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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기 Nov 03. 2024

사랑하는 걸 알기에, 괜찮아요.

둘째가 태어났다.

또 다른 행복이 찾아온 것이다.


다만, 걱정이 되었던 것은 바로 첫째 아이였다.


동생이 생기기를 바라지 않았던 2년 전 첫째 아이는, 4살이 되며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마 어린이집에서 동생들 화장실 같이 가기 활동이나 손잡고 이동하기 활동 등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생에 대한 마음이 생긴 것 같다.

하지만 막상 5살이 되어 엄마 뱃속에 동생이 생기니 혼란스러웠나 보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임신기간 동안 둘째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점점 나오는 배를 보며 관심을 갖는 아이에게 언제까지나 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미룰 수는 없었다.


우리는 아이에게 어릴 적 사진을 보여주며 첫째 아이가 태어난 과정을 이야기해 줬다.

첫째는 흥미를 보이더니 자연스럽게 동생을 보고 싶어 하고 좋은 감정을 쌓아갔다.

배가 나와 힘들어하는 엄마를 위해 기도도 해주고 사랑한다는 말도 많이 해줬다.


그리고 동생이 태어났을 때, 아이는 너무 행복했나 보다.

조리원에서 처음 만난 동생을 신기해하면서 이곳저곳을 만져보고 배에 뽀뽀도 해주느라 바빴다.

생각보다 긍정적인 반응에 우리 부부는 마음이 놓였다.


그렇게 조리원 시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일주일을 함께 보낸 오늘, 아이에게 물어봤다.




"동생 생기니까 마음이 어때?"

"좋아"


"힘든 건 없니?"

"음... 첫날은 힘들었어."


"왜?"

"엄마 아빠가 동생한테 너무 관심을 주는 것 같아서 그게 싫더라고."




둘째가 집에 온 이후, 첫째는 종종 방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혼자 노래를 듣곤 했다.

마음이 힘들어 보였지만, 문을 열고 뭐하는지 물었을 때는 웃으면서 그냥 노래를 들었다고 했다.

애써 웃어 보이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마음 한편에 미안함이 생겼다.


첫째에게 더 신경 쓰려고 했으나,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상황들이 종종 첫째를 기다리게 했고, 그 시간들을 첫째는 제법 묵묵하게 기다려줬다.


그래서 아이의 대답에 다시 물어보려고 하는데, 아이가 먼저 대답을 했다.




"근데, 지금은 괜찮아. 둘째 날부터 괜찮아졌어."


"어떻게 괜찮아졌어?"

"음... 엄마 아빠가 나도 그렇게 사랑해 줬었다는 걸 알았어. 그래서 괜찮아졌어."




대견하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그저 5살처럼 자기랑 놀자고 더 떼써도 될 텐데, 그러기보다는 기다림을 선택하고 혼자 시간을 갖고 엄마 아빠와의 시간을 되뇌어보는 아이의 모습에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어 그저 안아줬다.


너무나도 사랑하는 첫째이기에 매 순간 그 마음이 궁금했고, 궁금해서 물어볼 때마다 아이는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의 표현들로 우리 부부에게 화답해 줬다.


자격 없는 우리에게 첫째가 해주는 귀한 말들은 분명 큰 축복일 것이다.

그 축복이 영원하길 원하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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