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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이어도 괜찮다면

by 향작

아무것도 하지 않고,

쌓인 빨래며 젖병 설거지며 모조리 내일의 나에게 미뤄둔 채로, 넷플릭스를 뒤지거나 SNS에서 시간을 죽이다가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깊은 잠에 빠졌으면 싶다.


문득 잠에서 깨서 시간을 확인하면 아직 아이들이 깨기까지 두어 시간이 남은 새벽이었으면 좋겠고

자세히 귀를 기울여야 들릴 법한 밤벌레 소리 혹은 옆에서 깊이 잠든 작은 아이의 새근거리는 숨소리만이 자장가처럼 들려오면 좋겠다.

눈을 감았다 뜨면 금방 해가 밝아올 걸 알면서도, 브런치 알림을 확인하고 나의 글을 읽어준 사람들이 남기고 간 흔적에 꿈결 같은 기분도 느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두 아이가 모두 감기로 열이 떨어질 줄 모르고, 남편도 컨디션이 좋지 못하더니 몸살감기인 듯 오한이 들고 열이 오른다.

돌보아야 할 가족이 있다는 책임감이 이 밤의 깊이만큼이나 깊다. 나라도 아프지 않은 게 다행이면서도 한편으론 마음이 옹졸해지고 만다.

어떻게 하면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걱정보단 인내와 사랑만으로 이들을 돌볼 수 있을까. 한 시간 간격으로 열을 재고 해열제를 먹일지 말지 고민하고, 용량을 계산하고 시간 간격을 헤아리면서도 틈틈이 내 마음까지 돌보려 애쓴다. 애는 쓰는데 잘 되지 않는다.

단지 세 사람이 간밤에 잘 자기만을 바란다.


나는 잠보다 글이 위안이 되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