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결벽

아무것도 못하기보단 부족해도 해내는 걸로.

by 향작

글 쓰는 걸 좋아하지만 스스로 만족한 적은 없었다.

업으로도 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한참 먼 길 위에 서 있다.


쓰고 지우고 또 쓴다.

전부를 지웠다가 빈 페이지만 한참 들여다본다. 결국 저장하는 건 제목뿐이거나 단 몇 줄 뿐이다. 그마저도 마음에 안 들어 언제고 버릴 거란 걸 안다.


나만 보는 글이 아니란 생각은 이런 결벽에 대한 강박을 더 부추긴다. 끝내 스스로 한 약속마저 저버리게 만들고, 아무것도 써내지 못한다.

완벽하지도, 그리 대단하지도 않은 사람이면서 훌륭한 작품이라도 만드는 듯 군다. 이런 내 모습이 우습기보단 안쓰럽다.


티끌 하나 만들지 않으려 아무것도 하지 않았더니 오히려 마음이 공허하다. 페이지는 깨끗한데 도리어 지저분해진 느낌이다. 뭐라도 써야지 했던 첫 마음가짐을 다른 누군가도 아닌 나 스스로가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다.

그저 그런 감상을 끄적이는 이 글도 마음에 들 리 없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는 줄곧 못 쓰는 사람이 될 것 같다.


뭐라도 써야 한다.

오늘은 그래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달이 떠야 달아나는 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