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휘청이다.

작은 아이의 입원일지 2

by 향작


아침이 밝아도,

해가 중천이어도

아이와 둘이 함께한 병실은 줄곧 어스름 깔린 새벽 같다. 부지런하고 친절한 직원이 아이의 기저귀가 쌓인 휴지통을 비우고, 축축한 화장실을 청소하는 사이에도 아이는 내 품에서 잠만 잔다. 보통의 날이라면 귀가 예민해 작은 소리에도 깼어야 할 아이가,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친 모양인지라 나는 구석에 선채로 아이의 등만 토닥인다.



응급실에서 돌아온 늦은 밤에도 아이는 잠에서 깰 줄 모르고 깊은 잠에 빠졌다. 아이의 고단한 얼굴을 보니 오히려 내 잠은 달아났다. 옆에 누워 한참 동안 그 얼굴을 멍하니 들여다봤다. 새근거리는 숨소리도 듣고, 오르내리는 배도 확인하고, 감긴 눈꺼풀에서 꿈을 꾸는 듯 움직이는 눈동자도 느꼈다. 나는 평소 잘 찾지 않는 신을, 찾았다.


내일은 말끔히 낫게 해 주세요. 나의 아이가 뭐라도 먹을 수 있게 해 주세요.


큰 아이도 하루 반나절만에 죽도 잘 먹고, 진 밥도 곧잘 먹었으니 작은 아이 또한 그래줄 거라 믿었다. 다음 날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보리차를 마시고 분유도 먹고, 약도 넘기면 금방 낫겠지. 그럼 다시 웃고, 옹알이를 하고, 엄마 아빠를 부르고 쫓아다니며 다리를 붙들고 늘어질 거라고.

하루 종일 아이를 챙기느라 정작 놓쳐버린 끼니로 인해 나의 속은 굶주리다 못해 메스꺼웠다. 당장에 일어나서 뭐라도 욱여넣고 싶었지만 아이 옆에 누인 몸은 좀처럼 일으키기가 쉽지 않았다. 일어날까 말까, 속으로 고민하는 동안 어느새 잠이 들어버렸다.




아침은 여느 날과 다르지 않았다.

공휴일이었고 남편도 함께여서 힘이 났다. 덕분에 지난밤의 피로를 이겨내고 있었다. 큰 아이 밥을 챙기고, 작은 아이에겐 약을 먹인 뒤, 게우지 않는 걸 확인하고 보리차도 조금 먹였다. 아이는 간밤에 목이 말랐는지 보리차를 벌컥벌컥 마셨다. 더 주고 싶었지만 혹여 게울까 싶어 시간을 두고 지켜봤다. 30분이 세 시간처럼 흘렀다. 아이가 게우지 않고 조금 노는 듯 보였고, 배가 고픈지 칭얼대기도 했다. 평소 먹는 양의 절반 정도 되는 분유를 아이가 숨 쉴 새도 없이 먹어치웠다.

나아가는구나, 다행이다.


그제야 간신히 마음을 쓸어내리고 남편과 마주 앉아 그날의 첫끼를 먹었다. 그 끼니가 또 그날의 마지막 끼니가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남편과 큰 아이가 키즈 카페에 갔고, 나는 밀린 설거지를 했으며, 작은 아이는 방에서 곧장 낮잠에 들었다. 큰 아이가 돌아오면 맛있는 점심을 만들어 줘야지 생각했다. 지난밤 엄마가 동생을 안고 다급히 집을 나서는 모습을 보며, 알게 모르게 불안했을 수도 있으니.

한 시간이 흐르고 깰 시간이 됐는데 깨지 않는 작은 아이를 홈캠으로 지켜봤다. 뒤척이는 아이가 수상해 방문을 빼꼼히 열었다. 순간 훅, 구토 냄새가 코를 찔렀다. 뒤척이다 일어나 앉은 아이의 낯빛이 창백했다.


아이는 그날 아침에 먹은 것들을
모조리 게워 올렸다.


육아는 언제나 예상 밖이고,

아이가 아플 때면 이렇듯

내 마음에 바람 잘 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