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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writer Nov 01. 2020

엄마의 레시피

<생활감성 에세이, 애도 에세이, 살아남은 한 인간으로서의 연대기>



퇴근길에 문득, 엄마의 레시피를 하나하나 배워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십 년이 넘도록 밥을 얻어먹고 살았지만, 나는 엄마의 요리 하나 정도 똑같이 흉내낼 줄을 모른다.

지금 일하지 않는 엄마는 내가 퇴근하면 밥을 차려 주곤 하시는데, 나는 늘 그 순간이 은근히 감격스럽고, 내 머릿속에 어떤 음식이 떠오를 때면 엄마에게 그 음식의 종류가 아니라 음식의 맛, 그 동일한 맛의 ‘재현’을 요구하는 편에 가까운 듯하다. 종류가 아닌 구체적인 ‘맛’ 말이다.


내 머릿속에만 정확히 계량되는 그 맛은 오직 나만 아는 맛이고, 엄마가 훗날 내 곁에서 사라진다면 평생 그리워 찾아 헤맬 맛이다.

그런데 그걸 여태 하나 학습하지 않았다.


인터넷에 무수히 떠도는 간편 레시피, 특급 레시피들은 밤을 새워 가며 노트에 적고, 보고, 검색하고, 문의 댓글을 달면서도, 엄마의 요리는 아직 나에게 시도해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또 늘 곁에 존재하는 사람이 분주히, 남몰래 움직이는 동선의 결과라고 생각하고 깊이 있게 관여한다든가 가까이하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바깥 음식보다, 그 어떤 경력 많은 주부나 요리사가 추천하는 레시피보다, 엄마의 요리를 마음속으로 그리고 연습해야겠다.

실제로 물어야겠다. 연습해야겠다.


먼 훗날, 내가 조금은 더 침착하게 엄마와 엄마의 음식을 회상하고 빚어내 스스로 맛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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