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남편에게

당신만큼 내게 큰 위로가 되는 사람도 없다.

by 향작

오늘도 남편은 내게 기운 내라는 말과 포옹을 남기고 출근했다.

출근하고 두어 시간 만에 두 번의 전화가 왔다.

“아니 걱정돼서.., 힘들어하니까.. 기운 내, 힘내."


첫 아이를 등원시키고 돌아오면서 내가 전화를 건다. 활기찬 목소리로 안심을 시켜주고 싶지만 잘 됐는지는 모르겠다.

요 며칠 사이 부쩍 기운이 없다. 딱히 이유랄 것도 없이, 비슷한 일과들인데 다르게 짜증이 나고 화가 난다. 언성을 높이고 돌연 사과를 한다. 뒤돌아 눈물을 훔치고 빨개진 눈과 코를 숨기려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급하지 않은 살림에 몰입한다.


나의 남편은 내 걱정을 제일 많이 한다. 나에게 혼이 나는 아이 걱정도 아니고, 혼을 낸 뒤 더 바닥으로 꺼져버릴 내 기분을 걱정한다. 주말 동안 열두 번도 더 바뀌었을 것 같은 내 기분덕에 남편 또한 열두 번은 족히 넘을 롤러코스터를 탔다. 우스갯소리로 매번 새로운 사람과 사는 것 같아 재밌다고 하지만 나는 항상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그가 내 눈치를 많이 보는 것을 안다.

나를 위해 잠깐도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퇴근하면 집으로 달려오는 것도 안다. 오자마자 아이들을 안아들고 내 표정을 살피는 것도 안다. 고생했단 말을 버릇처럼 꺼내고, 내 마음을 다독이는 것까지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런 이 사람에게 매일 품고 있는 사랑과 미안함과 고마움을 하나도 남김없이 보여주고 싶지만, 때때로 하루의 고단함이 그 마음들까지 갉아먹는 것 같다. 다정함도 체력인지라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면 내 체력까지 위태로워지고 앞다투어 뱉어지는 말 한마디란 것은 고맙단 말도, 고생했단 말도, 사랑한단 말도 아닌 '손부터 씻어' 이다.

모두가 잠든 새벽, 문득 잠에서 깬 나는 옆 방에서 자는 큰 아이와 남편 생각을 한다. 남편은 큰 아이를, 나는 작은 아이를 각자 방에서 재우다 잠이 든 모양인데, 잘 자란 인사도 없이 들어와 안부가 궁금해진다. 잘 자고 있을까, 밤새 큰 아이가 뒤척이진 않았을까, 그래서 남편이 잠을 설친 것은 아닐까...

귀를 기울여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진다. 다행히 밖은 조용하다. 아직 캄캄한 새벽, 아이들과 남편의 단잠을 소망하며 다시 눈을 감아본다.


살다 보니 나의 엄마를 이해하게 되는 시간이 온다.

하루가 고단해보니, 점점 웃음이 잦아들던 엄마의 이유를 알 것도 같다. 한 사람의 삶과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제법 긴 시간이 걸리고 오랜 수고가 걸리는 듯하다. 언젠가 나의 남편의 삶과 마음도 온전히 헤아리는 때가 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를 돌보느라 제 마음이 다쳐도 잘 드러내지 않는 이 사람을 내가 다독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본의 아니게 감춰버린 나의 진심을 더 늦지 않게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내가 먼저 고생했다 안아줘야지.

여전히 힘들지만 당신 덕분에 힘낼 수 있었다고 말해 줘야지. 당신이 나의 위로이듯, 사실 나도 당신의 위로가 되어주고 싶다고, 지난날을 사과해야지.

사랑한단 말도 꼭 덧붙여야지.


내가 그린 오늘 하루엔 찬란한 빛으로 채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