어서 국밥 한 그릇 하자고 불러보자. 없다면 국밥을 핑계로 친구를 불러 소울메이트가 될 기회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