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기구 이야기
내가 언제부터 손에 필기구를 쥐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국민학교(난 국민학교를 졸업했다.)를 입학하면서 필통에 연필과 지우개를 넣어놓고 다녔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되지만 이 시절에 연필을 참 자주 잃어버렸다.
수업 중에 떨어뜨리고 쉬는 시간에 줍는 것을 까먹으면 먼저 집는 사람이 쓰는 거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샤프펜슬이라는 것을 처음 샀다.
가늘게 나오고 연필깎이를 사용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편리했다.
그렇지만 그 이상의 기억이 없다.
고등학교 가서는 검은색 제도샤프를 썼다.
이 샤프로 수학의 정석도 풀고 영어 단어도 외우고 했다.
그리고 그 이상의 기억이 없다.
대학 가서 Hi-Tec-C 주황색 0.4mm를 샀다.
가늘게 나오고 정말 오래 썼다.
잘 안 써서 그럴 수도 있지만 잉크가 굳지 않아서 더 좋았다.
조금씩 필기구에 차이에 대해서 느끼게 되고 내 손에서 느껴지는 것과 종이를 흘러가는 느낌을 바탕으로 필기구를 골라서 쓰게 되었다.
그리고 2006년 즈음에 워터맨 만년필 한 자루를 교보문고에서 샀다.
이 만년필에 흔히 파는 파커 잉크를 넣고 막 쓰고 다녔다.
필통에 넣고 다니고, 셔츠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메모도 하고 노트필기도 하고.
그러다가 그 당시 다니던 회사에서 과장님이 네이버의 "문방삼우"라는 카페를 소개하여줬다.
난 충격을 받았다.
만년필 동호회도 있구나.
가입한 사람이 많구나.
그리고 바로 가입을 했다.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여러 종류의 만년필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잉크 종류가 많은 것도 알았고 종이가 참 다양하다는 것도 알았다.
가입하고 1년도 안되어 아홉 자루의 만년필을 손에 넣었다.
이 카페를 가입하게 알려준 과장님으로부터 몽블랑 사쿠라 잉크라는 것이 있다는 것도 알아서 여행 가서 사 왔다.
종이가 다르다는 것도 알아서 사용기에 올라오는 글도 많이 읽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간 번개에서 복면사과님도 만났고 블로그를 통해 사업을 시작한다는 글을 읽고 나서 복면사과 까르네의 팬이 되었다.
사소한 계기가 나를 필기구의 세계로 이끌었다.
앞으로 이 곳의 글은 필기구와 종이 등에 대한 내용이 될 것이다.
우선 갖고 있는 필기구와 수첩을 정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