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아빠도 부모가 처음이라 조금 어렵구나...'
순수한 영혼이 다치지 않기를, 매일 기도하며 조심조심 키웠다.
하지만 이미 깨어진 부모의 머릿속에서 거르고 걸러 날카롭게 갈려진 말은 아이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곤 한다.
'아빠 말을 듣지 않고 마음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으면 함께 살 수 없지 않을까? 마음대로 살고 싶으면 나가야지.'
둘째가 생기고 나서부터였을까.
어쩌면 이미 전조증상이 있었을 것이다, 그저 우리가 알아채지 못했을 뿐.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면 소리를 지르고 울며 떼를 쓴다.
때론 물건을 발로 차고 던지기도 한다.
동생이 생겼어도 여전히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만 계속 부족하다고 말한다.
진정하지 못해 잠시 놀이방에서 감정을 추스르라고 시간을 주지만, 화를 참지 못하고 울부짖고 블록을 부시는 소리가 들린다.
'무엇이 문제일까. 왜 저러는 걸까.'
무섭게 말도 해보고 타이르기도 했지만, 잠깐이었다.
머릿속에 지우개라도 있는 것처럼 부정적인 행동이 반복된다.
매일매일 마음을 다잡고 하루를 시작하지만, 꼭 하루에 한 번 진흙탕 싸움을 해야 된다.
아이에게 모질게 말하는 편이 아니지만, 반복되는 상황에 지쳐 너무 쉽게 화를 낸다.
오늘 아침, 여느 때처럼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며, 사랑을 다짐했다.
하지만 아침 식사 메뉴가 본인이 원하는 게 아니라며 떼를 쓰기 시작했다.
아내와 함께 잘 설명해 줬지만, 결국 본인의 감정을 참지 못하고 이것저것 던지다가 나무 실로폰을 던졌다.
다행이었을까.
사정거리 안에 둘째와 아내, 내가 있었지만 본인이 던지고 본인이 맞았다.
이성의 끈이 끊어진 채 '뭐 하는 짓이야!'라는 외마디 외침과 함께 아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내 사전에 체벌은 없기에 아이를 때리지는 않았다.
대신 폭발해 버린 감정을 쏟아부었다.
'너 뭐 하는 짓이야!'
'너 뭐 하는 짓이냐고!'
'넌 아침 먹지 마!'
'이 방에서 나오지 마!'
나중에 아침에 있었던 일을 아내와 이야기하다가 알게 됐다.
혹시나 무슨 일이 날까 봐 놀란 마음에 방문 앞까지 달려왔다고 한다.
내가 평소에 화를 잘 안내는 편인데, 오늘 나의 모습이 마치 억눌러왔던 화를 터뜨리는 것 같았다고 한다.
고작 네 마디였다.
네 마디의 말을 하면서 당황한 아이의 모습과 실시간으로 자괴감에 무너져가는 내 마음에 만감이 교차했다.
안방에 들어와 기도했다.
금방이라도 정신이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아이가 방에서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밥을 먹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이를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지난 2주간 아이와 지지고 볶는 순간순간에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이를 사랑한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아이한테 잘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은 물론 나 자신조차도 자부하고 있었다.
'난 좋은 아빠야.'
한껏 높아진 내가 순식간에 바닥을 치니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잠시 나와 차에서 커피를 마시며 생각을 정리했다.
감정을 마무리 지어야 했다.
아직 아침 8시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지지고 볶는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하루를 마치고 아이와 저녁을 먹으며 아이에게 넌지시 물었다.
나: 요즘 많이 혼나네.
아이: 응.
나: 너도 힘들지?
아이: 응. 나도 안 혼나고 싶어. 사실 엄마 아빠가 하는 말은 다 이해가 돼. 근데, 그게 행동으로 잘 안돼. 엄마 아빠 말을 잘 듣는 것도 힘들고, 기다리는 것도 힘들어.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그리고 아빠, 아까 방에서 나오지 말라고 한건, 좀 너무한 거 아니야?
나: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그러게...
아이: 나한테 화낼 때도 너무 무서웠어.
나: 미안해, 아빠도 부모가 처음이라 조금 어렵구나... 그래도 우린 널 사랑해. 우리 같이 노력해 보자.
아이: 응! 근데 밥 먹고 보드게임 할래?
순수한 영혼에 날카로운 칼로 난도질한 것 같았지만, 다행히도 아이는 해맑았다.
부모가 처음이라는 핑계가 아이에게 용납될 수 있을까.
그 순간의 내 화를 보기 좋게 포장한 건 아닐까.
즐겁고 행복했던 육아가 거대한 산에 부딪혀 내 밑바닥을 보는 것 같다.
교만하게 높아진 내가, 아무것도 아닌 내가, 내 힘으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고 자신했던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운 하루였다.
오늘 일을 아내와 나누며 함께 울었다.
나름의 최선을 다했는데, 이런 상황에 서있는 게, 아이에게 모질게 군 것 같은 우리의 모습이 너무 비참했다.
아이도 깨고 나와야 할 문제가 있는 건 맞다.
그러나 우리가 어른의 눈으로 너무 성급하게 아이를 판단하고 조급하게 접근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봤다.
그리고 기도했다.
제발 사랑을 달라고. 사랑을 풍성히 채워주셔서 아이에게 온전히 흘려줄 수 있게 해달라고.
내일도 오늘 같이 비슷한 일들이 생기겠지만, 조금은 나은 아빠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