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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미콜린 Mar 23. 2018

무미수필. 적정감

사람의 능력 중에는 느낄 수는 있지만 설명하기는 힘든 종류의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운동 신경'이 그렇다. 저 사람 참 운동 신경이 뛰어난걸 혹은 운동 신경이 영 꽝이야, 라는 건 그 사람이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저 사람의 운동 신경에 대해 설명해 보라고 하면 아마 말문이 막힐 거다. (이런 질문을 받은 적도 없었겠지만^^)


'심미안'도 비슷하다. 심미안을 아름다운 것, 멋진 것을 알아보는 안목이라고 했을 때, 어떤 것이 아름답고 멋진 것인지 명료하게 설명하기는 참 힘들다. 하지만 저 사람이 고르는 것은 (추천하는 것은) 아름답고 멋져, 즉 저 사람은 심미안이 있어, 라는 것은 느낄 수 있다.


내가 '적정감'이라고 이름 지은 능력도 비슷한 맥락에 있다. 자신만의 색깔도 담겨 있고 혼신의 힘을 다해 기울인 노력도 느껴져 부족함이 없지만 타인이 부담을 느낄 정도로 과하지도 않은 딱 '적정'한 상태로 상황과 결과를 지속시키는 능력. 보통은 '균형감'이라 일컬어지기도 하고, 한국어로는 표현하기 힘든 뉘앙스를 더해 '밸런스가 좋다'고 일컬어지기도 하지만 나는 '적정'이라는 단어의 어감이 본래의 의미를 표현하는 데 딱 '적정'한 것 같다. 저 사람 참 적정감이 좋다, 는 것도 느낄 수는 있지만 어느 정도가 딱 적정한지 말로 설명하기는 참 힘들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 자신의 태도, 습관, 실천에 대해 부족함에 대해서는 인색하고 과함에 대해서는 너무 너그럽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돌이켜 보니 과함도 부족함 만큼이나 행복을 저해하는 요소였는데 말이다.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 설명하기는 계속 힘들겠지만 잘 느낄 수는 있도록 적정의 감각을 잘 키워 나가야 겠다. 단, '적당'함과 '적정'함은 표현은 한 끗 차이이나 의미는 천지 차이이니 각별한 주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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