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쯤에 내가 내 돈 주고 처음으로 산 만년필이다.
관리할 줄 몰라서 막 쓰다 보니 바디에는 흠집이 가득하다.
내 손에 완전히 익어서 이 펜을 가지고 글을 쓰면 술술 잘 써진다.
Waterman EF촉이라는 것만 알고 자세한 제품명을 잊은 지 오래다.
헤미스피어였던가.
기억나지 않는다.
클레르퐁텐 노트 한 권에 가끔씩 시를 적는다.
지난번 "어쩌다 어른"에서 윤동주 시인의 시가 나왔다.
이것이 생각나서 워터맨에 잉크를 넣고 '별 헤는 밤'을 적었다.
얇은 글씨, 손에 익어서 술술 나가는 닙
글씨가 잘 제어되지는 않는다.
펜 문제라기보다는 내 손의 문제다.
잉크가 새서 잉크를 빼고 전부 분리해서 세척했다.
닙 부분을 미온수에 넣어 놓았다.
그리고 반나절 가량 지난 후에 물기를 모두 없애고 조립했다.
컨버터가 이상한 것 같아서 전부 분리, 세척했다.
이것도 말린 후에 다시 조립했다.
나와 가장 먼저 만나서 내 손에 익을 대로 익은 만년필.
그 이후로 다른 많은 만년필을 들여오면서 잊히고는 하지만 그래도 언제나 내 옆에 있을 만년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