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채색
얼마 전 홀로 편의점을 다녀온 일이 있다.
종종 그런 적이 있었지만 그날따라 느낌이 묘했다.
설마 바지를 안 입고 나온 것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들 정도로 어딘가 굉장히 허전했다.
실제로 신호등을 건너며 내 다리를 힐끔 내려다보기까지 했다. 다행히 제대로 된 바지를 갖춰 입은 채였지만 무언가 빼먹은 것만 같단 느낌은 가시질 않았다. 내게 그 순간 없는 건 두 아이뿐이었는데도.
아, 이젠 두 아이 없이 혼자 길을 걷는 일조차 이처럼 낯설구나. 재잘거리는 큰 아이의 말소리나 유모차 안에서 칭얼거리는 작은 아이에게 호응하며 신호등을 서둘러 건너는 게 너무나 당연해진 탓이구나.
셋이어야 비로소 나의 이 한 몸을 이루는구나.
그런 생각들이 들자 깜빡이는 보행 신호등처럼 웃음이 툭툭 새어 나왔다.
어제와 오늘, 육아가 휘몰아친 듯하다.
피곤한 아이들도 생각보다 일찍 잠에 들었다.
게으른 일기를 쓰기 전에 사진첩에 차곡차곡 쌓인 수많은 아이들의 사진을 넘겨본다. 그중 몇 장을 골라 SNS에 게시한다. 내가 제일 먼저 하트를 누른다. 수 백 개는 더 누르고 싶은 마음이다. 대신 나의 지난 피드들을 둘러본다. 사진첩에 이미 있는 사진들이고, 내가 혹은 남편이 찍은 사진들이고, 이전에 눈으로도 몇 번 담아낸 장면들인데 보고 또 봐도 새롭고 예쁘고 사랑스럽다. 결혼 전, 남편과 단 둘이었을 적 피드까지 내려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이땐 몰랐지만 지금 보니 어딘가 허전하다. 마치 바지를 빼먹은 옷차림 같다.
큰 아이만 한가득인 지난날의 피드도 어째 어설프다. 예쁘고 귀엽기 그지없지만 심심하다.
그에 반해 요 며칠 사이 두 아이 혹은 조카도 함께한 세 아이의 피드가 알록달록 무지개 빛깔처럼 느껴진다. 이제야 꽉 찬 느낌 같은 것.
참 희한하게도 대부분의 날들을 지배하는 건 고단함인데 돌연 그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이러한 생각들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참고 견디게 만들고, 웃게 만든다.
이전엔 결코 알지 못했다.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그럼에도 아이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아무렴..., 그들이 지금 내 남은 삶을 오색빛깔 찬란하게 채색하는데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도리어 나는 줄 것이 사랑뿐이라 그저 미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