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이의 입원 일지 3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아이를 품고 있던 때에 탯줄로 연결되어 있듯이 낳고 분리가 된 지금에도 알 수 없는 무언가로 우린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 혹은 상상.
예시가 이런 식이면 조금 웃기지만 변비인 작은 아이가, 꼭 내가 화장실을 갈 때 똑같이 기저귀에 변을 제법, 괜찮게 눴을 경우에도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배불리 식사를 하고 트림을 할 적에도 아이가 그 모습을 따라 할 리 없는데 꺽- 소리를 낸다거나, 집안일을 하다 문득 하품을 하고 돌아보면 아이도 똑같이 하품을 하고 눈을 비비고 있다던지 하는 등으로 나의 그런 생각을 부추기는 일들이 종종 있곤 했다. 다른 엄마들은 모르겠다. 나는 그런 상황에 주로 신기하고 가끔 우습고 대체로 아이와 좀 더 끈끈해지는 것을 느낀다. 어쨌든 아이를 향한 사랑과 그에 따른 기민함을 스스로 체감하고 싶은 것 같다.
아이가 아침에 먹은 것을 모조리 게워 올린 공휴일의 아침.
항상 다니던 소아과가 그날 진료를 오후 한 시까지 한다는 것은 이미 봐두어서 알고 있었다.
아이가 깬 시간은 열 시 이십 분 정도로, 아직 진료를 볼 시간은 충분했다. 나는 아이를 안아 들고, 몸을 닦이고 옷을 갈아입혔다. 방의 이불을 걷어내고, 닦아내고 소독용 에탄올을 뿌렸다. 그래도 냄새가 가시지 않았지만 무시한 채로 입원용 가방을 쌌다. 작은 아이가 통원 치료로 나을 것 같지 않았다. 자고 일어났지만 피로가 가시지 않은 듯한 눈빛과, 나지막이 '엄마'를 부르는 목소리, 창백하고 누렇게 뜬 얼굴이 아무래도 수상했다. 지난밤 응급실에서 한 시간 수액을 맞은 걸로는 구토가 좋아질 것 같지 않았다. 탈수 생각에 덜컥 겁이 났고, 아이의 기저귀가 언제 푹 젖었는지 머리로 가늠했다. 구토를 시작한 날 아침에나 그런 정상적인 기저귀를 갈아봤으려나? 그러고 보니 아이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우는 것도 보지 못했다. 구토보다, 설사보다, 그로 인한 탈수가 더 좋지 못한 양상이란 걸 알고 있어서 긴장이 됐지만 아이에겐 웃어 보였다. 그건 나에게 웃어보려 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괜찮을 거야. 아무렴, 괜찮고 말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병원에 간단 말을 남기고 아이와 집을 나섰다.
병원에 도착한 아이는 38.1도로 열이 나는 상태였다. 진료를 본 선생님도 입원 치료가 필요할 것 같다 얘기했고, 나는 때마침 가방을 싸왔으니 지금 당장 입원 하겠다 말했다. 수속은 신속했지만 아이의 손에 링거를 꽂는 일은 수월치 않았다. 지난밤 링거를 연결했던 발은 제외하고 다른 발과 손에 시도해 봤지만 쉽지 않았다. 아이를 움직이지 못하게 붙들어 잡는 행위와 괜찮다고, 엄마가 옆에 있으니 걱정 말라는 위로의 말이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울리지 않았다. 아이는 좀처럼 울음을 그칠 줄 몰랐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검사 시 필요한 피만 뽑은 채로 휴식을 가졌다. 큰 아이와 키즈카페에 갔다가 병원으로 곧장 온 남편이 처치실에서 나온 나에게서 작은 아이를 받아 안았다. 나는 남편을 보자마자 끝끝내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울지 말아야지 했는데, 걱정 가득한 남편의 얼굴을 보니 참을 수가 없었다.
아이가 아픈 일은 크든 작든 간에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오른손에 링거바늘을 연결한 아이는 입원을 하고 열이 38.4도로 올랐다. 열이 나서 뜨끈뜨끈한 아이를 가볍게 입혔다. 웬만하면 품에서 내려놓고 싶었지만 열보다 잠을 재워야 할 것 같아서, 잠에 예민한 아이를 줄곧 아기띠로 안아 재웠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마주 안은 내 가슴과 배에선 땀이 흘렀고 아이가 열이 더 나면 어쩌지 걱정이 됐다. 한참 고민하다가 천천히 내려놓으니 아이 이마에서도 땀이 느껴졌다. 열이, 내려가고 있었다.
이후 아이의 혈액 검사가 나왔다. 염증 수치는 생각보다 낮았지만 탈수가 심한 상태. 담당의는 입원하길 잘했다며 수액 한두 시간 맞는 걸로 교정될 수치가 아니라고 했다.
입원을 예상하고 선택하길 잘했지만 그 순간에도 죄책감이 들었다. 좀 더 일찍 입원 가능한 병원에 갈 수 있었다면 아이가 이만큼 힘들지 않아도 됐을 텐데. 응급실에서라도 피검사를 했다면, 그랬다면...
그날 아이는 약 이외에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나도 저녁으로 나온 식사를 의무적으로 한 두 숟갈 입에 넣다가 그만두었다. 목구멍에서부터 뭔가 콱 막힌 듯 음식물이 넘어가지 않았다. 음식 냄새가 역하지 않았는데도 헛구역질을 했다. 전날부터 제대로 된 식사를 못하고 굶어서 그렇겠거니, 받아놓은 식판을 그대로 덮어 내놓았다.
입원실의 불을 끄고 아이를 안은 채로 침대에 함께 누웠다. 아이의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온 듯, 따뜻함 정도만 느껴졌다. 꼭 끌어안으니 아이의 것인지, 내 것인지 모를 체취도 느껴졌다. 두근대는 것이 나의 심장인지 아이의 심장인지 구분이 어려웠다. 조용한 병실에 아이와 나의 숨소리만 들렸다. 들숨과 날숨이 부딪히고, 아이의 들숨을 내가 마셨다가, 둘의 날숨이 만났다가.. 마치 아이를 품었던 때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더 이상 눈물은 나지 않았다. 자책도 삼켰다. 아이의 병세가 호전되고 먹기 시작하면 나 또한 내 속을 채울 수 있겠지 생각했다. 내 속이 나아지면 아이 속도 나아지겠지.
서로가 서로의 신호이리라
기도문처럼 외다가 고단한 하루의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