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침마다 딸 일기 보는 재미에 사는데...
새벽 어스름을 걸어 나오는 사람.
가족 중 가장 먼저 아침 해를 맞이하는 사람.
라디오를 듣는 사람.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리고
사연에 혼잣말하는 사람. 그러다 혼자 웃기도 하는 사람. 말하는 걸 참 좋아하는 사람.
일어나서 빈 속에 커피 한 잔은 꼭 마시는 사람.
그렇게 남은 잠까지 탈탈 털어내는 사람.
그래놓고 정오만 지나도 카페인은 단 한 방울도 마시지 않는 사람. 녹차나 콜라도 허용하지 않는 사람.
지난날 남편의 점심 도시락 설거지를 새벽일과로 시작하는 사람.
일곱 시가 되면 시집간 두 딸에게 좋은 글귀가 적힌 사진을 톡으로 보내는 사람. 답장이 없어도 한결같이 꾸준한 사람.
새벽 시간 중 한토막을 떼어 내 막내딸 일기 읽는 일로 소비하는 사람. 요즘 그 일기가 뜸해 떼어낸 한토막의 시간이 무용해졌을 사람. 일기로 엿보던 막내딸이 궁금한 지 매일 비슷한 시간이면 전화를 걸어보는 사람. 용건이 그저 목소리인 사람.
남편과 제 칫솔 소독할 물을 끓이고 매일매일 소독해 두는 사람.
깨끗해진 도시락통에 새로 채울 밑반찬과
그날 아침 식탁에 오를 또 다른 밑반찬을 뚝딱뚝딱 만드는 사람.
요리를 잘하는 사람.
매일 무얼 해 먹나 고민하지만 언제고 12첩 반상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내어주는 사람.
다른 집도 다 그렇게 먹는 줄 착각하게 하는 사람.
아무것도 모르는 철없던 막내딸이 결혼하면 남편 아침상 떡 벌어지게 차려주는 걸 로망으로 꿈꾸게 한 사람.
아침 차려주는 일이 실은 당신이 가족을 사랑하는 방식이었단 걸 새삼 깨닫게 한 사람.
출근하는 남편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하는 사람.
그게 분명 힘이 되어줄 거라 믿는 사람.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부지런하고 한결같은 사람. 거짓 없고 티 없는 사람. 숨김없는 사람.
지금도 그 시간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사람.
창가에 비친 달빛만이 당신을 물끄러미 지켜볼까.
오늘은 그토록 기다리던 일기가 도착한 새벽.
다행히 어제보단 덜 외로울, 당신의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