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집에 가고 병원엔 없는 마음

작은 아이의 입원일지 4

by 향작

병원의 밤이 어찌나 길던지 눈을 감았다 떠도 병실 안은 캄캄했다. 좁은 침대 위에서 혹시나 아이의 링거바늘 꽂힌 팔을 누르기라도 할까 봐 몸을 한껏 웅크리고 자는 바람에 온몸 마디마디가 쑤셨다. 힘겹게 자세를 바꾸면, 삐그덕 대는 게 내 뼈의 아우성인지 철제 침대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이의 열이 떨어지고 지난날 수액과 약 이외에는 먹은 게 없으니 당연하겠지만 구토가 잦아들었다는 생각이 들자 당장이라도 퇴원을 하고 싶었다. 하루 더 지내야 한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으로 일찌감치 포기하고 병실에서의 이튿날을 아이와 어떻게 유익하게 보낼지 궁리했을 테다. 하지만 간밤에 컨디션이 좀 돌아온 듯 곧잘 웃고, 여기저기 기어 다니며 호기심을 보이는 아이를 보니 퇴원이 꼭 먼 꿈은 아닐 것 같았다. 더구나 기저귀가 푹 젖도록 소변도 잘 봐주어서 탈수 수치가 좋아지고 있구나, 짐작까지 됐다.


아이에게 분유를 조금 타서 먹여보고 구토하지 않자, 나도 그제야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전부는 아니었지만 어제보단 많은 양으로 배를 채울 수 있었다.






한 가지에 몰두하지 못하고 계속 새로운 걸 원하는 9개월 아기에게 여기서 뭘 더 해줄 수 있을까 생각하는 사이, 작은 아이는 제 링거줄을 씹고 있었다. 놀라기도, 웃음이 나기도 했다.


너도 집에 가고 싶구나? 어쩌면 엄마보다 더. 그렇지?


점심시간이 지나고 작은 아이의 상태를 보러 담당의가 병실을 찾았다. 설사는 얼마나 했는지, 간밤의 구토는 없었는지, 분유는 먹었는지 등등 아이의 컨디션을 묻고 살폈다. 그즈음 설사는 계속 됐지만 구토는 더 이상 안 할 것처럼 생각되었고 분유도 보리차도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게다가 아이의 혈색도 많이 돌아와 있었다.

다행히 담당의도 퇴원해도 괜찮겠단 진단을 내렸다.

퇴원 수속을 밟고 필요한 보험서류를 떼고 짐을 싼 뒤 아이에게 처방약을 먹였다. 이전에도 작은아이가 약을 삼키지 않고 뱉어내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는데 장염으로 비위가 상해있는지 평상시보다도 몸부림이 심하고 입을 앙다물었다. 울고불고하는 아이에게 먹어야 낫는다고, 알아듣지도 못할 말로 설득을 하며 간신히 약을 다 먹였다. 아이를 안아 들고, 양손 가득 짐도 들고 병원을 나서기만 하면 되는, 그때. 아기띠로 품에 안아 들자마자, 아이는 또 먹은 걸 모조리 게워 올렸다. 아침에 한 설사로 아이의 옷은 입고 있는 게 마지막이었고 나 또한 여벌옷이 없었다. 순간 나의 사고도, 시간도 멎은 듯했다.



시간은 아직 오후 두 시.

아이 옷과 내 옷 모두 구토에 푹 젖은 꼴이 되었고

남아 있는 젖병도 없었으며 출근한 남편을 대신해 큰 아이를 등원시키고 돌보아 줄 친정 엄마는 이곳 지리를 잘 모르고.., 필요한 걸 가져다 달라 얘기할 남편은 퇴근까지 한참 멀었다.

무엇보다 아이의 퇴원이 다시 번복되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에 긴장이 됐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품에서 나를 올려다보며 그저 해맑게 웃기만 했다. 구토를 얼굴에 칠갑한 채로, 너무나도 해맑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